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삶이 최선의 삶이다. 나는 이 정언을 믿으며 쓴다. 거의 실패하지만 나만이 쓸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삶의 문장을 꿈꾼다. 한때 서정시를 썼으나 지금은 보통의 언어로 생활에 정박해 있다. 세상에 와서 가장 많은 신세를 지는 마음이라는 정체를 알고 싶었다. '관계의 물리학'이 사람 사이에 작용하는 마음의 중력을 물리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면,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는 언어의 명도가 마음의 채도에 미치는 영향과 그 둘의 관계를 보정하는 화학식을 찾으려고 온 마음을 다해 썼다.
지난 작품들 덕분에 지금이 있다.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으려고 쓴 '그리움의 문장들', 동백꽃처럼 더운 사랑으로 쓴 '그토록 붉은 사랑'은 여전히 나를 흔들어 붉고 외롭게 한다. 언어의 연금술사들이 많지만 나도 그 직업에 종사한다는 자긍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 림태주
"반복은 지겨움과 편안함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지겨움 쪽으로 나아간 반복은 결별을 만난다. 편안함 쪽으로 나아간 반복은 일상이 된다. 어느 쪽으로 나아갈지 선택하는 게 인생이다. 욕망은 새롭고 화려하고 특별한 것에 끌리는 습성이 있고, 관계는 평범하고 오래되고 한결같은 것에 마음을 두는 습성이 있다. 편안함은 머물거나 떠나거나 상관없이 고단한 일상의 반복을 평화롭게 여기는 자의 몫이다. 그것은 마치 앙금 같아서, 들끓는 욕망의 온도가 차분히 가라앉은 자리에서 생겨난다.” p.19
“나는 세상에 생겨난 모든 사이를 관계의 우주라고 부른다. 우주는 ‘서로’가 있음으로 성립한다. 서로라는 말은 당신과 내가 고유하고 독립적인 하나의 행성이라는 의미다. 동등과 존중의 거리를 품고 있는 존재들이 서로 사이를 가질 때 그것을 우주라고 한다. 사이와 서로는 ‘우리’라는 말처럼, 인류가 발명해낸 아름답고 황홀한 천체물리학 개념어다.” p.22
“좋아하는 사이는 거리가 적당해서 서로를 볼 수 있지만, 싫어하는 사이는 거리가 없어져서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이 사이의 비유는 우리에게 사랑에 관한 깨달음을 준다. 사이가 있어야 모든 사랑이 성립한다는 것, 사이를 잃으면 사랑은 사라진다는 것, 사랑은 사이를 두고 감정을 소유하는 것이지 존재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는 것.” p.23
“오늘 지구와 달 사이에 일어난 인력과 공전, 지난 월요일과 일요일 사이에 태어난 강아지와 고양이들, 당신과 나 사이에 생겨난 수많은 사건과 감정들. 우리 모두는 무언가의 틈새에, 누군가와의 사이에 존재한다. 신비롭게도 그 사이는 너무도 적당해서 우리가 축복받은 생명임을 금방 느낄 수 있게 한다. 해와 지상의 거리가 적당해서 감나무에 감꽃이 피고 토마토가 붉어지고 빨래가 햇볕 냄새를 빨아들이며 눈부시게 마른다.” p.46
“묘비명을 무어라고 써야 할지 난감했다. ‘세상에 와서 좋았다’고 쓰기에는 내가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쓰기에는 내가 너무 잘못 살다 가는 느낌이 들었다. 망설이다가 나는 ‘잘 먹고 갑니다’라고 썼다. 세상이 내게 차려준 밥은 따뜻했고, 그 안에 사랑이 담겨 있었고, 다 헤아릴 수 없는 정성과 수고가 깃들어 있었다. 한 그릇의 밥을 위해 나는 살았고, 밥은 언제나 나의 정직을 요구했다. 그런대로 나는 나의 밥값을 치렀다.” p.119
“나는 세상에 생겨난 모든 행복의 질량은 생산지가 어디거나 생산자가 누구거나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부피나 모양이 달라 보일지 모르지만 무게는 어느 것이든 똑같다. 왜냐하면 어느 곳에서든 행복은 머리 위 공중에 뜨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똑같이 무중력 상태마냥 둥둥 뜬다. 그래서 우리가 행복을 낚아채는 순간,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p.140
“버티는 사람은 목적이 분명하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면 그토록 버틸 이유가 없을 테니까. 그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버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기에 버틴다. 힘겹게 버티고 있는 사람에게 즐기면서 살지 왜 바보같이 참고 있느냐고 말하는 것은 그 삶에 대한 모욕이다.” p.233
“조금은 행복해질 권리가 내게도 있다고 믿었다. 열심히 산 만큼의 수입을 갖고 싶었다. 보통의 일상을 꿈꿨다. 이 정도면 욕심부리지 않는 거라고, 이 정도면 들어줄 거라고 간구했다. 그런데 나아갈수록 물러나는 것 같았다. 문 워크처럼 앞으로 발을 내딛는데 몸은 자꾸만 뒤로 가는 느낌. 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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