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러너스

2022년 11월 달리기, 달리기는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태도와 같다.

지구빵집 2022. 12. 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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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면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지, 아니면 눈치가 있는지 없는지, 섬세한지 무심한지, 배려하는지 제멋대로인지 알 수 있다. 가능하면 뒤에 해당하는 사람은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절차와 예의는 늘 상황을 인식하고 제 때 행동하고 적당한 말을 해야 하는 지능의 문제다. 주위에 좋은 것을 볼 수 없다면 자신이 바로 그렇다는 말이다. 가까이 두어야 하는 절실한 관계에서도 제대로 가르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준이 낮거나 바보에게 반복해서 가르치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라. 

 

달리기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다. 처음 42.195km를 달릴 때 공주에서 5시간 넘어 완주했다. 그게 나의 최초이자 그 당시 최고 기록이다. 10월 말 춘천 마라톤에서 4시간 20분 기록이었다. 적어도 제대로 러너가 되어 달린 기록으로는 가장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나의 기록이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이기 위해 기록을 부끄럽거나 감추어야 한다면, 본능 때문에 에고 때문에 진실을 속인다면 남는 것은 없다. 스스로에게 진실하지 않으면 자꾸 빈틈이 생기고 자신을 인정하지 않게 되어 행복한 러너가 아니라 불쌍한 러너가 된다.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한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끝까지 해내고 느낌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대가를 기대하지 말고 친절하게 굴고 사랑하는 것 외에는 관심을 차단한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후회하는 것은 하지 않은 것이다. 매일 새로 태어나 태양을 맞이하는 것처럼 살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몸을 의도적이고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충 해서는 안되고 말이지.  

 

몸이 안 좋으면 다 안 좋다. 몸에 신경 쓴다.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11월 5일 토요 정기모임. 영동 1교 5km 조깅

 

10월 23일 춘천마라톤을 4시간 23분 기록으로 달리고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어쨌든 내일 조카 페이스메이커를 맡기로 하고 다른 동료들과 출전하기로 했다. 천천히 즐기면서 달리자. 우선 서울 강북 시내 전역을 가로질러 달리는 코스가 좋다. 가볍게 조깅으로 훈련을 마무리한다. 

 

11월 6일 JTBC 서울 국제 마라톤 42.56km, 4시간 43분, pace 6분 40초

 

후기 링크 글

 

11월 12일. 토요일 정기모임. 관문 체육공원 왕복 13.3km, 1시간 16분, pace: 5분 43초

 

11월 19일. 토요일 정기모임. 11.3km, 59분 10초, pace 5분 15초

 

 

서울, 공주, 경주마라톤을 달려 얻은 런저니 메달.

 

 

11월 24일. 목요일 훈련. 관문 체육공원. 조깅 8회전, 100미터 질주 4회, 200미터 야소 10회

 

무려 한 달이 넘어서야 돌아온 운동장이라 기분이 삼삼하다. 거기다가 항상 함께 운동하던 과천 마라톤 동료들은 보너스였다. 반갑게 인사하고 기록 이야기도 하고 경자 선배의 멋진 중앙마라톤 기록을 축하해준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나오냐고 묻는다. 그동안 강남 국제평화, 경주, 춘천, JTBC 마라톤 달리느라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떤 핑계라도 상관없지만 러너라면 달리느라 나오지 못했다는 대답이 가장 멋지지 않을까?

 

버킷 리스트에 적었던 서브 4를 생애 처음으로 하고, 몸이 근사하게 변하고 훈련에 열심인 후배와 이야기하는데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조금은 나와 같은 마라토너의 길을 걷는다는 사실이 슬프고, 점점 더 성장하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더 넓고 높은 세상으로 갈 것이 대견하든 생각을 한다. 당연히 "나도 처음 풀코스 완주를 하고 함께 훈련하러 나올 때는 저랬었지? 아마도."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겉으로는 근사하게 겸손했고, 속으로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이라서 자신감은 충만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은 하늘이 낮았던 때였다. 

 

어떤 일을 잘하려면, 잘하는 것 이상으로 탁월하게 하려면 다른 것들도 평균 이상으로 잘해야 한다. 자신이 정한 규율을 잘 지키고, 아침 루틴을 잘 지키고, 술 마시지 말고, 약물 중독도 피해야 하고, 여하튼 삶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도록 변해야 한다.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 훈련을 열심히 하고, 프로그래밍을 잘하기 위해 열심히 코딩 공부를 하고, 춤을 연습하고, 악기를 오랜 시간 연주하고, 요리 레시피를 익히고... 단지 그 일만 한다고 실력이나 수준이 탁월하게 나아지지 않는다. 삶이 변하지 않고 잘할 수 없다. 

 

11월 26일 토요일 정기 훈련. 12.16km, 1시간 10분 44초, pace 5분 46초

 

전날 밤늦게 내린 빗줄기로 약간 쌀쌀한 날씨다. 언자 선배가 겨울에 달릴 때 배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복장의 비법을 알려줬다. 버리는 바람을 막는 옷이 있다면 배를 가릴 수 있을 만큼 잘라내어 아침에 운동할 때 입는 옷의 안쪽에 대어 찬 바람을 막아 배를 따뜻하게 하는 방법이다. 배가 둘러싼 내장 부위를 따뜻하게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언자 선배는 빨간색 싱글렛 안쪽에 바람막이 천을 대어 토요일 훈련에 꼭 입고 나오신다.   

 

바람막이를 안쪽에 대느라 수선한 옷 하나만 계속 입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여러 옷을 만들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방법이다. 자봉이라고 참석한 현자 구령에 맞춰 체조하고 관문 운동장을 왕복했다. 일주일에 하루 회원들 모여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고 달리는 시간이 제법 길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쩌면 1년은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요즘 들어 자꾸 아깝다고 생각하는 세월은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

 

언자 선배가 내년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완주해야겠다고 훈련을 열심히 할 거라고 보안 사항이라며 희자 선배가 말해준다. 그렇게 큰 목표는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어쩌면 작은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나중에는 결국 큰 목표를 이루는, 그때그때 달성해야 하는 작은 목표들이 삶을 채울 뿐이다. 내년 3월 말에 열리는 동아마라톤의 첫째 목표는 완주이고, 두 번째 목표는 4시간 안에 풀코스를 완주하는 sub4(서브포)고 세 번째 목표는 풀코스를 3시간 40분 안에 완주하는 340으로 잡는다. 340을 달성하려면 훈련하는 기간 동안 적어도 매월 200km 이상을 달려야 한다. 매달 13번 정도 훈련 날이니 일주일 평균 50km는 달려야 한다. 그러니 매주 하프코스를 달리든지 32km를 달려줘야 한다. 생각만 해도 고통이 밀려온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육체와 정신이 충분히 할 수 있었고 당연히 도전적인 목표에 자신감이 넘쳤는데 지금은 아니다. 원래 나이가 들면 겸손해지므로 이런 건가 모르겠다. 

 

11월 29일. 수업이 늦게 끝나서 불참

 

11월 마지막 훈련을 참가하지 못했다. 남자는 또 생각한다. 남자는 왜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 걸까? 돌아보니 큰 결정을 하고 방향을 틀 때마다,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나면 정작 행동은 급속히 움츠러들고 쉽게 그만 둘 핑계를 귀신같이 찾아냈다. 남자가 능력이 부족하고, 누군가 방해를 해서 못했다면 아마도 후회는 덜할 텐데 마음으로 그만두었으니 그것은 완벽한 실패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절실할 이유가 없었지만 아무래도 잠재의식이나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배우지 못한 이유가 더 컸던 것 같다. 이미 흘러버린 강물에 다시 발을 담글 수 없지만 하나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더라면 아마도 원하는 것을 갖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지금에 와서야 열망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끝도 없이 추락해서 회한에 젖어 늙어가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남자는 무어라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남자는 어떤 대가와 희생을 치르고라도 다른 사람으로 살겠다고 생각한다. 신이 어떤 것을 거두고 어떤 것을 되돌려줄지 모른다. 그것은 인간이 원하거나 선택할 문제는 아니다. 인간에 대한 진실한 사랑은 사랑을 놀이로 전락시킨 신에 대한 전쟁과 같다. 세상에 자신을 위해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사람에게 자꾸만 자신을 위해 살아라는 말은 허공에 하는 말과 다름없다.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동한다. 가난과 실패는 대담하고 무자비하게 오지만 성공과 부는 수줍음과 조심성이 많다. 가치 있는 것들을 남자가 필요로 하지 않은데 왜 그것들이 오겠나?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힘을 믿지 않느데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원하는 것들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다루어야 하고 열망해야 한다.  

 

12월엔 조금이라도 지금과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매달 200km를 달린다. 달리기를 하든 부를 추구하든 반드시 기억해라.

 

"자신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자신이 지닌 모든 능력을 남김없이 발휘한 다음에야 비로소 삶이 정말로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자신의 소명을 다하게 되고, 우리 삶도 의미를 갖게 된다." 

- 보도 섀퍼 '돈' p.332

 

 

가을 참 징글징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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