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러너스

새로운 명상과 관조, 시즌오픈 마라톤 하프

지구빵집 2020. 1. 2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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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면으로 들어가는 일은 그다지 행복한 일은 아니다. 어떤 일이건 한 시간을 계속 생각하면 결국 혼란과 불행에 도달한다. 내면은 우리가 경험하고 배운 지식과 문화와 욕망의 총합이라서 굳이 헤집어 볼 필요가 없다. 반면에 자신을 떠나 외부에서 위안과 행복을 찾는 일도 그다지 권장할 일은 아니다. 기대나 의지는 늘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이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다면 모든 일은 상투적인 일이다. 금방 싫증 난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악마에게 더 깊이 빠진다면 우리가 사는 삶이 무슨 소용인가. 우리를 멈추게 하는 일도 전진하게 하는 일도 자신이 결정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잠을 많이 자고, 술 취하지 않고, 생활의 한 구간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일을 할 때 깊이 몰입하는 일을 생각한다. 

 

  남자는 더욱 강하게 마음을 먹는다. 이제 남자를 정지시킬 만한 미끼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강하게 몰입하고,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시야를 좁게 보고 한 걸음 내딛는 게 목적인 사람을 어떻게 막을 수가 있단 말인가. 갑자기 하늘이 무너졌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 삶은 늘 변한다.

 

  일요일 오후 2시에 달리니 겨울 햇살은 약간 따뜻하다. 극성인 미세먼지도 없는 맑은 하늘이다. 한강은 바람이 불어 물결이 낮게 인다. 햇살이 정확히 머리 위에 있으니 물결이 반짝이는 넓이가 늘어간다. 바다의 파도는 한 번도 같은 모양으로 육지에 닿은 적이 없다. 한강의 잔물결도 한 번도 같은 물결이 인적이 없다. 파장이 다르고 높이가 다르다. 한강은 거울처럼 매끈한 물결을 보여주기도 하고, 일렁거리는 물결을 보여줄 때도 있다. 잠실 청소년 광장에서 출발해서 - 잠실대교 - 잠실철교(5km 주자 반환점) - 올림픽대교 - 천호대교(10km 주자 반환점) - 광진교 - 구리 암사대교 - 고덕천교 부근(하프 주자 반환점)까지 왕복하는 대회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언지 생각했다. 가질 수 없는 거라면 애초에 포기하는 게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다리는 일은 정확히 우리의 수명에 관련된 일이다. 모든 일은 일어나지만 우리가 살아 있을 때 일어나야 의미가 있다.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고 도전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절실해야만 한다.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살려둘 수 없었다. 돈키호테는 죽기 직전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쳐서 체념한 듯한 행동을 보이며 쓸쓸히 눈을 감는다. 어떤 작가도 돈키호테를 끝까지 살려두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Es la misión del verdadero caballero. Su deber. ¡No! Su deber no. Su privilegio.
그것은 진정한 기사의 임무이자 의무. 아니!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노라.

Soñar lo imposible soñar.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Vencer al invicto rival, 무적의 적수를 이기며,
Sufrir el dolor insufrible,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Morir por un noble ideal. 고귀한 이상을 위해 죽는 것.

Saber enmendar el error, 잘못을 고칠 줄 알며,
Amar con pureza y bondad. 순수함과 선의로 사랑하는 것.

Querer, en un sueño imposible, 불가능한 꿈속에서 사랑에 빠지고,
Con fe, una estrella alcanzar. 믿음을 갖고, 별에 닿는 것.

 

  10km까지 함께 참가한 동료와 달린다. 암사대교를 지나 9킬로미터에서 시작되는 언덕은 마음에 드는 코스다. 언덕 왕복 거리가 4km 정도 되는데 언덕 끝까지 달리면 반환점이 나온다. 다시 내리막길을 달려 언덕이 시작되는 지점엔 13km 표지판을 보이는데, 무슨 횡재한 기분이 든다. 어렵고 힘든 구간일수록 힘이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사람마다 성격, 성향 같은 근본적인 기질은 모두 다르다. 러너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점점 달리는 속도가 빨라 선두그룹에서 달리는 경우가 늘어난다. 모두 잘 달리는 사람과 함께 달리니 다른 주자들을 추월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거리가 늘어나면 다른 주자에게 추월당하기 일쑤다. 언덕을 조금 오르고 10km 지점부터 동료를 내팽개치고 혼자 달린다. 동료는 힘이 빠지는지 점점 차이가 벌어진다. 달리는 거리에 상관없이 처음에 힘을 아끼면 중반 이후 끝까지 잘 달리고, 무리하거나 중간에 이르기 전에 힘을 많이 쓰면 끝까지 잘 달리기 어렵다. 겨울 마라톤은 체력이 바닥나는 시간이 짧아진다. 날씨가 추워지거나 힘이 바닥이 나는 순간 몸은 날씨와 온도에 영향을 즉시 받는다. 달리면서도 으슬으슬 추워지고, 땀도 다 식어 속력을 빠르게 낼 수 없다. 반환점을 돌아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길은 춥고, 지루하다.

 

  살면서 참 많이 달렸다. 올해 접어들면서 달리는 일에 그다지 큰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육체적으로 약해지는지, 마음이 내려앉았는지 장거리를 달리면 금방 지친다. 훈련이 잡혀 있는 날에는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격렬하게 저항해야 한다. 건강을 지키고, 달리기와 삶을 연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진 모양이다. 달릴 때의 나는 집요하고, 강렬하게 원하고, 목표를 분명히 하고, 한 단계씩 성취하면서 모범적으로 나가지만 삶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목공, 주말농장, 단순 작업 같은 몸으로 하는 일이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세월 동안 달리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몽땅 누려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미 해 본 일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든다. 달리기가 즐겁지 않은 것은 접어두고 달리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과정을 거치면 더 높은 과정으로 올라가야 한다. 올라갈 수 없다면 다른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갖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말은 하나의 과정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모든 일엔 때가 있는 법이고, 기다리던 시간은 언제고 오는 게 인지상정이다. 외로울 땐 읽고, 절박할 땐 써야 한다. -見河-

 

대회명: 제7회 시즌 오픈레이스
대회일시: 2020년 1월 12일(일) 오후 2시 출발
집합시간: 2020년 1월 12일(일) 오후 1시 집결
출발 장소: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 청소년광장(잠실 종합운동장 나들목/토끼굴. 굴다리 앞)
코스: 잠실 한강시민공원 청소년광장 ~ 강동대교 방향

기록: 1시간 52분

 

잠실청소년광장(출발) - 잠실대교 - 잠실철교(5km주자 반환점) - 올림픽대교 - 천호대교(10km주자 반환점) - 광진교 - 구리암사대교 - 고덕천교 부근(하프주자 반환점) - 구리암사대교 - 광진교 - 천호대교 - 올림픽대교 - 잠실철교 - 잠실대교 - 잠실청소년광장(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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