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는 소금강 부일민박에 들렀다.
강릉 여행 중에 민서가 8살 때 들렸던 민박집이 생각이 났다. 당시 1박을 했다. 오래된 가옥으로 긴 툇마루에 방이 연이어 있는 집이다. 할머니가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라서 그런지 살갑게 대했다. 밤에 별이 가득 보이고, 걸어서 소금강 매표소 주차장에 산책도 다녀왔다. 마당이 넓어서 삼겹살도 구워 먹고 한 여름인데 뒤로 산이 있어서 에어컨도 없었는데 시원하게 지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아무것도 모르고 소금강 매표소 주차장으로 내비를 찍고 출발했다. 오대산 가는 길과 연결되어 굽이굽이 가는 동안 찾지 못할까 봐 걱정을 했지만 가는 길도 시원하고 시골 풍경이 그럴싸해서 마음 편하게 간다. 마당 풍경이나 집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집 관리를 얼마나 꼼꼼하게 했는지 오히려 더 깨끗하고 집은 더 단단해진 듯 보였다. 바닥에 떨어진 살구를 주워 먹던 넓은 마당에 살구나무는 없었다. 베었다고 한다.
마루를 닦고 있던 여자분이 계셨다. 마스크를 써서 나이도 짐작이 되지 않았다. 가까이 가니 어제 귀국해서 자가격리 중이라고 자리를 피했다.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은 집요하게도 도시나 시골이나 할 것 없이 영향을 주고 있다. 지긋지긋하지만 결국 우리가 이길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마치 겪고 난 사람처럼. 바로 옆에 식당에서 커피 한 잔 마실 겸 들렀다. 할머니를 찾으니 3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자기는 며느리라고 했다. 마루를 닦던 여인은 작은 딸이고, 큰딸은 나가 있는데 한편에 어버이날 선물한 큰 카네이션 화분이 눈에 띄어서 물어보니 큰 딸이 보낸 거라고 한다. 봉지커피와 오미자를 정성스레 대접한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우리 모습이 남아있는지 아는 체를 하신다. 기억이 난다고 한다. 민서가 20살이 되어 아이를 데려왔는데 아이는 차 안에서 자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시어머니가 원체 깐깐해서 숨도 못 쉬고 살아왔는데, 돌아가시고 이제 좀 게으름도 피우고 편하게 지내나 싶었더니 남편이 폐암에 걸려서 수발드느라 원자력병원을 드나든다고 한다. 이 공기 좋고 맑은 곳에서 나가서 담배를 피워도 좋으련만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방 안에서, 이불속에서 담배를 하루 두 갑씩 피워대서 그렇다고 한다. 사람의 일은 참 알 수 없다.
인사를 하고 우린 정동진으로 떠났다. 아마도 올 여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언제나 다시 방문할지는 알 수 없다. 모든 아름다움과 밝음도 순간이다. 삶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아쉽고, 안타깝게 무심히 지나치는 세월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오래가도록 잡아 둘 수 없다. 극히 짧고 순간적으로 머무르다 가는 것들은 아름답다.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추해진다는 의미이고, 넌더리 난다는 것이고, 점점 늙어 간다는 것이다.
*소금강 부일민박 소금강 부일민박 033-661-4138
강릉시 연곡면 소금강길 392
명함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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