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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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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건지 

 

남자는 알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남자를 만나면서 처음보다 가면 갈수록 사람이 달라졌다. 점점 더 멋진 사람이 되고, 나와 잘 어울리게 되고, 자신이 보기에도 아름답게 변해갔다. 남자는 애쓰는 만큼 아주 조금씩 나아졌다. 현저한 변화는 진실한 모습이 아니고, 스프링의 탄성처럼 금방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볼 때마다 약간 피로한 모습은 그가 스스로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애쓰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가 여러 가지 것들을 익히고, 변화하는 모든 과정에 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없이도 남자는 스스로 잘하는 사람이다. 그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그가 하고 싶은 것만, 언제든지 즐겁게 하길 바랬다. 실제로 남자는 스스로 잘하는 사람이다. 우리 나이대에는 마음을 감추거나, 의도를 숨기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나이가 아니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비밀로 여겨지는 관계는 좋은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알아야 하지 않을 사람이 아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앞으로도 남자는 훌륭한 태도를 갖추고, 단정한 생활을 추구하고, 원하는 일을 하면서 나아갈 여지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가 들인 노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남자는 그냥 손을 놓아버리면 언제든 모두 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은 나와 연관된 게 아니라 남자 자신의 일이었기에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다 바꾼 거야. 생각하는 버릇, 태도, 자세, 그리고 마음까지 몽땅 바꿔버린 거야. 그냥 누군가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정말 갖고 싶었어." 남자가 말했다.

"내가 이걸 또 빼앗길 거 같아? 금방? 이건 누군가에게 뺏기는 게 아니라, 내가 놓아야 뺏기는 거야." 남자가 말했다.

이런 식의 관계를 남자는 좋아하지 않아 보인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남자는 누군가, 무엇인가 어떤 형태로 결론을 내려주길 원했다. 우리는 결정할 수 없는 사람이다. 특히 경험하지 못한 낯선 일들에 대해서 결정하기는 더욱 힘들다. 남자는 점점 지쳐간다. 그를 생각하고,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상하게 남자는 침울해져 간다. 그러니까 세상 들뜨고 좋은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주눅이 들거나 슬픈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간다. 

월악산 송계 계곡에 있는 00대학교 학술림에 대학교 동창 모임이 있어 다녀왔다. 오후 늦게 차를 끌고 간다. 영동선을 타고 가다 중부내륙선으로 갈아타고, 행정구역 상으로 제천시 한수면 미륵송계로 1407 지번을 찾아간다. 이곳 참 오랜만이다. 겹겹이 솟아있는 높은 산과 구름과 하늘을 보았다. 저 큰 산 하나가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나면 평지가 될까? 영원한 것은 구름과 하늘 말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풋! 하늘, 하늘은 없는 건데. 어떻게 이름을 붙이고 매일 바라보는 건지. 하늘 위가 어디까지고 하늘은 몇 미터에 있고, 우리가 다다를 수 있는 건가? 하늘은 없는 것인데. 오로지 자연만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생각도 틀린 생각일 수 있다. 우주의 초월적 경지가 바로 그런 생각을 가능하게 한다. 남자는 초월했다. 월악산은 해발 1,094미터인 높은 산이다. 제법 운전하면서 보이는 높은 산들이 구름과 겹쳐있는 모습은 볼만한 경치다. 

풀과 꽃들은 애쓰지 않아도 잘 자라고 꽃을 피운다. 물고기는 유영(游泳)하려 애쓰지 않아도 유영한다. 이것이 그들의 본성이다. 자연의 지능(知能)은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고, 태평하고, 조화롭고, 사랑스럽게 작동한다. 인간의 존재와 삶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을 애쓰지 않고 수월하게 물리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적게 하고 많이 이루어야 한다는 '최소 노력의 법칙'에 맞지 않으면 행복한 일은 아니다. 기를 쓰고 죽음을 각오하며 인간의 본성을 살리거나, 한쪽으로 치우쳐 드러내고 자랑하는 일에 고생하며 열중하는 일은 인간의 본성이 제대로 발현하는 일은 아니라서, 의외로 걱정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 

남자가 준비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은 가지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힘든 만큼 남자도 버티기가 힘들었다. 남자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 기다렸고, 그와 떨어져 있는 시간은 억지로라도 촘촘한 일들로 채워야 그나마 흘려보낼 수 있었다. 모든 순간들이 궁금해도 묻지 않는 버릇을 만들었다. 나는 모든 결정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특히 무엇인가 결정하면 대부분을 그의 뜻대로 따랐다. 결과가 중요했던 적은 없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는 천천히 지쳐가고 있다. 더 이상 좋아지려고 하지 않을 거고, 참고 지내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걸어가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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