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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망을 인정하니 편하구나. 세상에나, 여기가 끝인데.

지구빵집 2018. 12. 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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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망을 인정하니 편하구나. 세상에나, 여기가 끝인데.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이다. 어떻게보면 정말 자살각일 정도로 암울한 말 일 수도 있지만, 의미가 좀 내가 생각하는 바와 많이 달라 좀 의외였다. 언론, 방송에서도 회자되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단어다. 흙수저나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사뭇 이생망도 비하적인 의미로 쓰여서 안타깝다.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의 감정은 자조나 비하, 절망 이런것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생망에는 한 마디로 자살각이라는 뜻이 들어있다고 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무엇을 해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물론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면 대부분 망치거나 안 좋은 쪽으로 마무리 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있다. 즐거움이 조금 늘어난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그간 계급사회와 국가를 비관하는 유행어들은 숱하게 있어왔다. 가령 흙수저는 계급사회를 비난하는 유행어이고 헬조선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자국 비하 단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생망은 사회좌절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로서, 절망적인 시대와 사회상을 조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희망 자체를 놓아버렸음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나무위키 참고 https://namu.wiki/w/%EC%9D%B4%EC%83%9D%EB%A7%9D) 예를 들어 출산과 연애를 포기해서 2포 세대라느니 출산, 연애, 취업을 포기해서 삼포 세대라느니 '무언가를 포기하고 살 수밖에 없는 세대에 대한 자기비하가 다분한 단어'들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이생망은 취업이고 나발이고 삶 자체가 망해서 이제는 살 수조차 없는 암울한 세태임을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과연 극단적 허무주의의 발현인가? 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이왕 이생망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잘 참고, 버티고, 살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왕 망했으니 무어라도 여기서 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환생을 진지하게 믿고 있지 않는 한 이생망이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삶과 죽음 전반에 대해서 아무런 기대와 희망을 갖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록 실제로 이생망을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사람들이 실제로 절망적인 상황인지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는지 등등을 떠나서, 이러한 삶의 태도는 일종의 철학적 자살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같은 주소링크)

'이생망'은 가끔 농담으로 잘하는 말이 되었다. 견디기 힘들다거나 어려운 상황도 '이생망인데 그런 거 하나 견디지 못하겠냐'와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이생망인데 못할 게 무어냐. 하는 식이다. 전부 다 가능하다. 모든 일이 인내가 가능하다. 하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하고 시도해도 된다는 말이다. 이왕 비에 젖었는데 팬티까지 젖으면 어떠냐 하는 의미다. 와이프가 되었든, 아이가 되었든 이생망인데 내가 니네 하나 건사하지 못하겠냐. 마치 초월해서 모든 일들이 하찮으므로 어떤 일도 다 자신있게 해 낼 수 있는 삶의 자세를 갖게 한다.


사진출처 :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1935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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