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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과일, 사과나무 민들레 이야기

지구빵집 2020. 5. 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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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과일, 사과나무 민들레 이야기 

 

  봄이 지나고 더위가 시작하는 5월로 들어서자 산 중턱 전체에 늘어져 있는 과수원 여기저기 사과꽃이 눈 내린 듯 피어난다. 사과꽃의 아름다움은 도시에 사는 사람은 잘 모른다. 그냥 사과꽃은 하얀 꽃으로 알고 있는데 하지만, 사과꽃이 처음부터 이렇게 새하얀 꽃은 아니다. 처음에는 홍조 띤 꽃봉오리에서 꽃이 점점 피어나면서 새하얀 사과꽃으로 변한다. 붉은색으로 꽃망울이 나오고 점점 꽃이 피어나며 점점 순백의 도도한 자태를 보이는 과정은 정말 매혹적이다. 순백의 사과 꽃말은 유혹, 명성, 성공, 미인이다. 

 

  사과는 품종마다, 지역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다. 사과 중 가장 맛있다는 '후지'사과는 1939년에 일본 과수시험장에서 국광에 데리셔스를 교배하여 1962년에 최종 선발하여 명명한 품종이다. 원예연구소에서는 1967년에 도입하여 1972년에 선발 보급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품종이다. 최근에는 많은 돌연변이 계통의 품종들이 육성,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후지사과의 꽃 피는 시기는 대략 문경·안동은 4월 17~18일, 의성·군위·원주 4월 18~20일, 충주·거창 4월 22~23일, 영주·청송 4월 26∼28일, 봉화·제천·평창·장수는 4월 30일 이후로 예측한다. 꽃이 피면 바빠지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꽃 피기 전 방제작업부터, 가끔 생기는 저온피해도 막아야 하고, 수정이 잘되게 준비를 해야 한다. 

 

  사과꽃이 핀 후 열매를 맺으려면 수정을 해야 한다. 식물을 분류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수정 방법에 따른 분류다. 수정 방법에 따라 바람에 의한 풍매화, 벌 등 곤충에 의한 충매화, 물을 이용하는 수매화 그리고 새를 이용한 조매화 등으로 분류된다. 사과는 벌 등 곤충에 의해 꽃가루가 옮겨져 수정되는 충매화인데 아무 꽃가루나 되는 것이 아니라 품종이 다른 사과 종류의 꽃가루여야만 된다. 수분과 수정은 기능에서 차이가 있다. 수분(受粉, Pollination)은 수술의 꽃가루(화분)가 곤충, 바람, 물 등에 의하여 암술머리로 옮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수정(受精, Fertilization)은 암술머리의 꽃가루에서 화분관이 신장하고, 화분관 끝에 있는 정핵이 배주 속의 난핵과 결합하는 현상이다. 수분이 이루어지고 열매 씨앗이 되는 과정을 수정이라고 한다.

 

  유혹이란 꽃말처럼 꽤 까다로운 취향을 지녔지만 그 덕인지 열매는 매우 달다. 사과나무의 수정을 쉽게 하기 위하여 과수원 주위에는 꽃사과라고 하는 수정용으로 전문화된 나무를 배치하고 또 개화 시기가 비슷한 다른 종류의 사과나무를 심기도 한다. 보통 지금은 인공수분으로 수정을 유도하는 추세다. 인공 수분은 사과의 꽃가루와 소나무의 송화가루(석송자, 알아보기 쉽게 붉은색을 입힘)를 섞어서 새의 솜털로 만든 일명 면봉으로 꽃의 암술에 묻히는 작업이다. 과수원의 모든 사과나무에 일일이 붓을 들고 해줘야 하는 작업이 얼마나 고된지는 생각만 해도 알 수 있다.

 

  열매를 맺는 꽃의 수정은 보통 벌이나 나비가 해줘야 하는데 요즘은 벌 개체수가 너무 부족하니까 과수농가서는 양봉하는 집에 가서 꿀벌통을 사 온다. 여왕벌 빼고 일벌만 한통에 8만 원이다. 이 꿀벌은 수명이 얼마나 될까? 충분한 기간을 살 줄 알았는데 고작 3일이다. 다행히 꿀벌이 장수하면 1주일 가는 경우도 있다. 꽃이 적색으로 물든 후에는 벌을 풀어놔야 하는데, 이때가 그린카펫인 사과나무 통로와 나무 아래에 민들레꽃이 피는 시기와 겹친다.

 

  벌들이 맛난 민들레 꿀만 탐내서 사과꽃은 내버려 두고 바닥에 지천으로 피는 민들레 꽃을 수정시킨다. 참 희한한 벌이다. 사과를 맺게 하려고 자기들을 비싼 돈 주고 데려온 사람은 누군데. 할 수 없이 사과 꽃을 수정시키는 거사를 앞두고 미리 민들레 제거를 겸한 제초작업이 있는데 그 민들레와 풀향기가 이틀 동안 온 과수원과 마을에 그득하다. 알싸한 풀비린내와 수박 냄새에 민들레 꽃에서 나오는 단 맛하고 섞인 향기는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비 오는 날 소나기 냄새 같기도 하다.

 

  봄바람이 거세니 벌을 풀어두면 사방으로 흩어져 내 밭에는 안 오고 옆집 밭에만 가서 꿀을 따오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 사과나무는 수정이 안되고 남의 사과만 기웃거리니 벌을 풀어논 주인은 서운하다. 심지어 어떤 벌들은 자기 집인 꿀벌통으로 다시 오지 않고 아예 맛난 꿀 찾아 산으로 도망가는 벌도 10%가 넘는다. 자연도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열심히 사과꽃을 수정시키느라 바쁜 꿀벌을 노리고 야생 말벌이 찾아오고, 벌통 옆에서 말벌이 꿀벌을 해칠까 봐 지키고 있는 일도 또 일이다. 말벌은 여기까지 온 김에 사과 저장고나 건물 처마에 집을 짓기도 하면 또 미리 집을 부숴 몰아내는 일도 또 일이다. 자연의 생태계가 사람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흘러가는걸 매 순간 볼 수 있다. 하물며 사람의 일과 사람을 어찌 우리 뜻대로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민들레꽃이 사과꽃보다 먼저 피고 사과나무아래 전체가 민들레꽃밭^^ facebook 하늘내린 인제사과 @skydowninj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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