너는 항상 스스로를 가두려는 마음이 존재한다. 그걸 버려야 한다.
2018년 8월 12일 일요일 아침 훈련 - 관문체육공원에서 영동 3교 16km
전쟁 치루듯 여름이 지나고 있다. 보통 포탄은 같은 자리에 또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전쟁중에 포탄이 떨어진 자리로 뛰어가 파인 구멍에 숨어 있다면 다시 포탄에 맞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삶은 아니다. 포탄 떨어진 자리에 더 큰 포탄이 떨어져 박힐 때도 많다. 그 자리는 더 큰 웅덩이가 되어 빠져나오기 힘들 때도 있다. 도처에 터지는 일들이 때로는 감당이 안될 때도 있다. 미루는 일이 다반사다. 지나가겠지 한다.
여자는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하고 견디면서 지내고, 남자는 일주일에 세 번 하는 훈련을 빠지지 않는 부지런함으로 달리는 일에 열심이다. 생활을 단순화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집중하는 면에서나 완성도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활을 단순화하고 있다. 일하기, 명상하기, 운동하기, 달리기, 독서하기까지 다섯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여자는 습관이 되면 버리라고 했다. 아직 습관이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일을 하면서도 갯수를 줄여야 하지만 여러가지 일이라도 한 가지씩 처리하려 한다. 운동하기와 달리기를 나눈 이유는 달리기는 일주일에 3번 훈련을 하지만, 운동하기는 복근 운동과 푸쉬업을 매일 해야 하는 운동으로 생각해서다.
러너라면 운동의 연습량을 줄이더라도 휴식은 이틀 이상 연속으로 갖지 않아야 하는 게 훈련기간에 있어서 기본적인 규칙이다. 근육은 잘 길들여진 애완동물과 비슷하다. 주의깊게 단계적으로 부담을 늘려 나가면, 근육은 그 훈련에 견딜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간다. "이만큼 훈련해야 너를 지켜낼 수 있단다." 하고 실례를 보여가며 반복적으로 설득하면 그 요구에 맞춰 서서히 적응한다. 무리하면 고장난다. 시간만 충분히 들이고, 단계적으로 실행하면서 기억과 반복에 의해서 근육에 입력되어 간다.
러너의 근육은 무척 융통성 없고 고집 센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절차를 지켜, 단계적으로 나아가면 불평하지 않는다. 게으름이나 훈련을 하지 않을 충분한 이유를 들어 훈련을 쉬어버리면 "어랏? 이렇게 까지 힘들게 달리지 않아도 되는구나, 아 잘 됐다" 하고 한계치를 자동으로 떨어뜨려 버린다. 근육이란 것도 살아있는 동물과 같아서 가능하면 힘 안들이고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일단 풀려버린 기억을 다시 주입하기 위해서는 같은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큰 경주를 앞둔 중요한 훈련시기에는 우리의 다리와 머리에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이건 말이야, 애들 장난이 아니란다. 니가 잘 해줬음 좋겠어." 라고 명확히 각인 시켜 줄 필요가 있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은 주중의 훈련이고, 토요일은 정기 모임에 참석해서 훈련을 한다. 토요일 정기모임에서는 가능한 한 모든 회원이 참석하여 인사하고, 준비운동을 착실하게 하고 각자 능력에 맞게 양재천을 따라 한강쪽으로는 등용문 까지, 과천 방향으로는 관문운동장 까지 약 10km를 왕복한다. 양재천의 모든 주로는 사계절 내내 좋지만 무엇보다 계절의 여왕은 봄이기에 봄이 가장 좋다고 말 할 수밖에 없다. 웬만큼 춥거나 덥거나 비가 와도 달리기는 계속되지만 이런 여름같은 혹서기는 더위를 피해 시민의 숲이나 문화예술공원의 그늘을 찾아 달리기도 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관문운동장 트랙에서 여러가지 훈련을 한다. 조깅으로 400미터 트랙을 25바퀴 달리는 게 기본 훈련이다. 속도가 느리고 몸이 조금 좋지 않아도 10km는 꼭 뛰어야 하는 게 정해진 룰이다. 때에 따라 근력운동에 집중하기도 하고, 코오롱 선수단의 감독이나 코치를 모셔서 마라톤 강의를 열기도 한다. 조깅으로 5바퀴를 돌고 나서 800m 질주, 400미터 천천히 달리는 인터벌을 5~6회 하는 훈련은 기록 단축을 위해 꼭 필요하다. 트랙이 깔린 넓은 운동장에서 시도하지 못하거나 금지된 달리기 규정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7월 중순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트레이닝 기간이다. 10월 28일 춘천마라톤, 11월 4일 중앙마라톤을 대비한 훈련을 3개월 정도 남겨놓고 근육에게 조금 무리한 부탁을 해야 하는 시기다. 트레이닝 기간이 되면 일요일 훈련이 추가된다. 일요일 7시 정도 모여서 주로 장거리를 뛰는 훈련을 한다. 한 달에 200km 이상을 달려줘야 대회에서 원하는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7월 8일부터 시작된 일요일 훈련은 점점 강도가 세어진다. 개인적인 목표는 sub-4, 즉 풀코스 4시간 이내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안간힘을 쓰거나 엄청 대단한 삶의 목표인 양 대하지 않고 즐겁고 기쁜 일상으로 달성하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오늘은 관문 체육공원에서 시작해서 정모장소인 영동 1교를 지나 영동 3교까지 왕복 16km 를 달렸다. 1km 를 5분 40초의 시간으로 달렸다.
정말 잘 달렸다. 물론 페이스 메이커 친구가 도와주어서 달성한 성과다. 어찌나 다그치는지 머리가 하얗게 되도록 달린다. 불만이나 "되게 지랄하네." 와 같은 투덜거림은 전혀 없다. 중부 지역의 무림고수, 중원을 평정하고 야인으로 돌아온 최고의 러너의 지도를 받고 있다는 자부심이 오히려 자랑스러움이 된다. 아래에 기록을 남긴다. 시계도 사야하나 고민도 된다.
오늘 알았다. 나에게 스스로를 가두려는 마음이 항상 존재한다고 감독이 말했다. 9키로 넘어서는 데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면서 "하~ 이제 그만하자. 힘들다. 걷고 싶다. 이렇게 뛰어서 머하려고?"하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자동으로 몸에 힘을 빼는 순간이 왔다. 이걸 감독이 알아챘다.
"널 가두지 말아. 스스로 닫지 말고 투정부리지 말고 달려."감독이 말했다.
"초짜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군말없이 달려야지, 네가 스스로 추스르는 방법도 모르면서 불평만 하냐?" 다시 말했다.
정신이 아득하다. '그게 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문체육공원으로 복귀하는 내내 생각했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어디부터 막 되먹은건지.
무엇이든 좋은 게 좋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 지나친 경쟁을 싫어하는 문명 회피적인 생각들, 여유를 부리지만 그건 자멸하는 길로 빠져드는 과정을 모르는 인간,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모질 게 대하지 못하고, 좋은 것만 주고 받고 싶다는 삐뚫어진 덜 떨어진 사람이 나였음을 적나라하게 보았다. 페일이다. Fail, Error 를 어찌해야 하나.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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