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서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 22장

지구빵집 2020. 9. 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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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혼에, 심장에 큰 울림을 주었던 책이다. 세계적인 영적 사상가인 캔 윌버가 트레야를 만나 결혼하고, 결혼하자마자 트레야는 암투병의 여정을 시작하고, 결국 죽음으로 그녀를 보내는 모든 과정이 캔 윌버와 트레야의 교차하는 글이 실려있다. 종교와 심리학, 지혜의 전통, 심리치료와 영성의 관계, 건강과 질병 그리고 치료의 본질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나온다.

 

원체 신비주의에 관심이 없었지만 읽고 나서도 없다. 어차피 누구나 다 죽기 마련이다. 요리법이나 수행의 원리가 전수되는 일은 없다. 비밀은 가슴속에 품고 사라지는 것이지 전수되지 않는다. 드러나거나 전수되는 게 비밀 일리 없다. 시대에 따라 진리는 그 자체로 드러나기 때문에 전수되거나 이어지지 않는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이다. 윌버는 트레야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다. 책 전체에 걸쳐 윌버는 누군가를 찾고 있다. 자신을 트레야에게 데려온 사람, 트레야와 같이 삶을 마지막까지 함께 할 사람을 찾는다. 캔 윌버 자신을 트레야가 숨을 거둘 때까지 자신을 데려온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결국 윌버는 자신을 트레야 곁으로 데려온 사람이 자기 자신이며, 트레야를 찾아 낸 사람도 자신임을 안다. 트레야가 데려온 게 아니었다.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이 갖는 평화를 간직한 채 죽어가는 트레야에게 반드시 다시 찾아낼 거라고 말한다. 몇 번의 생애를 거쳐 당신을 찾아냈으니 다시 또 찾아낼 것이라고 말한다. 

 

 

"
살아만 있어.
어디에 있든 얼마나 걸리든 찾아낼거야.
전 세계 모든 cctv, 모든 인공지능을 다 해킹해서라도 찾을 거야.
네가 빛이라면 태양을 막아서라도,
물이라면 바다를 퍼올리고,
바람이라면 지구를 멈추게 할 거야.
반드시 찾을 거라고! 

"

 

캔 윌버는 에스트레야를 찾아냈을까? 꼭 다시 찾길 간절히 빈다. 

 

 

22장. 빛나는 별을 위하여

 

그 날 저녁 나는 트레야를 침대에 눕히고 그녀 옆에 앉았다. 그녀는 거의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이제 나는 가요. 믿을 수 없겠지만 나는 갑니다. 아주 행복해요. 아주 행복해요. 아주 행복해요.”

 

마지막 해방의 만트라처럼 그녀는 계속 반복했다.

 

“나는 아주 행복해요, 아주 행복해요...”

 

그녀의 얼굴 전체가 밝아졌다. 그녀는 빛났다. 그리고 바로 내 눈 앞에서 그녀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1시간에 5kg 정도가 줄어든 것 같았다. 마치 몸이 그녀의 의지에 순종하여 스스로 오그라드는 것처럼... 그녀는 서서히 자신의 생명체계를 닫으며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꺼이 떠날 준비를 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돼가고 있었다. 그녀는 결심이 확고했으며 매우 행복해했다. 그녀의 마음에 전염된 것일까? 그녀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돌연히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요, 켄. 당신을 떠날 수 없어요.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요.”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 역시 흐느꼈다. 지난 5년 동안의 모든 눈물이, 트레야를 위해 강해지려고 참았던 눈물이 모두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사랑, 우리 둘을 만들어준 사랑, 우리 둘을 더 강하고 좋고 현명하게 만들어준 사랑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아주 메마르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와 그토록 다정한 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여보, 갈 시간이면 갈 시간인 거야.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을 찾아낼 거요. 이전에도 찾아냈잖소. 약속하오, 또다시 당신을 찾아낼 거라고. 그러니 걱정 말고 가고 싶으면 가요.”

 

“약속하죠?”

 

“약속하오.”

 

5년 전 결혼식장으로 가는 중에 그녀에게 말했던 것. 나는 지난 2주 동안 그 이야기를 거의 강박적으로 되풀이했다. 나는 다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그동안 어디 있었소? 몇 생에 걸쳐 당신을 찾아 헤맸는데. 당신도 알잖아. 당신을 찾아내기 위해 난 용들을 죽여야만 했단 말이오. 그러니 걱정 말아요. 반드시 당신을 찾아낼 거요.”

 

그녀는 말할 수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약속하죠?”

 

“약속할게.”

 

나는 왜 그런 말이 필요한지 알지도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지난 몇 주 동안 트레야는 계속해서 내게 약속을 끌어냈다. 그것이 그녀에게 깊은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내가 약속만 지킨다면 그녀에겐 아무 문제도 없었던 것이다.

 

“나를 찾겠다고 약속했죠?”

 

“그래, 약속해.”

 

“영원히?”

 

“영원히.”

 

“그렇다면 갈 수 있어요. 아, 나는 아주 행복해요... 여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아주 어려웠어요. 여보, 너무 힘들었어요.”

 

“알아, 트레야. 나도 알아.”

 

“이제는 떠날 수 있어요. 정말 행복해요...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요... 행복해요. 켄.”

 

그날 밤 나는 그녀의 방에 있는 탁자에서 잠을 잤다. 꿈을 꾼 것 같다. 눈 덮인 산에 천 개의 태양이 빛날 때처럼, 빛나는 흰빛의 거대한 구름이 집 위에서 맴도는 꿈을. (pp. 545-547)

 

트레야가 눈을 감았다. 모든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코 다시 눈을 뜨지 않았다. 가슴이 무너졌다. 다 프리 존의 구절이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사랑의 상처를 연습하라... 사랑의 상처를 연습하라.”

 

진정한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진정한 사랑은 당신을 완전히 취약하게 열어놓는다. 진정한 사랑은 당신을 훨씬 넘어선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사랑은 당신을 황폐하게 만든다. 나는 계속 생각했다. 사랑이 당신을 산산조각 내지 않았다면 당신은 사랑을 모르는 거다. 우리는 둘 다 사랑의 상처를 연습했고 나는 산산조각 나버렸다. 되돌아보면 그 단순하고 직접적인 순간에 우리는 둘 다 죽어버린 것 같다. (pp. 549)

 

나는 그날 밤 트레야의 방에 있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 빗방울 하나가 바다로 떨어져 바다와 하나가 되는 꿈을. 어찌 보면 그것은 꿈이라기보다 단순한 영상 같기도 했다. 나는 이 꿈이 트레야가 깨달음을 성취했다는 의미라고, 트레야가 깨달음의 바다와 하나가 된 빗방울이라고 생각했다. 의미가 통했다.

 

하지만 나는 곧 이 꿈에 더욱 심오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빗방울은 나였으며 트레야는 바다였다. 그녀가 해방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작 해방되었다. 오히려 그녀에게 봉사했다는 이유 하나로 내가 해방된 것이다.

 

그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트레야가 자신을 찾아내라는 약속을 내게 끈질기게 요구한 이유였다. 그녀는 단지 내가 자신을 찾길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와의 약속을 통해 그녀가 나를 찾겠다는, 계속 반복해서 나를 돕겠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나는 그 모든 일을 회상해보았다. 나는 내가 약속을 함으로써 그녀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가 깨어날 때까지, 그녀가 분명하게 말한 영을 내가 인정하고 깨달을 때까지 트레야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뜻이었다. (pp. 556-557)

 

그 삶에서, 그 몸에서 나는 위대한 다섯 꼭짓점의 우주별을, 마지막 해방의 빛나는 별을 보았다. 내게는 항상 그 이름으로 남을 별... ‘트레야’

 

알로하, 나의 행운, 내 사랑하는 트레야. 나는 언제나 당신을 찾아낼 거야.

 

“약속하죠?”

 

그녀는 다시 한번 내게 속삭였다.

 

“약속하지. 나의 사랑, 트레야.”

 

“약속하오.” (pp. 56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

 

 

 

참고

"Ken Wilber 사상의 본질"(조효남) 및 그에 대한 소개와 저서들  

켄 윌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Grace and Grit (조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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