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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달리기, 쉬운 것들에 감사해야 한다.

지구빵집 2022. 10. 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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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운행을 알리는 처서가 일주일 전이었다. 처서(處暑)는 더위가 그친다는 뜻으로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말이 있고 속담으로는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 는 말도 있다. 처서(處暑)는 곳 처(處)와 여름 서(暑)로 만들어진 단어로,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다. 

 

조금씩 무너진 리듬을 다시 살리고 있다. 여전히 상황은 힘들고, 긴 여행으로 삶이 조금은 어긋나고, 사방이 비어있고 허점이 있을지라도 리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바닥까지 내려갔으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위로 올라오는 것이 자연의 원리다. 9월의 첫날 달리기가 있어서 괜히 기분이 좋다. 시작이 분명히 보여서 그런가 보다. 글에 관심 갖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 진정으로 원하고 갖고 싶은 것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기분은 좋지 않지만 이제 4개월 남았다.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어서 하는 일과 마지못해 하는 일은 차이가 있다. 하고 싶은 기분으로 한다.    

 

삶에게 물었다.

"너는 왜 그렇게 어렵니?"

삶이 웃으면서 말했다.

"사람들은 쉬운 것에 감사하지 않거든."

 

9월 1일 목요일 훈련. 6.5km, 42분 22초, pace 6분 26초

오늘 훈련 계획은 2km Yasso 훈련인데, 함께 할 사람이 없어 과천마라톤 팀 훈련을 따라 하기로 한다. 400미터 트랙 10회전(조깅 페이스 6분 30초~ 6분), 100미터 질주 4회(100미터를 전속력으로 달리고 100미터 천천히) 실행하고, 본 훈련은 1km를  4분 30초 페이스로 달리고 200미터를 3분 달리기를 3 set 한다.

 

조금씩 리듬을 되찾고 있다. 그러면 조화, 균형, 질서가 찾아오고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남자는 중요한 집단에 들어가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꽤 오랫동안 함께 움직여서 사이가 좋은 선배들과 실력 있고 모범적인 러너로 이루어진 어떤 집단에 들어가고 싶어서 삶이 온통 달리기로 가득 찬 시절이 있었다. 밖에서 보기에 인정받는 그룹, 구성원의 인간성이나 사회 경력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집단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달렸다. 남자는 어떤 면에서 보면 특별한 케이스였다. 우연이 이끌었지만 필연적으로 밟아야 할 길을 걸었다. 누군가 준비했지만 비어 있었던 자리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남산, 대공원 언덕, 혹한기 마라톤, 공주 백제 마라톤처럼 어려운 어떤 훈련도 빠지지 않았고, 요일과 시간에 상관없이 기회만 있으면 선배와 동료들과 함께 달리고, 대회란 대회는 모조리 나가고, 두각을 나타내기보다는 성실함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느 정도 특별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만들어준 특별함에 남자가 갖고 있는 부단한 끈기는 일찍 원하는 집단에 안착하게 했다. 주로에서는 열심히 달렸고, 대회에서는 어떤 결과도 받아들이고 늘 더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어떤 집단도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같다. 열린 집단에서 구성원 모두가 들어갈 수 없는 특별한 집단에 들어가는 길은 극도로 자제하는 태도와 아무도 모르게 열심히 하는 것이다. 집단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일원이 되어 소속감을 확실히 느낄 정도로 애정을 쏟고 일원과 동등한 자격을 최소한으로 얻어야만 그 집단으로 들어가는 길의 입구에 서게 된다. 잘 구성된 집단은 풋내기에게 특별한 헌신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입의 과도한 열정은 구성원들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하고 이질적인 요소가 된다. 특별한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애써 일하거나 자신을 드러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신입은 집단의 암묵적인 규칙을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한다.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고 금지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과도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가끔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의 일부만을 드러낸다. 아주 조금씩 인정을 받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찾는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스스로 들어가고 싶은 집단이나 모델로 삼는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9월 3일 토요일 정기모임. 관문 운동장 왕복

12.33km, 1시간 12분, pace 5분 50초

가을 달리기를 시작한다. 자신에게 집중할 것. 깨끗이 씻고 손 크림과 발크림을 바르고, 셔츠와 바지는 다려 입고, 주위를 청소하고, 자주 버려서 빈 공간을 많이 만들고, 몸을 정성껏 돌본다. 달리기 초심으로 돌아간다. 즐겁게 달리고, 걷지 말고, 완주한다는 생각만 한다. 무엇이든 많이 하면 익숙해지니 기록이나 거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많이 달리면 기록은 저절로 나온다. 멈추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좋은 사람은 끝까지 머무는 법이다.

 

쓸데없이 줄임말을 쓰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평가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말과 글이다. 항상 좋은 말을 쓰려고 노력하고 욕설을 하지 않는다. 말이 곧 생각과 마음이고 생각하는 것은 그대로 행동이 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는 이유다.  

 

"내가 정신적으로 상처받거나 힘들 때, 바꿀 수 있는 것은 몸 밖에 없습니다." - 스노 폭스 CEO김승호 

 

상황이 좋지 않거나 나쁜 일이 생기면 좌절, 분노하거나 현재 상황에 한탄하지 말고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오던 것보다 더 나아지겠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회라고 받아들이고 더 큰 성과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로 한다. 정말 싫고 지겹고 또 지겹고 지긋지긋하다면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라.  

 

날씨와 계절은 잊어버린다. 매일 마주하는 날씨는 우리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고 마음은 행동을 만드니 어떤 계절에 사느냐에 따라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LA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우리나라 기후와 사람들의 성격을 보니 조금은 차이를 알게 된다. 비가 일 년에 한 두번 내리고 늘 맑은 날씨인 LA 사람은 표정이 밝다. 버스에서 내릴 때 늘 '감사합니다.'하고 큰 소리로 인사한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좀 어둡다. 그곳 날씨는 늘 바람이 불고, 안개가 자욱하고 흐린날이 많다. 

 

9월 6일 화요일 관문 운동장 훈련. 12km, 1시간 5분, pace: 5분 23초

민소매 싱글렛을 입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것이 예전과 다르다. 9월 18일에는 공주마라톤에 나가야 한다. 봉고차를 가지고 있는 선배 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사람 대부분은 게으르고 순발력이 없고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짓만 골라서 한다.

 

욕구를 참아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나체로 돌아다니는 70명의 여자들을 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형태가 없는 것들이다. 방송을 한다고 쳐도 카메라, 스튜디오, 마이크, 조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충성심 있는 동료와 직원, 투자자 설득, 경영, 단계별 전략, 사업 비전 같은 형태가 없는 것들, 계산할 수 없는 무형의 사다리로 이루어진 계단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고 그런 것들이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형태가 없는 것들을 이루어야 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나에게 다짐한다. 오늘은 목표한 일을 모두 한다. 오늘은 마약을 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오늘은 야동을 보지 않는다. 늘 그 다짐을 생각한다. 몇 번이고 그 다짐을 잊지 않도록 말한다. 한참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는다. 나보다 무엇이 더 강한 거지? 그걸 어기고 지키지 않는 내가 더 강한 건가?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거울속에 비치는 나 자신이다. 우리가 갈 길을 방해하는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없다.

 

24년 동안 즐겁지 않은 명절, 달갑지 않는 부모님 생신... 2022년 오랜만에 긴 미국 여행을 마치고, 코로나로 격리 생활을 하고, 큰 장마와 힌남노 태풍이 지나간 올해 추석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좋은 날에는 더더욱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어서 맘에 드는 기억이 비집고 들어설 공간이 없다. 아무리 지우고 덜어내도 어차피 들어설 것은 또 지워버릴 불편한 기억이란 걸 잘 안다. 이것도 내 탓이다. 극단적으로 시작부터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받아들이고 직면하고 살핀다.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다큐멘터리를 봤다. 수도원의 은수자(隱修者, 세속으로부터 더욱 철저하게 격리되어 고독의 침묵과 줄기찬 기도와 참회 고행으로 하느님의 찬미와 세상의 구원에 자기의 신명을 바치는 자.)들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개념을 사용해 누이는 하느님에게 시집을 가고 남동생은 하느님에게 장가를 갔다고 말한다. 수녀가 된 누나와 수도사가 된 남동생은 닮았다. 헤어지기 전 수녀인 누나와 대화하며 남동생은 긴장을 했는지 두 손을 꼭 잡고 몸을 위로 아래로 움찔움찔 움직인다. 어쩌면 남자라서 몸에 익은 동작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생각하지 않는 의도와 몸에 밴 습성을 숨기지 못하고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동물이다. 한 발자국을 내딛기 이렇게 힘든 세상에서 남매는 선명하게 자신이 갈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걷는다. 함께 밥을 먹지 않고, 자리를 구분해 신에게 경배를 드리고, 수도원 옆 묘지를 찾아가 기도를 하고, 가족들과 누이와 또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갖지 않는 고통스럽고 순수한 이별을 한다. 

 

세상과 담쌓고 살아가는 사람은 이미 세상에서 반쯤은 나간 사람이라서 세상과  멀어졌다는 말이 필요 없다. 이미 나간 사람이 자기가 멀어진 걸 어떻게 알겠나? 그냥 쭉 가는 수밖에 없다. 설득하거나 생각을 하도록 이끄는 자체가 이상하고 쓸데없는 짓이다. 관여하지 말고 그 자체를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자신이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가 거울을 볼 때 보이는 사람이다. 모든 것이 그 인간 때문이다. 그 인간이 120%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도 매일 생각해. 어떻게 살아야 하지?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지? 어떻게 해야 사업을 할 수 있는 거야, 젠장 니미럴. 아주 지쳤어. 

 

길고양이 포도라고 이름을 지어준 아이를 길들였다. 문원동으로 이사온지 5년이 맞는지 모르지만 5년 동안 변함없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지금은 강아지가 되었다. 사료를 사다 밥을 주고, 늘 부르고 나타나고 사라지고 집 근처에서 자고 한 지 5년이 되니 이젠 강아지가 되었다.  밤에 나가면 나를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가 되었다. 

 

길들여지는 것, 길들인다는 것에 대한 책임은 길들여지는 대상에 있다. 길들이는 사람 잘못은 아니다. 가스라이팅이 그런 건가 싶다. 내가 길냥이에게 친절을 베푼 것이 잘못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남자의 친절함에 넘어온 고양이의 잘못도 없지는 않다. 사실 길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머물만하니까 머무는 것이다. 지긋지긋하고 싫어하면서도 참을 만하니까 머무는 것이다. 

 

아들은 시골 내려갔다가 당일날 올라온다고 한다. 와이프가 뿌려 놓은 것들, 영향을 미친 것들이 대단하기는 하다. 우리는 늘 내면에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것들로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정신 이상한 사람, 사이코들의 특징이 무언지 알아? 사람 말고 다른 데 엄청 신경을 쏟아. 그게 전분 줄 알고 섬기거든. 와이프는 우유를 유산균으로 만들어주는 것에 목숨을 걸어. 밥 한번 차려주지 않는 사람이. 마찬가지로 주말 가족들 식사는 생각하는 일 없이 기도를 하러 예배당에 가. 일하고 결혼한 사람들... 우린 이런 일을 너무나 자주 보니까 아무렇지도 않고, 이런 일이 생긴 원인을 또 따라가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감정적으로 힘들다. 정서적으로 참을 수 없는 일을 겪으며 산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겨내는 게 삶이고 ㅎㅎㅎㅎㅎ

 

그냥 멋진 고양이가 아니라 지능이 떨어지는 고양잇과에서 아주 영리한 고양이,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아니라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지키고 싶은 고양이라고 말을 하자. 이야기 속의 여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쁘지 않다. 그녀는 아름답다. 하늘은 별로 파랗지 않다. 그것은 청록색이다.

 

9월 8일 목요일 훈련.

나오자마자 바로 민어 먹으로 직행.

 

사람은 독특한 존재라서 어딘가 들어가거나 집단을 이룰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오늘도 지금도 속절없이 눈부시다. 

 

습관적으로 해오던 일들을 그만두기로 한다. 원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그 일을 끝까지 한다. 신은 게으름과 나태함을 혐오한다. 고통을 감수할 준비가 안 되어있다면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생각을 버린다. 얼마나 큰 스트레스와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글을 쓰는 일도 되도록이면 그만둔다.

 

달리면서 배운 게 있다면 육체적인 것만이 현실이다. 

 

9월 13일 화요일 관문 체육공원 훈련. 10.82km 1시간 3분, pace: 5분 54초

 

조깅 트랙 8회, 100m 질주 4회, Yasso 800미터 7회전 - 4분 35초 페이스로 잘 달림.

 

끝까지 한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일단 담배 끊고. 

 

따라서 중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그냥 중단하라. 그 비겁하고 천박한 행동을 당장 중단하라. 당신을 나약하고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입에도 올리지 말라. 당신을 강인하게 만드는 생각만 하고, 당신에게 힘을 주는 말만 하라.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라. 

 

남자는 혼돈 속에서 길을 잃었다. 올바른 생각을 할 수가 없고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제 어덯게 되는거지? 내일은 어떻게 될까? 무엇부터 처리하지? 계획대로 안 되면 무슨일이 일어날까? 또 실패하는 건가?" 그냥 떠밀려 사는 것 같다. 그래도 된다고 위안은 하지만 길은 보이지 않는다. 

 

아래를 더 강렬하게 바라보는 것들은 빨리 가라 앉는다. 아래를 쳐다보지 마.

 

9월 15일 목요일 관문 체육공원 7.39km, 39분 53초, pace 39분 53초

오늘 훈련은 조깅 8회전, 100미터 질주 4회, 2000미터 달리고 3분 휴식 3세트 달리기다. 과천팀은 일사분란하게 훈련 일정에 맞춰 여럿이 나와 달린다. 우린 언제 저렇게 훈련할까? 부럽기도 하고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원래 우리도 아주 잘하는 팀인데 상황이 변한 것이 아쉽다. 무엇이든 변하니 받아들여야 한다.

 

18일 날 공주 백제 마라톤에 나가기로 했다. 

 

초심은 없었다. 그렇지만 즐겁게 달리고, 걷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두근두근 떨리는 두려움은 새로운 기회가 왔다는 신호다.

 

k2, 안나푸르나 같은 산에는 단 한가지 원칙이 있다. "포기하면... 죽는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에는 단 한가지 원칙이 있다. "포기하면... 끝이다." 언제고 포기할 수 있다. 지금은 아니다. 

 

9월 17일 정기모임 영동 1교. 10km

내일 공주 백제 마라톤에 참가하니 살살 몸만 풀려고 했다가 질주 본능을 다스릴 수 없어 관문체육공원 방향으로 달린다. 무엇을 하든지 균형을 잡는 것은 중요하다. 

 

9월 18일 공주백제 마라톤 하프 완주. 21.3km, 2시간 16분, pace: 6분 24초

글은 따로 포스팅하기로 한다.

 

9월 20일 화요일, 관문체육공원 훈련. 조깅 8회전, 100미터 질주 4개, 5분 주로 시작해서 4분 35초 페이스로 6km 달리기. 10km, 53분 50초, pace: 5분 21초

 

집에 돌아오니 여자가 아들 생일이라고 미역국과 갈비찜을 했다. 칭찬을 했다가 다시 잔소리만 들었다. 담배를 피지 않기로 하고 6시간 만에 담배를 피고, 술을 먹으면 담배 생각이 안 날것 같아서 마셨지만 역시나 그건 아니고... 우리 영혼은 너무나 연약해서 늘 상처받고 변화무쌍하게 점점 약해진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고 힘겹게 삶을 살아가니 잘 보살피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모든 것은 태도와 정신의 영역이다. 베푸는 것, 가난해도 부자처럼 사는 것, 오늘 목표를 달성하는 것,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위해 매진하는 것까지 모두가 정신의 문제다. 충분히 할 능력이 있고, 이겨낼 수 있고, 잘 버틸 수 있는 데 못하는 것은 모두 마음가짐이 글러먹었기 때문이다. 태도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이 멀리 있는 이유중에 하나가 아무리 원하는 것이라도 우리는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잘 찾아내기 때문이다. 오직 하나만이 진실이라면 누구도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 않는다. 

 

담배를 또 참기로 했으므로 노력하고 끊어야 한다. 말을 줄이기로 했으니 침묵을 지킨다. 아이들을 좀 더 잘 이끌기로 했으니 더 많은 공부와 준비를 한다. 더 잘 달리기로 했으니 달리기와 몸을 단련하는 데 충실하기로 한다. 사람 대부분은 사랑이나 정성, 열정을 쏟을 대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쉽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처럼 조금은 맘에 들어차지 않아도 차선책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것은 진심으로 바라는 게 아니라서 그렇다. 진짜 원하는 것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없다고 편하고 가깝고 쉬운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패배자들만이 굴복하고 싸우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가만히 모든 움직임을 최소화 한다. 단지 성찰하고, 관조하고, 모든 것을 알아차린다.

  

9월 22일. 목요일 관문 운동장 훈련. 12.38km, 1시간 10분 58초, pace: 5분 44초

기본 훈련: 준비체조, 400미터 트랙 8회전 조깅, 100미터 질주 4회 

본 훈련: 800미터 4분 35초 페이스로 달리고 400미터 3분 조깅 7회

 

나이 먹어서 사람에 집착하고, 물건에 욕심부리고, 자기 감정과 느낌을 오직 자기꺼라고 주장하는 것만큼 추한 것도 없다. 그런 일은 젊을 때나 귀엽게 봐줄 때 하는 거지 나이먹고 다른 사람이 그러는 걸 받아 줄 때지 자기가 응석을 부릴 때는 아니다. 그러니 함부로 티나게 행동하지 마라. 혹시라도 그런 게 생길 것 같으면 자리를 피하든가 못 본 척 한다.

 

담배 안 핀지 3일 인데 너무나 몸이 가뿐하게 달려서 깜짝 놀랐다.  

 

24일 창립기념일 행사가 있어 준비중인데 생각에 모든 일을 혼자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편하지 않다. 어떤 순간에라도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자신을 돌아보고 나를 비롯해 지금 함께 하는 운영진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는 데 있어 누군가의 실수를 찾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지 않는 방법이다. 상황을 더 좋게 바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한다.  

 

가난이든, 부유하든, 두려움이든, 용기든 모든 것은 정신의 영역이다. 정신의 영역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설령 일이 잘 풀린다고 해도 끝까지 지켜나가기 힘들고 결국은 실패한다. 인내나 끈기가 바로 그런것들이다. 

 

2022. 9. 23. 금. 행사 전 날

진짜 무사는 칼에 베여도 비명을 지르지 않지만 스마트 폰과 인터넷이 일상인 시대에서 무사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대부분의 사람은 비명을 지른다. 남자도 비명을 지른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매일 매일 떠밀려 살기도 치쳤다고, 날 좀 내버려 달라고 비명을 지른다. 

 

우리의 감정은 자연과 같아서 늘 바뀐다. 처음에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한다. 억지로든 아니면 마라톤 전사와 함께 쌓은 우정을 위해서든, 순수하게 받은 은혜를 갚으려고 어느정도 헌신하기로 한다. 점점 시간이 갈 수록 불편하다. 한 명은 발목을 크게 다쳐 움직이지를 못한지 6개월이 넘었고, 누구는 나이가 많아 모든 게 귀찮다고 하고, 이 자식이 순수하고 천박한건 좋은데 꼭 마지막엔 뒤통수를 치고, 달리기는 잘하지만 쉽게 투정을 부리고 소심한 새가슴에다가 리더쉽이 부족하고, 남자는 판단이 빠르니 마음에 안 차서 독설을 퍼부우니 성질이 좋지 않고, 고집도 세고 마음이 너무 변하니 어울리기 힘들다. 이런 상황을 한번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게 문제다. 물론 이런 상황을 잘 해결할 사람은 있지만 지금은 없고 언제 나타날 지 모른다. 

 

선배는 '바보들하고 일하기 너무 힘들다.'고 말하니 한동안 말도 없이 바닥만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남자는 2년 전에 선배에게 바보들 사이에 남자를 처넣은 사람이라고 욕을 할 만도 했지만 하지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는 늘 그렇다. 그 오랜 상황과 환경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상황에 예전 그 모습을 그대로 끼워 넣는다. 정말 바보같다. 남자는 일어난 상황을 깨닫는 때가 오기 전까지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고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처음에 바보들하고 함께 걸어도 언제든 혼자 걸어갈 수 있는 시간은 있다. 그 시간을 우리는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좋으니까, 버틸만 하니까 바보들과 걸어간다. 물론 지금이라도 나가 혼자 걸어갈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늘은 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죽기에 좋은 날은 없다. 

 

남자는 진짜 사업을 하고 싶다. 직원 한 명과 함께 시작하고 싶다. 월급 주고 쓸 만큼 쓰고 하면서 착실히 배우고 싶다. 그 사업을 키워 직원을 5명, 10명, 100명으로 성장하는 회사를 갖고 싶은 게 꿈이다. 진짜 꿈인데 요원하다. 한 발자국 내딛기가 이렇게나 힘드니까 엄두를 못내고 있다. 무엇이 가로막고 있는지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지도,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거울을 보면 보이는 사람, 바로 나 자신이다. 모든 책임을 지는 것도 나 자신이다.    

 

9월 27일 목요일 훈련 

12.37km, 1시간 8분 41초, pace: 5분 33초

기본훈련: 준비 체조, 400미터 트랙 8회전, 100미터 질주 4개

본훈련: 야소 800 훈련 400미터 트랙을 105초로 2바퀴 돌고 1바퀴를 3분에 조깅  7회 훈련.

 

나는듯이 달렸다. 야망도 없고 욕구도 없는데 힘들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길 고양이를 돌보는 것도, 도대체 내가 갖고 싶은 것은 언제 오는 건지도... 오로지 믿는 것은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내가 죽더라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이 나를 긍정적이게 만들고 하루를 살게 한다. 적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고, 주위 사람, 친구도 모르는 것은 바로 자신이 얼만큼 날 수 있는 지,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다. 예측하지 말고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9월 29일 목요일 훈련. 9.2km, 48분 57초, pace 5분 19초


9월 훈련이 오늘로 끝이다. 많이 달렸다. 이젠 달리는 일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것들은 왜 제일 마지막에 늦게서야 얻는건지. 

 

달리기는 우리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연결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강하게 만드는 변하지 않는 원칙과 같다. 세상 그 무엇도 달리기를 우리에게서 빼앗을 수 없으며 달리기는 헌신한만큼 우리에게 모든 것을 되돌려준다. 우리가 자질구레한 일들을 벗어나 우리의 한계를 뒤로 할 때 느끼는 기쁨을 준다. JOY!  

 

 

9월 달리기

 

    

탑건 매버릭 - 피트와 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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