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한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

지구빵집 2018. 10. 1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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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사람은 의미없어 보이는 삶의 작은 부분들마저도 역사적인 것으로 옮겨 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삶의 모든 면들에 대해 - 사소한 달리기, 해골 문양이 그려진 후드티, 대충 그린 물개 그림까지도 '그래!'하고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쓰는 글은 세상 모든 것을 재료로 해서 이루어진다. 모든 존재가 소중하며, 삶은 더더욱 소중하다. 덧없이 지나가는 세상의 모든 순간과 사물,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것이 글쓰는 사람이 갖는 의무다. 


삶의 세부사항은 기록으로 남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일상의 세부사항을 묘사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방향을 잃어버리고 지나치게 빠른 속도와 효율성만을 주장하는 문명과, 정보와 시간을 무기로 대량학살하려는 네트워크의 폭력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이다. 모든 죽은 사람들은 반려동물이나 고기처럼 죽어도 되는 이름없는 무리가 아니다. 그들은 어떤 곳에서도 각자 역할을 해내고 숭고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아침이면 부산을 떨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시장으로 계란과 빵을 사러 나가고, 크고 작은 소망을 품고 지냈으며, 땅위에서 모든 슬픔과 겨울을 겪었고 한시도 멈추지 않고 뛰는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세부묘사는 사람이 만나는 세상 모든 일과 짧은 시간에 이름을 붙여주고, 이름을 불러주며 영원히 기억하는 일이다. 바깥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계절을 즐기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 조용한 사무실 책상에 미룬 일들을 신경질적으로 바라보는, 운동을 좋아하면서 담배와 커피로 균형을 잡는 프로그래머가 일에 몰두한다. 글쓰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삶을 이루는 사소하고 보잘것 없는 것들에 대해 경건하게 "좋았어!"라고 긍정하는 일이다.


글이 글을 쓰도록 한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없다. 명상을 시작하고 5분 정도 지나면 명상이 명상을 하게 되는 것처럼 글은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쓰여진다. 세부묘사를 생각하지 말고 네가 느낀것을 본대로 적어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있다고 쓰지 마라. 손이 축축하게 땀에 젖었고, 피부를 타고 팔로, 어깨로 올라가 여자의 목선을 타고 머리로 간다. 여자는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가슴을 타고 내려오면 콩콩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린다. 힘이 잔뜩 들어간 여자의 배 아래에 골반을 감싼 두 다리를 꼭 붙인 틈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네가 처한 상황과 진실을, 옳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라.


여자가 베푸는 배려와 애정이 없다면 당장 글쓰기를 중단할 수도 있다. 사실 고통을 무릅쓰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겪는 일이다. 글쓰기는 스스로든 타인을 통해서든 수 없이 느껴 왔던 감정을 인정하고, 감정에 빛을 주고, 색깔을 입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진짜 일어난 일은 재미가 없다. 현실은 보잘 것 없고 비루하다. 리얼은 단순하고 길지 않다. 이야기는 장엄하고 다양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리얼보다 스토리를 선택해야 한다. 리얼에 스토리를 입히고 색을 입혀줘야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현실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냥 살아가는 삶이 있다. 그냥 글을 쓰고, 잠을 자고, 그냥 만지고 싶은 것이다. 여자의 삶에 함께하는 일처럼 신나고 재미있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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