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문장의 주인은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의 주어와 술어다.

지구빵집 2020. 1. 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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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합리적인 곳에서 시작하고, 다른 사람이 미친 지점에서 시작한다면 해답은 합리와 미친 지점 어딘가에 있다.

 

  우리를 둘러싼 바람과 햇살, 노을과 하늘을 한 점도 소유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직 시간의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온전히 느낀다면 우리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제대로 느낀다는 말은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는 주황 노을이나 어두운 블루, 피부를 스치는 바람에 대해 설명해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물결에 대해서, 나뭇잎에 대해서, 파도에 대해서 알려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몸을 움직여 파도를 맞거나, 보거나, 스치는 것으로 안다. 오로지 행동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문장을 쓸 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써 나간다. 이 말은 누구나 글을 읽을 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나간다는 말과 같다. 이 원칙은 한글을 사용하는 누구나 너무 당연해서 원칙이라고 여기지 못하는 기본적인 원리다. 마음이나 생각은 다르다. 문장처럼 구체적일 수가 없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남자는 말로 표현하는 데 구체적이지 않았다. 상대방이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구태여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남자가 알고 있는 사실이나 생각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의 '주어'와 '술어'다. 문장 안에 깃들어 사는 주어와 술어가 주인이다. 주어가 술어가 원할 때가 아니라면 괜한 낱말을 덧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남자는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나라고 생각하니까, 쓰기 전에 다 알고 있는 나는 읽는 사람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기준을 문장에 두어야 한다. 글을 읽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다. 남자는 글을 쓸 때도, 말을 할 때도 듣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에게 알아야 할 정보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의 오래된 습관이다. 남자는 '이 정도면 다 알겠지'라고 지레짐작하고 쓰고 말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은 모른다는 말과 같다. 애매모호하다는 말이고, 용기가 없다는 말이고, 감추고 싶다는 거고, 사실을 말이나 문장으로 표현할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남자는 상세하고 생생하게 말하기로 결심한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제를 표현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다루는 말을 하고, 명확하고 단호하게 행동하자고 생각한다. 말을 하고 나서 상세하게 설명이 필요한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뭉뚱그려 '잘 알겠거니' 생각하고 하는 말은 더 이상 필요 없다. 헛도는 말이나 모호한 말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한다. 모호함이 주는 괜한 기대감이나 희망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피곤하게 한다. 구체적인 행동이 구체적인 결과를 만든다. 무엇이든 뚜렷한 표현과 정확한 문장을 쓰고 단도직입한 삶을 살아야 한다. 항상 길게 쓰고, 짧게 말해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포즈 사진. 안보이는 데 다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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