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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생각 바른 글

이건 그들 사이에 놓인 '거리'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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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cm. 아주 느린 속도였지만, 처음에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아카리와 다카키 두 사람은 같은 학교에 다녔고,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살았다. 서로를 향해 초속 5cm 정도로만 나아가도, 그들은 언제든 서로에게 닿을 수 있었다. 그래서 초속 5cm라는 말은, 벚꽃잎에 대한 시적인 표현이기도 하면서, 그만큼 가까웠던 그들 사이의 거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그러나 잔인하게도 초속 5cm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초속 5cm 정도로 나아가서는 도저히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거리가 그들 사이에 생기게 된 시점부터 시작한다. 행복했던 2년 간의 시간을 함께 보낸 아카리가 도쿄의 인근으로 전학을 가면서, 두 사람은 이제 초속 5cm가 아닌, 전철의 속도로 몇 시간을 달려가야만 서로에게 닿을 수 있게 된다. 아카리는 그렇게 떠났지만, 그 후로도 그녀는 타카키와 계속 함께하기 위해서 자신의 일상을 편지로 적어 타카키에게 보낸다. 아카리가 정성스럽게 들려주는 그녀의 일상은 매우 아름답게 들리지만, 동시에 그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없는 타카키의 표정과 일상에는 쓸쓸함이 더 차오른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그동안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발견해내는 작업들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아름다운 일상을 두 사람이 함께 나누지 못해서 생기는,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커다란 고통을 표현해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의 장면들, 그것도 아름다운 일상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벚꽃 연가

 

세 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초속 5센티미터. 그중 첫 번째 이야기인 벚꽃 연가는, 도쿄 인근의 토치기라는 곳으로 전학을 간 아카리를 만나기 위해서 타카키가 토치기로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신도 곧 일본의 최남단에 있는 가고시마로 전학을 가게 되어서, 이제 그 만남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폭우 때문에 계속해서 지연되는 열차에도, 약속시간을 한참 넘겨버린 지금까지 과연 아카리가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불안감에도, 타카키는 아카리가 있는 토치기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못한다. 결국 타카키와 아카리는 재회하고, 함께 벚꽃을 다시 보자던 그들만의 약속을 지킨다. 그러나 그들은, 이 소중한 순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달려왔던 거리를 되돌아가며 타카키는 결심한다. 자신과 그녀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이 거리로부터 그녀를 되찾을 힘을 기르겠다고.

 

우주비행사

 

두 번째 이야기 우주비행사는, 가고시마로 전학을 간 타카키를 짝사랑하는 가고시마의 소녀, 스미다의 관점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타카키는 그런 스미다를 늘 상냥하게 대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이야기나 마음은 나누지 않는다. 스미다는 그런 타카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계속 노력해왔지만, 곧 상냥함 속에 감춰둔 그의 본심을 눈치채고, 가까이 다가가기를 포기한다. 타카키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우주로 향하는 비행선이다. 아카리와의 사이를 갈라놓았던 그 거리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자기 자신의 초라함과는 달리, 우주로 향하는 이들은 무한대로 보이는 목적지까지의 거리에도 기꺼이 도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화의 제목이 우주비행사인 이유, 타카키가 우주를 동경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여전히 아카리를 그리워하고 있고, 자신과 그녀를 갈라놓았던 그 거리를 우주비행사들처럼 언젠가는 극복해내기를 희망하고 있기를 바라고 있다. 먼 곳에 있는 것을 바라본 타카키와 가까이 있는 것을 바라본 스미다. 서로 다른 거리에 있는 것을 원했지만 결국 똑같이, 그것에 다가서지 못한 아픔을 지닌 두 사람의 이야기가 2화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다.

 

초속 5센티미터

 

  그리고 마지막화인 초속 5센티미터. 성인이 된 타카키와 아카리는 다시 같은 도쿄 하늘 아래에서 지내고 있다. 타카키가 그토록 바라던 것처럼 아카리와의 거리가 드디어 다시 좁혀졌다. 그러나 타카키는 이제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깨닫는다. 도쿄라는 도시에서의 생활로 빛을 잃어간 자신은 더 이상, 어린 시절처럼 무작정 토치기로 찾아갈 수도, 우주비행사들처럼 무한의 공간을 향해 과감하게 나아갈 수도 없는 그런 어른이 돼버렸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타카키에게 썼던, 옛 편지를 발견한 아카리도 타카키에 대해 생각한다. 자신들을 갈라놓았던 거리를 기적처럼 극복했던 그날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그 시절의 타카키와 아카리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서로를 향해 초속 5센티미터로 나아가서, 벚꽃을 함께 볼 수 있을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던, 순수했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오래전 함께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걸어보는 타카키와 아카리. 그러나 그들은 이제, 서로를 향해 초속 5센티미터로만 나아가도 충분했던 그런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러기에는 이미 각자의 길로, 너무나도 멀리 와버렸다.

 

  함께 벚꽃을 보자던 약속은 어쩌면, 벚꽃 아래에서 두 사람이 기적처럼 다시 마주친 이 순간으로 인해 결국 지켜졌을지도 모르지만, 타카키는 이제, 그 기적이 진짜인지 굳이 확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라진 아카리를 찾으러 뛰어가지 않고, 자신이 걸어오던 방향으로 다시 걸어간다. 아카리와의 거리가 그렇게 다시 멀어진다 해도, 이제는 그것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자신의 인생이란 것을 받아들인다.

 

글 참고 - 유튜브 링크, 초속 5cm의 의미를 이해하는 가이드 영상

 

어느 정도의 속도로 살아가야 너를 다시 만날까? 달리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멀어지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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