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정기 모임에서는 보통 13킬로미터 정도를 달린다. 영동 1교에서 모여서 과천 관문 체육공원까지 두 줄로 나란히 맞춰 천천히 조깅을 한다. 준비운동을 하고 몸의 상태도 모두 다르지만 되도록이면 천천히 달린다. 몸을 푸는 이유도 있고, 간간히 웃으며 이야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리의 몸이 달리는 길과 중력에 충분히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여름 더운 날씨라서 아침 일찍 운동을 시작해도 금방 땀에 흠뻑 젖는다. 운동장에 도착해 잠깐 휴식하고 물을 마신다. 돌아올 때는 함께 출발해서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약간 빠르게 달린다. 그러면서 여러 그룹으로 나뉜다. 빨리 출발하다가 걷는 그룹, 서서히 뛰면서 나중에 빨리 달리는 그룹,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달리는 그룹, 그리고 가장 빨리 맨 앞에서 달리는 그룹도 있다.
우리가 늘 뒤처져 달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천천히 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원인은 중간에 한 번은 걷기 때문이다. 힘들어서도 걷고, 지쳐서도 걷는 일은 우리가 뒤처지는 가장 큰 이유다. 되도록이면 어떤 경주에서든지 앞선 그룹에 가서 달려야 한다. 일단 늦게 출발하거나 뒤에 있는 그룹에서 열심히 달린다고 해도, 앞선 선두 그룹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천천히 뒤에서 가는 일은 고통스럽지 않고, 달리다가도 아무데서나 쉬기도 하는 등 얼토당토않은 환상적인 달콤한 맛을 보게 된다. 긴 거리를 달리다가 걷는 맛은 아주 달콤한 맛이다. 편안한 그룹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뒤에 있는 그룹에서 열심히 달려 중간 그룹에 올라오면 아주 좋은 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간 그룹은 서로 쉬었다 가자는 기운이 돌아 걷기 시작한다. 모두 마음을 놓고 함께 걷게 된다. 일단 걷게 되면 다시 처음처럼 뒤처지는 그룹속에서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마음은 우울이냐, 도전이냐에 대한 선택으로 요동치는 과정을 겪고 대부분 우울함을 갖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가능한 한 뒤에서 달리지 않는다. 뒤에 있는 그룹에서 달리지 않고 앞에 있는 그룹으로 간다. 중간 그룹에 끼지도 않는다. 중간 그룹은 달리기의 다크호스이기도 하지만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반환점이라든가, 아니면 다시 피니시라인을 지나게 되면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아픔인지, 고통인지 구분이 쉽지 않아 언제나 한 번은 걷게 되어있다. 중간 그룹은 부지런히 선두 그룹을 쫒아가다 포기하고 함께 걷게 되거나, 그룹에서 빠져나와 앞서서 먼저 가려고 하다가 욕이나 먹게 된다. 사람들은 조직을 이루고 단체를 유지하기를 좋아해서 함께 달리다가도 누가 속도를 내어 치고나가기라도 하면 반사적으로 말린다. 함께 가자고 하면서 잡는 상황에서 뿌리치며 달려 나가기란 쉽지 않다.
정말 좋은 방법은 단 하나다. 앞선 그룹에서 함께 출발하는 일이다. 스스로 앞서서 먼저 출발해야 한다. 설사 함께 출발하지 못했더라도 되도록 빠른 시간에 앞선 그룹에 합류하는 일이다. 뒤처지지 말고 앞선 그룹에서 함께 달려간다. 걷거나 쉬거나 하지 않는다. 그들과 보조를 맞춘다. 한 걸음도 앞선 그룹에서 멀어지지 말아야 한다. 결승점까지, 가고 싶은 곳까지 가는 동안 함께 달려야 한다. 힘들거나 지친다고 너의 마음대로 멈추거나 중단할 곳을 정하지 않는다. 어디서 멈출 건지는 앞선 그룹에서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결정한다. -見河-
대회 때마다 몇 만명의 사람이 함께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 당신이 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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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