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그는 자신과 화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지구빵집 2019. 3. 8. 10:53
반응형



  남자는 자기가 가진 것이 좋아지는 충분한 시간을 일부러 길게 끌고 나간다.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꾸준히 좋아지는 사람이다. 좋아질 때는 무엇인지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좋아진 표시가 뚜렷하게 보이는 사람, 바로 남자가 좋아지는 방식이다. 일상에서 남자의 몸과 자세, 태도 등 모든 면에서 좋아진 대부분은 물론 그에게 의지하는 방식으로 나아졌다. 그가 바라는 대로 하고 있지만 좋아졌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시간에 우리는 서로가 놀라울 정도로 많이 변했다. 그와 나의 외모도 많이 변했고,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변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게 많이 변했다. 해가 가고 계절이 순환한다는 말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말과 같다. 

  아이는 자라는 게 눈에 보인다. 머리카락, 큼직한 손과 발, 몸통, 엉덩이, 허벅지, 발목 까지 몸을 구성하는 각 부분은 매일 달라진다. 어린 티를 벗고 조금 더 크면서 목소리가 변하고 자라는 속도가 빨라진다. 너무 빨리 자라니 미처 몸이 자리 잡기 전에 피부가 거칠다. 뾰족 뾰족한 모양으로 번개 자국 비슷하게 등이나 엉덩이 같은 데에 선을 남기며 부드러운 피부가 트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그의 어머니는 '보는 것도 아깝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아직도 변해야 할 것이 남았다면, 변하는 시간이 오길 바라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몸이든, 마음이든 어떤 부분에 해당되는 것이라도 상관은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상을 조금씩 바꾸고, 서로 원하는 것을 얻게 되고, 바꾸지 않아도 되거나 바꿀 마음이 없는 일은 우리를 지나가도록 지켜보면 된다. 

  아무리 원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힘든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일은 빨리 방향을 바꾸거나, 다른 규칙을 만들거나, 아니면 일이 되는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나, 여자가 남자를 생각하는 방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변하지 않는 게 아름답다고, 아름답게 남을 거라고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 일상을 살아내는 시간을 보내며 남자는 보기에 좋아 보이고, 자기 일을 하고, 누구보다 멋진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참고 지내기도 했다. 애초에 그런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이다. 남자는 항상 규칙을 잘 지키고, 해야 할 일을 하고, 함께 이야기한 일은 잊지 않고 해 나갔다. 

  남자는 애당초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에게 말해주거나 권하는, 자신에게 좋은 일을 굉장히 쑥스럽게 생각했다. 좋은 말에도 투덜대는 성격이고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는 기질을 자랑하는 사람이다. 모든 말을 반대로 이해하고, 궤변을 늘어놓는 습관은 어지간히 고쳐지지 않았다. 어떻게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지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어린아이였다. 걷기도 전에 뛸 생각을 하는 무모한 아이였다. 열정을 쏟을 데와 쏟지 않아야 할 곳을 구분할 줄 모르는 물가를 뛰어다니는 조마조마한 소년이 남자였다. 남자가 두려운 것은 열정을 쏟을 곳이 한 군데도 없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었다. 쏟을 곳은 널렸고 쏟아야 하는 데도, 쏟는 데까지 빠져드는 과정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참 변하기 어려운 부류의 사람이다.

  우리가 보내는 시간이 가장 귀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이루고 실행하며 완성하는 일은 기쁘기도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마음 한 구석이 무너진다고 생각한 이유는 절실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생생히 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따로 보내고, 아주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상을 남자는 억지로 잘 참고 있다. 남자는 계절이 가고 다시 오는 것처럼 덧없이 무엇인가 흘러간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남자는 어느새 가만히 지켜보는 일에 익숙했다. 그러지 않았던 사람이었다.-見河- 



이미지 출처 : @unknown. 지금은 얼마나 긴 시간인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