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돌아가기 싫으면 미루지 말고 반드시 끝까지 하라고.

지구빵집 2019. 7. 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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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기가 더 힘든 곳까지 왔어.

 

지나온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기 싫은 생각이 든다. 아무리 달리기를 하지 않았던 때가 좋았고, 재미도 있었고, 대부분 비우고 살아서 다행이었지만 우리가 없었던 무채색 세상이었다. 다시 그런 무채색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금 익히고 있는 일과 하나씩 얻은 것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밝은 얼굴과 탄탄하고 날렵한 몸매를 눈에 보인다고 하면 보이는 것이지만, 그것마저도 하루도 빼먹지 않는 훈련을 통해 어렵게 얻었다. 남자의 몸에 꼭 맞게 만들었다. 남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 누구나 보기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손에 잡히고, 갖고 싶다고 해서 금방 갖게 되고, 가진 것을 하나씩 내다 팔 수 있는 그런 것이라면 처음으로 돌아가기가 훨씬 쉬웠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지나온 세계로 가고 싶지도 않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나중에 그리워질 텐데 아직은 그립지 않다. 지난 일을 그리워하지 않아야 하고, 바라보면서 흘려보내는 방법을 알았다. 과거나 미래에게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는 자유다.

 

 

"돌아가기 싫어졌어. 그래서 미루지 않을 거야. 일하지 않으면 퇴근도 안 해, 해야 할 일을 다 할 때까지. 

내가 여기까지 온 게 자랑스럽고, 좀 멋져 보여. 아니? 얼마나 내가 대단한지 말이야, 하루 종일 막 웃음이 나는 날도 많아. 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내가 된 게 좋은 거야. 나를 바라보면 너무 좋은 거야. 드디어 미친건가? 하하

그러니 이제 돌아가지 않을 거고, 돌아갈 수 없어. 앞으로 나가는 게 더 쉬워 보여. 총천연색(總天然色) 세상에서 살고 싶어."


 

  나에게 하는 말은 도통 재수가 없었다. 밀어붙이기 일쑤고, 관대하지도 않았다. 조금이라도 스스로에게 흠 잡힐까 봐 전전긍긍하는 겁쟁이의 비명처럼 말했다. 일하는 중이라든가 어떤 대상에 몰입 중일 때 혼잣말을 잘하는 버릇이 있다. 마치 옆 사람과 대화를 하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 중얼중얼하면서 싶은 말을 다 하면 일은 끝난다.

  남자는 스스로 더 좋아지기 위한 노력이 힘들어서 투정을 부렸다. 앞으로도 여러면에서 나아지더라도 그건 진심이 아닐 거라고도 말했다. 지친건지 아니면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 힘든 것인지 묻지 않았다. 늘 누군가를 바라보고 지내는 것도 지겹다고 했다. 앞으로 가보았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서인지 몰라도 남자는 지쳤는지 괜히 심통을 부린다. 그는 오히려 우리가 단계적으로 관계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남자는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남자는 언젠가 우리가 성장이 멈추고 발전할 수 없는 곳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남자가 어떤 생각을 하든지 그건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여하튼 다루기는 어렵고, 설득하기는 더 힘든 남자를 옆에 두고 지켜본다.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가 얻은 것을 언제 한꺼번에 내려 놓고 떠날지도 불안했다. 지금은 아무런 걱정도 없고, 평화로운 날이 지나간다. -見河-

 

  

단단하고 거센 강하고 빛나는 살구색 팔목. 책은 비움이네. 비움. 요가 수트라 1,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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