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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라, 천천히. Festina Lente (페스티나 렌테)

지구빵집 2021. 5. 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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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라, 천천히. Festina Lente (페스티나 렌테) 

 

새로운 회사와 일을 시작하면서 일이 많아지고 아침이 기다려지고,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싶었다. 아침에 게으른 남자는 산책을 5분 정도 한다. 아침에 꼭 해야 하는 일이 다섯 가지라면  한 두 가지만 해도 만족한다. 와이프는 해독주스에 관심이 생겨 여러 가지 채소와 과일을 챙겨 해독주스를 만들고 있는데, 조금씩 익숙해지지만 남자는 별로라고 생각한다. 한참 유행을 타다가 지났고, 요즈음은 구운 곡물이 유행인지 방송에 자주 나온다. 와이프를 선바위역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와 출근을 서두른다. 과천 터널을 지나기 전에 도로 옆에 검은색 흰색이 선명한 고양이가 로드킬을 당해 죽어 있었다. 서수원, 안산 방향으로 나와 차를 몰다 보니 고라니가 얼굴을 가슴에 깊숙이 묻은 채 죽어 있다. 도로에서 죽은 동물 두 마리를 보는 일은 드문 일인데. 

 

고라니는 강한 불빛을 보면 순간적으로 시력을 상실하여 그 자리에 선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공포에 질린 고라니는 무작정 뛰거나 정지하는 데 언뜻 보면 차로 달려드는 것 같은 모습이다. 고양이는 위험을 감지하면 주위에 몸을 숨기는 속성이 있어 방어가 될 만한 덤불이나 다른 차 밑으로 숨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차가 다가오면 오히려 차 밑으로 숨으려고 하니 도심 골목길에서도 자주 사고가 일어난다. 아직까지 운전을 하면서 동물을 치어본 적은 없다. 우스갯소리지만 시골길을 다니다가 고라니 등 동물을 치면 트렁크를 열고 동물을 싣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먹으려고 말이다.  

 

오늘 아침 김미숙의 가정음악의 오프닝 시는 festina lente로 시작했다.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이라고 한다. 이 말 뒤에는 '그러면 내일은 큰 파도를 타리라.'로 끝난다. 전체적인 의미는 '빠르든 느리든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마라.'라는 뜻으로 본다. 인간의 짧은 기억 때문인지 사람의 생을 보려거든 후반을 보라는 말이 있다. 마지막이 좋아야 다 좋은 거라는 말과 같다. 채근담에 나오는 구절 "기생이라도 늘그막에 한 지아비를 섬긴다면 한평생의 분 냄새 거리낄 것 없고, 열녀일지라도 늙어서 정절을 잃는다면 반평생 수절이 허사가 된다." 말이 바로 결말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결말은 중간의 스토리가 만들어 내는 것이기에 반드시 결말만 중요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 새롭거나 큰 목표를 세워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하지 않는 사람은 쉽게 말할 수 있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고, 나이가 문제가 아니고, 더욱 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결국 모든 일은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 목표를 갖지 않고 쉽고 편안한 상태로 삶을 살 것이냐?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들게 살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만 이건 장기적으로 힘든 일을 말한다. 반짝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일은 기간과 결과를 분명히 알기 때문에 오히려 인내하기가 수월할 수 있지만 장기간 계속되는 고통은 필연적으로 인내하기가 쉽지 않다.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고.

 

목표를 이루는 길에서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누구도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직원이나 다른 사람을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게 아니라 더 큰 가치를 주는 것이다. 성장하게 하고, 마음을 좋게 하고, 보수나 경제적인 것 말고도 더욱 큰 가치를 주면 된다. 일을 창조적으로 한다. 경쟁은 창조적이지 않은 일에서 나오고, 심지어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일한다면 즉시 빠져나와야 한다. 창조하며 일하는 사람들은 경쟁하지 않는다. 경쟁이 일어나는 곳은 머무를 자리가 아니다.

 

 

대공원 뷰가 끝내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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