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듣지 못하는 불편함에 대해서 크게 장애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 듣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운전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힘든 고산지 등반도 해내기 때문이다. 듣지 못하는 가족이나 동료가 한 걸음만 앞서가고 있어도 다가가 손으로 붙들기 전까지 그 사람이 뒤돌아보게 할 방법은 없다. 아무리 핸드폰 메시지를 보내도 문자를 보기 전까지는 회신을 받을 길도 없다. 그러니 듣지 못하는 불편함도 여느 장애와 마찬가지로 소소한 불편함은 셀 수 없이 많다.
'아직도 바람 소리가 들리니?'는 목소리는 내지만 음절로 말할 수 없는 화가(박광택)와 청각 도우미견 소라와 함께 한 8년 간의 이야기다.
소라는 가족이 소라만 남기고 사라져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보호를 받았다. 삼성 안내견 학교에서 소라의 온화한 성격과 영리함을 알아본다. 도우미견 테스트를 통과하고 청각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청각도우미견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소라는 자명종 알람 소리, 노크, 아기 울음, 화재 경보, 휴대폰 벨, 사람이 부르는 소리 등을 구분하고, 어떤 소리에 반응하고 반응하지 않아야 하는지 구분하는 교육을 받는다. 더구나 소리에 수반되는 여러 상황에 대한 반응까지 배웠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화가와 소라는 서로의 미래를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소라를 만나고 소라와 한 팀을 이룬다. 소라가 마음을 열고 화가를 받아들인다. 화가의 그림에 빛이 들어오고, 소리에 대한 갈망이 아닌 구속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와 사물에 대한 사랑이 화가에게 안착한다. 책은 희망을 그리는 화가의 시와 그림, 소라와 함께 보낸 아름다운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두 발로 온전히 서 있고, 모든 감각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신이나 세상에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우미견이 장애가 있는 사람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적응 훈련은 아마 인간이라면 버티지 못할 만큼 강도가 세다. 오죽하면 평균 수명이 줄어들 정도인가. 둔탁한 소리는 내지만 음절이 형성되지 않는 화가는 세상의 모든 소리나는 것들을 동경하고 그리워한다. 모든 존재는 존재 자체로 기적같은 일이다.
● 반려견들은 음악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눈으로 보는 것 외에는
너무나도 깊고 깊은 적막과 고요 속에서
정신적 황폐함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붙들고 사느라 매 순간이 아직도 힘에 버거운 나에게
소라가 웃음을 선사한다."
● 도우미견들은 인내심이 강하고 식습관도 엄격하고 배변에도 실수하는 일이 없다.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규칙에 강하다.
● 화가의 목소리와 청각을 가져간 대신 더 예민한 후각과 미각과 시각에 감사한다.
"나는 항상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궁금하다.
바람소리, 파도소리, 낙엽이 밟히는 소리...
한 번도 소리를 들은 적 없는 나는
언제나 소리들을 내 나름의 활자체로 해석해 본다.
나는 아직도 그 소리들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 보이는 것만 보지 아니하고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헤아려 볼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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