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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정답처럼 사는 선배에게 물었다.

지구빵집 2020. 5. 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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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정답처럼 사는 선배에게 삶의 정답을 물었다.

 

  건축 플랜트 설계 회사를 운영하고, 주말마다 함께 훈련하는 선배는 가정에서나 밖에 나와서나 늘 정답처럼 사는 사람이다. 선배 와이프도 함께 운동을 한다. 사람 좋은 표정에 60대 초반이면서도 날렵한 몸매에 둥근 얼굴을 가졌다. 달리기를 선배보다 더 오래 했으니 날씬하고 예쁜 얼굴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 두 분 다 주변 사람을 대하는 예의 바른 태도, 동료에게 베풀 때에도 오히려 기분 좋게 하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이유 없이 호감을 갖거나 좋아하게 되는 분이 바로 선배와 그 와이프다.

 

  저번 주말에 있었던 아들 결혼식도 연락하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배려한다고 했지만 섭섭하기는 했다. 덕분에 점심을 산다고 해서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돈이 모든 주름을 펴주는 게 아니라 궁핍한 주름을 먼저 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니 속 마음을 모르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지 않지만 매주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서로에 대해 잘 알아가게 된다. 선배는 잘 어울리면서도 명확한 경계가 있고,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이다. 늘 조용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녔다. 한 가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유머러스한 대화법을 지녔다. 함께 하는 운동하는 시간이 즐겁다. 나보다 8살 정도 선배시니 죽자 사자 달리시는 분은 아니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해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선배가 가진 능력만큼 온 힘을 다해 달리면 되는 거지 그밖에 필요한 게 아무것도 없는 운동이 달리기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 멸망 계획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4주째 정기모임을 취소하고 번개 형식으로 달리는 장소를 옮겨 과천 서울대공원 마라톤 코스를 달리고 있다. 바이러스에 굽히거나 지지 않으려고 맞서 싸우는 우리의 대항이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엄연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고,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에 무장해제 당하지 않기 위한 중요한 저항 방법이다. 오늘도 아침 7시부터 시작한 훈련에서 대공원 5.3km 코스를 달렸다.

 

  산림욕장을 달리는 코스가 아닌 가장 긴 마라톤 코스는 거리가 제법이고, 언덕 코스가 많아 달리기 코스로 제격이다. 리프트 매표소에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고, 조각 분수대, 미술관 가는 길, 동문을 지나 북문 주차장, 서울랜드 후문, 리프트 내리는 곳, 동물원, 동물병원, 복돌이 동산, 다시 리프트 매표소까지 크게 한 바퀴 도는 주로다. 어느 주로와 비교해도 사철 아름답고 여름은 그늘이 울창한 주로라서 많은 팀이 찾는다. 정확히 5.3km 코스를 2바퀴 달리고 대공원 저수지 2km를 워밍다운으로 달렸다. 

 

  남자는 삶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해답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해답 자체는 이미 존재한다. 사실 우린 해답을 찾으러 온 게 아니라 해답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다. 부단히 삶의 비밀을 찾았던 역사상의 수 많은 위인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한마디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란 말이다. 어떤 우주의 비밀도 제자에게 성공적으로 전수한 사람은 없었다. 무수한 인간이 탐구하고 찾았지만 아직까지 찾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문득 찾았다고 느낀 순간 이미 정답이 아닌 게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궁금했다. 훈련을 마치고 누군가 싸온 간식을 먹으며 옆으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물었다. 

 

"선배님 인생에,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삶에 정답이 있는 건가요? 정답이 있어요?" 남자가 말했다.

 

"있지." 선배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정답은 어느 순간에나 존재하지.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찾으려고 하면 언제든 우리는 정답을 선택하고 살 수 있어."

 

"삶에서 지나는 모든 과정에 정답이 존재해. 당신이 어렸을 때도 욕구에 기반한 행동을 늘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살았고, 젊은 나이가 되어서도 그 당시 생각하는 정답으로 살았을 거야. 지금도 마찬가지야.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지." 선배가 말했다.

 

"선택의 문제란 말씀이세요?" 남자가 물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부딫히는 선택이나 결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으면서도 모르는 척 묻는다. 남자는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삶에 알맞은 역할, 있어야 할 이상적인 모습은 없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늘 변하니까 말이지. 아침에 한 선택하고, 저녁에 한 선택은 분명 다르거든. 그런데 정답은 다르지 않아. 매 순간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지.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사는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당신의 자세로 살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제는 정답도 바뀔 때이기도 해. 당신이 보는 세상의 정답을 찾고 그 정답에 맞춰 살아가는 일이지." 선배가 말했다.

 

"선배는 어떠셨나요?" 남자가 말했다.

 

"나? 다음에 우리 집사람에게 물어보는게 어때?" 선배가 말했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주변에 동료가 많아 짧은 시간 무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의 생각대로 정답 없는 세상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렇게 살면 될 일이다. 참 힘들게 산다.

 

 

그래 붉게 타라 타. 네 시간도 갈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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