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여자도 나이를 먹고 있다.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어릴 때 참 아버지에게 미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 기억은 얼마든지 조작되고 희미해지니 정확하다고 말은 못 하겠다. 여하튼 많이 맞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아버지였으니까 두려움의 근원은 아버지다. 어제는 지금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육거리 시장에 마실 겸 나가셨다가 버스에서 내릴 때 넘어지셨다고 큰 누나에게 연락이 왔다. 부모님 댁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누나가 계신다. 자기 건강도 조금씩 나빠지는데 늘 부모님을 돌봐주셔서 고맙지만 표현하기는 어렵다. 교회도 다니시고, 멀리 기도원 같은 데도 다니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지만 학교 강의도 다니고 부모님에게도 신경 써야 하니 사실 누나의 삶을 우리 형제들이 빼앗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누나에게 빼앗은 것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남자는 기억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학생일 때 남자가 서울 한남동 누나네 집에 들러 용돈을 타가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 한남동 단칸방은 누나가 순천향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부천 누나네 집에서 안양 호계동 연구소까지 몇 달 가까이 출근한 적이 있다.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남자는 누나에게 의지할 법도 한데 별로 사이자 좋지 않아 데면데면하게 지냈다. 주중엔 직장으로 주말에는 청주로 내려가 친구들을 만나느라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었다.
남자들은 이상하게도 어리든 나이가 들었던 제 몸 하나 건사하기가 어려운 일인가보다. 대개 여자보다 평균 수명이 7살 정도 적은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 몸은 나쁜 습관이나 좋지 않은 음식을 먹어도 단기간에 나빠지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나쁜 상태에 노출된다고 해도 몸에 이상은 아주 지나치리만큼 길고 긴 시간이 흘러야 나타난다. 주위 사람이 나쁘다고 하여도 듣지 않는 이유다. 나쁜 습관은 몸에 해로울수록 끊기는 어렵다. 육체에 큰 이상이 생기는 증상이 즉시 나오지 않고, 심지어 운이 좋다면 죽을 때도 몸에 해로운 것들도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부모님이 살아계신 자식은 누구나 겪는 과정을 남자도 눈앞에 두고있다. 바로 눈앞인지 먼 눈앞인지 모르지만 점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만큼 어느새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번다면 한 가지 걱정만큼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돈걱정 말이다. 남자가 생각한 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진행 중이다. 언젠가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언젠가라는 끝도 보이지 않는 세월이다. 혹시라도 남자가 깨달음을 얻어 부에 대한 욕망을 멈출 수도 있다.
오랜만에 전화를 하니 아버지는 받지 않으시고 엄마가 받으신다. 작년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져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x-ray를 찍고 나서 병원에서 권하는 수술을 받으셨는데 수술이 많이 잘못되었다. 그길로 아버지는 상태가 많이 나빠졌다. 지팡이 바닥에 4군에 지지대가 있는 보조기구를 짚으시고 절둑거리며 다니셨다. 명절이나 생신에 가도 늘 같은 상태였다. 5남매를 힘들게 아이들 키우면서 가정을 돌보시느라 애쓰신 만큼 나이 들어서는 좀 편하게 있길 바란 마음도 하나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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