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도 어렵다. 경향신문 컬럼 최현숙의 내 인생의 책 '갈 같은 글쓰기 - 아니 에르노' 편을 옮긴다. 짧지만 책 한 권의 내용이 다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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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즈음 2년간 소설 써보기에 집중했다가 깔끔하게 포기했다. 이후 내 글쓰기는 성명서, 규탄서, 보도자료, 투쟁보고서 등이었고, 가끔 내 속에 관한 일기를 썼다. 쉰 초반 조직을 떠나면서 성명서 등 쓰기를 그만두었는데, 뜬금없이 구술생애사가 머리끄덩이를 잡아챘다. 구술생애사는 사람의 생애와 내면을 풀어내고 질문한다는 면에서 ‘사적 글쓰기’와 닮았고, 개인의 기억과 상처와 해석에서 출발해 사회와 역사를 재배치하고자 한다는 면에서 ‘정치적 글쓰기’다. 그러니 그 와중에 ‘아니 에르노’를 만난 건 당연하다. 그중 ‘사적 글쓰기’에 관한 에르노의 태도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책 <칼 같은 글쓰기>를 특히 좋아한다.
자신과 ‘족(族)’에 관한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잡년’ 되기를 각오해야 한다. 칼로 자르고 후비며 살과 뼈를 발라내는 식의 냉혹한 글쓰기는 우선 족들과의 불화가 불가피하다. 사적이고 일상적인 장면과 내면을 주시하며, 노출을 탐하면서 관음하다, 문득 자위나 자해에 빠질 수도 있다는 면에서, 도착적이고 위태롭다. 그럼에도 가장 밀착 가능한 소재이자 암묵이 도리인 현장이라는 면에서, 포기할 수 없다. 치열한 성찰과 냉혹하거나 산만한 글을 통해 독자들의 사적 기억을 수집하고 재해석하며, 이를 통해 사회와 역사를 재배치하고자 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시비에 맞선다.
족에 대해서는 그녀와 나의 출발점과 향방이 다르다. 프롤레타리아인 부모의 노동 덕으로 도달한 프티부르주아로서의 ‘죄책감과 속죄’가 에르노의 마음이라면, 나는 상층계급인 족들을 거부하고 나왔다 다시 가끔 만나고 있다. 하여 사회적 공분과 꿀맛 사이를 뒤뚱거리며 들락거리면서, 노려보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녀와의 합의점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리는 모든 어떠함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온당하다는 것이다.
최현숙의 내 인생의 책 ③칼 같은 글쓰기 - 아니 에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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