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세상의 모든 것을 기적으로 바라본다.

지구빵집 2023. 5. 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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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에 오자마자 적으면 이루어지는 글을 10번 쓰고 감사한 일을 찾아 감사한다. 오늘 할 일 리스트를 세 가지 적는다. 제발 오늘 하루는 반드시 한 가지만이라고 제대로 하길 기도한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고, 아주 짧다고 말할 게 아니라 주어진 인생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살기를 기도한다. 하나를 대하는 자세가 전체를 대하는 자세다. 서버실 청소를 자루걸레를 빨아 두 번 세 번 닦는다. 서버실과 사무실이 넓어 이마에 땀이 난다. 닦기 전에 먼저 할 일은 너저분한 물건들을 전부 책상 위로 올리는 일이다. 사업 팀 주간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연락이 와서 적는다. 사람은 서로 형태는 다르지만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훼방 놓는데 열심이다.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 일에는 지치는 법이 없다. 지쳐서 남의 험담을 못 하는 경우를 본 일이 없다. 

 

여권을 갱신하고 Fladk와 장고를 공부하기. 스마트 홈 제작 테스트.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신경 끊고 통제할 수 있는 쉬운 것에 집중해. 답을 찾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4월 10일 메모장에 쓰여 있다. 구호나 멘토의 말, 자기 계발에 도움을 주는 조언은 그 순간에만 사용 가능하다. 사람들이 찾는 것은 언제고 도움이 되는 말이다. 일생을 살면서 언제 들어도 거의 들어맞는 정신적, 심리학적 사실 말이다. 

 

● 나이가 들수록 나쁜 것들을 끊기가 힘들다. 정신이나 육체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금단증상 같은 것들이 심해지고 그런 시도가 몸과 마음에 영향을 많이 준다. 지연된 만족을 얻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나이가 들수록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고, 욕구를 인내하는 데 취약해진다. 젊을 때 취약함은 도전 요소이고 극복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피해야 할 요소다. 나이 들면 어린아이가 되어간다는 말은 자연스러운 심리적인 현실이다. 점점 나이가 들면 좋은 것을 찾아서 해야 할 게 아니라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줄이거나 그만두는 일에 더 정성을 쏟아야 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 습관으로 만들기에는 아마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습관이 나쁜 습관을 몰아내기도 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작동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남자는 취약한 게 많아서 이도 저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 4월 초에 월요일 저녁에 성자 선배를 대동천에서 만났다. 늘 그렇듯이 작년 대동천이 강남으로 이사하기 전에 만나고 이제야 만났다. 연락도 하고 형님 글을 쓰려고 했지만 무엇인가 줄여가기로 한 남자는 애초에 마음을 막았다. 아주 오랜만이다. 물론 많이 좋아지셨고 운전을 배워 장애인용 차를 직접 끌고 다닌다고 했다. 성자 선배를 만나면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배우는 것이 많고 삶을 사는 기운과 연민을 받는 사람은 몸이 불편한 선배가 아니라 남자라는 사실을 배운다. 지방에 있는 한 사람을 빼고 8명이 테이블에 앉았다. 요리가 나오고 서로 근황을 묻고 사진도 남기고 노래를 몇 곡씩 불렀다. 휠체어를 접어 차에 싣고 남자가 사준 형수님 선물인 빨강 장미와 음식을 싸서 보냈다.

 

헛헛하게 헤어지고 441113917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버스가 강남역에서 집으로 가까이 갈수록 점점 더 졸린다. 깜박 잠이 들었나 했더니 멀고 먼 의왕 차고지에 와있다. 차고지에서 걸어 나오니 핸드폰이 없다. 카드 지갑은 잘 있으니 비틀거리며 외지고 외진 곳에서 택시를 잡아본다. 갑자기 앞에서 '아버지!' 부르며 아들이 걸어온다. 유령을 보듯 깜짝 놀란 남자는 '아니 웬일로 네가 여기서 나오니?' 하며 신기하듯 물었다. 삶을 바라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모든 일을 기적으로 바라보는 일이고,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남자는 기적을 바라본다. 아들은 강남역을 떠난 아버지가 오지 않아 인터넷에 연결해  구글 위치를 검색한다. 일전에 남자가 쓴 컴퓨터라서 로그인이 되어 있다. 스마트 폰 위치를 보니 남자의 핸드폰이 타고 있는 44113917 버스가 과천을 지나 의왕 차고지로 가는 버스를 본다. 아들은 엄마에게 카드를 빌려 택시를 불러 버스 차고지로 간다. 도착한 아들은 혹시나 해서 버스 차고지 사무실에 들른다. 마침 운전기사님이 수거한 남자 핸드폰을 찾아 입구로 나오는데 흰 셔츠에 슈트를 차려입고 구두를 신은 남자가 잡히지도 않는 택시를 잡고 있었다. 삶의 모든 일은 기적이다. 둘이 택시를 타고 오면서도 남자는 아들의 놀라운 지혜와 멀리까지 남자를 구출해 준 것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칭찬을 한다.  

 

● 4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영어 회화를 한 달간 출퇴근하며 듣고 따라 하며 배운 남자는 유창하게 이야기한다.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 찾은 기분이라 빠르게 배우고 배운 것은 사용하는 데 열심이다. Jara 매장에 가서 이것을 얻을 수 있는지 묻고, 얼마인지 묻고, 다른 것을 찾고, 입어 볼 수 있느냐고 점원과 이야기한다.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홉킨스에서는 동료들이 필요한 것들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얻어다 준다.  

 

세상에 배우고 익히지 못할 것은 없다. 동영상을 보고, 문장을 프린트해 외우고, mp3로 변환한 파일을 듣는다. 낯선 곳에 가면 그곳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 낯선 사람처럼 행동한다. 가 본 적이 없는 곳에 가고 먹어 보지 못한 음식을 먹는다. 보고 싶었던 것을 보고 낯선 사람과 이야기한다. 남자가 부자가 아닌 이유는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고 컴포트 존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늘 시간이 아깝다거나 시간이 없다고,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묻지만 정작 그럴 일은 없다. 시간이 결정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은 단지 잊히도록 만들고, 하고 싶은 것을 미루게 만들고, 지나고 나면 회한만 남길뿐이다. 시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보스턴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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