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알랭 드 보통의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키스 앤 텔)을 읽고 있다. 이 책은 키스 앤 텔 이후 21년 만에 나온 소설이다.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보통은 사랑은 열정이 아닌 기술이고, 사랑은 결론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과정을 채워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흥미진진한 소설은 대부분 연인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거나 아니면 여자는 운하 위에 시체로 발견되고, 남자는 난도질되어 냉동고에 들어가는 이야기다. 책에서는 대부분의 사랑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관해 말한다. 연애를 하고 뜨거운 열정은 식고, 완전한 행복도 아니며 끔찍한 죽음이나 애달픈 재앙도 아닌 평범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사랑의 시작보다 사랑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발전하고 성숙하고 더해가는지를 들여다보는 소설, 잔인하거나 비극적이지 않고 실제 연예가 정말로 어떠한지에 가끔은 익살스러우리만치 솔직한 소설, 우리만 사랑의 복잡성을 마주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감각을 안겨주는 소설, 아름답고 생생하게 표현된 자신의 경험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되는 소설, 그 인물들에 공감이 가지만 비현실적이거나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은 소설, 재밌고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면서, 눈을 뜨게 하고 의식을 확장해주는 소설, 사랑이란 결국 열정이 아니라 기술이며, 우리 모두 배우고 이해를 통해 나아질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희망차고 따뜻한 소설, 바로 그런 소설이 알랭 드 보통의 흥미롭고 독창적인 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다.
두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의 생활을 따라가며 점차 섹스의 스릴을 잃고, 함께하는 기쁨이 혼자일 필요성에 자리를 빼앗기고, 육아에 시달리고, 외도의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 등 자신의 사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균열의 순간들을 만난다. 알랭 드 보통은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며, 그러한 통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비관적인 미래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은 열렬한 감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말로 응축된 그가 제안하는 유연한 사랑의 방식이 담긴 책이다.
영원한 사랑처럼 완전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한 순간은 있어도 완전한 인생은 없다. 서로를 영혼의 짝이라 믿고 혼인서약을 한 라비와 커스틴. 하지만 유년의 상처 때문에 한 사람은 불안 애착으로 치닫고 한 사람은 회피 애착으로도 피한다. 사랑 가득한 눈에 서로의 단점은 보이지 않거나 도리어 사랑의 촉매가 된다. 하지만 사랑을 불러들였던 그 단점과 결핍들이 이후의 일상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주장하며 파국을 재촉한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약간은 배려가 필요한 만큼 이해한다. 어떤 것도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들처럼 완전히 평범한 인생을 사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을 유지하고, 거의 정상인이라는 지위를 계속 확보하고,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 이 계획들이 어느 영웅담 못지않게 영웅적인 면모를 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불안에 굴복하지 않을 용기, 좌절하여 남들을 다치지 않게 할 용기, 세상이 부주의하게 입힌 상처를 감지하더라도 너무 분노하지 않을 용기, 미치지 않고 어떻게든 적당히 인내하며 결혼 생활의 어려움들을 극복할 용기, 이것은 진정한 용기이고, 무엇보다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일이다. 인생이 무엇을 요구하든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겠다고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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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름다운 하늘, 평범하고도 지루한 일상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
* 3부작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s in Love, 1993) 《우리는 사랑일까》(The Romantic Movement, 1994) 《너를 사랑한다는 건》(Kiss & Tell,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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