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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마라톤 달려봤니? 양재천에서"마라톤 도서 출간

지구빵집 2019. 9. 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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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마라톤 달려봤니? 양재천에서" 출간, 우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너! 마라톤 달려봤니? 양재천에서" 책이 나왔다. 오늘 모든 도서 구매 사이트에서 "너! 마라톤 달려봤니" 검색하면 나온다. 너 하고! 빠뜨리면 잘 안 나온다. 

 

산고의 고통, 이런 하나의 단어로 전해지는 깊이는 얕고도 얕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직접 체험하기 전에는 실제 상황과 느낌을 모른다. 아이를 처음으로 출산할 때, 당연히 처음이었다. 분만실 생각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괴기스러운 분만실의 분위기는 너무나 썰렁했다. 추운 겨울에 찬 쇳덩어리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춥게 느껴지는 실내 기온은 말할 것도 없고 제법 넓은 방에 여기저기 놓여 있는 의자와 스테인리스 선반들, 바닥은 시멘트에 방수액을 발라서 마치 물에 젖은 느낌을 주었다. 잔뜩 긴장한 나는 '이런 데서 애를 낳아도 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원래 수술실과 마찬가지로 분만실의 풍경도 그렇다는 것이다. 원래! 온도가 낮아야 상처를 잘 아물게 하고, 세균 오염이 없다는 사실로 미루어도 지극히 정상적인 풍경이었다.

 

  세상에 쉬운 출산은 없다고 한다. 아무리 진통이나 분만 시간이 짧아도 분만의 고통은 겪어 본 사람만 알 정도로 상상초월이라고 한다. 인간의 망각은 그 고통마져도 잊고 다시 아이를 갖는 순기능을 한다. 오히려 내 생각엔 분만의 고통보다 아기가 뱃속에 있는 기간을 참고 견디는 일이 훨씬 힘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보통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는 기간은 259일~293일이다(임신 37주~41주 6일). 힘든 산고의 고통을 이겨내고 출산한 아기와 만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감동적이고 축복인 순간을 만든다.

 

  새벽에 양수가 터졌다고 아침 출근을 하는 나에게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말도 없이 아침을 차리고 남자를 회사로 보낸다. 여자는 집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마치 집에 아무도 살지 않았던 것처럼 반듯하게 치운다. 여행을 가거나, 며칠 집을 비우기라도 하면 여자는 늘 흔적을 지운다. 얼핏 보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군다. 여자가 입원한 저녁부터 병원에 있었다. 내가 한 일은 진통이 오면 간호사를 호출하고, 화장실을 사용할 때 부축해주고,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하는 정도였다. 분만 예정시간이 다음 날 오전으로 잡혀 남자는 집으로 간다. 오전에 다시 나오니 제법 아이가 막 나오려고 하는 진통이 시작되었다. 오전 11시 30분에 분만실로 이동한다.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되었지만 참는 일을 잘하는 여자는 크게 아파하지 않는다. 살아온 환경에 따라 어떤 사람은 작은 감정을 크게 표현하며 지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감정을 조금도 표현하지 않는다. 여자는 속으로는 힘들지 모르지만 거의 무덤덤하게 이야기하고, 고개만 저을 뿐이다. 아이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가 호흡법을 알려주고, 힘주라고 소리치고, 높다란 배를 사방에서 누르기도 한다. 나는 여자의 손을 꼭 잡고 머리끄덩이를 잡힐 각오를 하면서 여자를 바라본다. 드디어 아들이 세상과 만났다. 탯줄이 연결된 채로 아이를 들어 엄마 가슴에 올려놓는다. 아이는 한번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더니 조용하다. 가슴에 아이를 안은 여자는 눈물이 글썽인다. 남자는 다가가 아이를 안는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의사가 '탯줄을 통해 아이에게 다시 좋지 않은 액체가 들어갈 수 있으니 어서 탯줄을 잘라야 한다.'라고 말한다. 나는 탯줄을 가위로 잘랐고, 한번 동여매고 하는 일은 간호사가 하였다. 모든 탄생은 신비함을 넘어 고귀한 경험을 안겨준다.

 

  우리가 해낸 일이 똑같은 과정을 밟았다. 고통은 없었지만 산통깨는 일을 종종 했고, 출산의 감동에 앞서 여러 사람의 불만을 들어야 했다. 늘 많은 사람이 얽힌 일이 복잡한 것처럼 상황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면서 일을 마쳤다. 편집일을 끝내고, 최종 교정을 거치고, 인쇄소로 넘겨지고 마지막으로 책이 나왔다. 기쁜 일이다. 봄과 여름을 거치면서 우리는 또 한 걸음 내딛고, 성장하고 무엇보다 우리가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일을 마쳤다. 기억에 남고, 모두에게 좋고, 위대한 일을 마무리하는 경험은 흔치 않다. 하기 싫은 일이라도 일단 시작하면 반드시 성과를 내는 버릇이 있다. 어떤 일에서 건 우리는 무적이었다. 우리는 어쩜 일을 그렇게 잘하는지. 서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見河- 

 

<너! 마라톤 달려봤니? 양재천에서> 도서 구매 사이트 링크

 

예스24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

반디앤루니스

도서11번가

 

 

 

 

엮인 글

 

 

처음 책을 만들자는 제안에 딴지를 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왜 하느냐 무슨 의미가 있느냐, 마라토너는 그저 달리는 일만 하면 된다며 어느 누구도 찬성의 메시지나 제스처를 준 사람이 내 기억엔 없었다. 고성이 오가고 술잔이 오가고 몇 날 몇 달이 지나도 비관적이었다. 오로지 이 빛을 본 사람은 겨우 너 댓사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고성 속에 한 마디 말로, 술잔 속에 마지막 잔 비움으로 설득했다. 겨울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렇게 봄을 지나 초여름이 돼서 반대하던 혹은 시큰둥하던 사람들이 제풀에 꺾일 무렵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통보식으로 집행부에 알리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편집위원회가 구성되었다. 하지만 편집위원들은 각기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경험 서로 다른 책과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라 '달리는 일'이외는 공통분모를 찾기가 어려웠다. 중요한 것은 글감이 좋았으면 진행에 속도가 붙었겠지만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그저 달리고 난 후 느끼는 소감 정도의 글이다 보니 책으로 엮는다는 것이 다소 회의적이었다. 학급 문고 정도의 수준이면 딱 맞을 듯했다. 또다시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되었다.

 

A는 나에게 B의 이야기를 하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B는 나에게 SNS를 보내며 A를 설득해 달라고 졸라댔다. 중간에선 나는 때론 큰소리로 때론 봄바람 같은 말투로 설득하고 주장하고 화내고. 날은 초복, 중복, 말복으로 치닫게 되면서 더 더워졌다. 시간은 촉박했다. 나이 든 위원들은 몸에 탈이 나기 시작했고 그저 보기에도 위태로웠다. 글을 모으고 다듬고, 목차를 만들고, 겉표지, 책 제목, 세부 디자인, 삽화 등 책은 책대로 진행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예산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이런 불쾌하고 습한 것만 있지 않았다. 잠깐이지만 우린 맛있는 호도 파이, 오징어, 도넛을 함께 나누었고 어스름 해 질 녘에는 코다리찜과 시원한 맥주를 시켜 놓고 호탕하게 웃으며 초판에 이어 2쇄, 3쇄를 연거푸 찍어내는 이상한 상상도 했다.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장윤정의 '사랑아'를 볼륨업 시켜 놓고 마구 춤을 추기도 했다. 하마터면 차가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예의 바른 편집위원은 회의 마치고 식사라도 하면 반드시 SNS 단체 톡방에 감사의 표시를 잊지 않고 했다. 결국 책에는 쓰이지 않았지만 보내오는 삽화를 보며 어느 부분에 들어갈지를 의논하며 이마를 마주대곤 했다.

 

1차 원고를 도서출판 품에 넘기고 잠깐의 여유시간을 갖고 추석명절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 2차 수정에 집중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오탈자가 수두룩하게 문장 속에서 비집고 나왔다. 마치 두더지 머리처럼 여기, 저기서 뿅뿅뿅.

 

결실의 계절 가을이라고 했던가!

 

우린 그동안의 산고를 치르고 9월 24일 11시 45분에 <너! 마라톤 달려봤니? 양재천에서>를 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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