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서재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지구빵집 2021. 1. 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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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대가 우리를 인식하는 폭과 깊이에 따라 존재한다. 우리는 사랑일까.-알랭 드 보통  

 

 

비트겐슈타인(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철학자)의 주장을 빌리면,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는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정 있는 사람이 된다. 그들의 너그러움이 우리를 너그럽게 하고, 그들의 모순이 우리를 모순되게 한다. 개성이란 읽는 이와 쓰는 이 양쪽이 다 필요한 언어와 같다. 7살 아이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은 말도 안 되는 허접 쓰레기이며, 만약 그의 작품이 7살 아이들에게만 읽힌다면 셰익스피어는 그 아이들이 이에 하는 수준에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p.318

 

마찬가지로 앨리스의 가능성도 애인이 공감해주는 한도에서만 뻗어나갈 수 있다. 관계의 기반은 상대방의 특성이 아니라 그런 특성이 우리의 자아상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그 남자와 있으면 가치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을 느꼈다. 그 남자와 함께 있는 엘리스는 돈을 함부로 쓰고, 지성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데 매달리고, 타인을 귀찮게 하는 이타심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었다. p.319

 

앨리스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흥미로운 인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스스로 아주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결론지었다. 에릭과 같이 앉아 저녁을 먹을 때면, 적당한 상대만 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리라는 자신감을 잃고, 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어 할 수 있는 것까지 타인이 결정한다는 증거다.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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