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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마라톤 풀코스 완주 3시간 59분 57초, 꽃이 피기는 어렵지만 지는 건 금방이다.

지구빵집 2023. 5. 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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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마라톤 풀코스 완주, 꽃이 피기는 어렵지만 지는 건 금방이다. 

 

가끔 생각한다. 만약 내가 마라톤을 하지 않았다면 무슨 운동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철인 3종(수영, 자전거, 마라톤) 경기를 하거나 검도, 권투 같은 운동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기간 달리기를 한 사람들은 달리기가 가장 유용하고 즐거운 운동이라고 말한다. 보통 인간은 야구, 골프, 심지어 공이라도 굴리는 축구처럼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그런데도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원시의 몸 자체만을 도구로 삼아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달리는 운동이 최고의 몰입 경험을 주는 운동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2023 서울 마라톤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메이저 마라톤 대회다.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7개 자치구(종로구, 중구, 성동구, 동대문구, 광진구, 강동구, 송파구)를 가로질러 잠실 대교를 지나 잠실 종합 운동장까지 달린다. 총 43개국에서 3만 2천여 명이 참가하는 서울 마라톤은 국내 유일의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 최고 등급(플래티넘 라벨) 대회로, 세계육상 문화유산에도 선정된 바 있는 국내 최고 권위의 국제마라톤대회다. 봄에 열리는 가장 큰 대회고, 가을에는 춘천마라톤과 JTBC 마라톤이 열린다. 

 

 

 

메이저 대회(서울 동아, 춘천, JTBC 마라톤)에 참가하는 러너들은 잔뜩 기대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 내내 훈련하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흘린 땀에 대한 결실을 거두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실 더 빠른 달리기, 현저한 기록 단축은 일반적인 러너들은 관심이 없다. 그들은 툭 터진 대로를 자신의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함께 달리는 수많은 러너와 교감하며 포기하지 않고 완주가 목표인 달리기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른 시간의 광화문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상황 이후로 대회에서 달라진 점은 젊은 사람들의 참가가 두드러진 현상이다. 러닝 크루(젊은이들의 개별적이고 자유로운 달리기 팀)들도 많이 생겼고 스포츠 메이커에서 지원도 많이 해주면서 달리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었다. 달리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원인이야 어떠하든, 목적이 어떻든 간에 좋은 현상이다. 

 

사람은 우연히 낀 놀이판에서 평생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의 직업이 그렇고, 우연히 만난 배우자가 그렇고, 늘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신은 우리의 삶, 그러니까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생각과 몸을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정신과 몸을 자유롭게 사용하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는 말이다.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더 많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있는 정신과 물질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 달리기는 누가 뭐래도 가장 자유로운 운동이다. 

 

잠실 운동장을 향해 잠실 대교를 달리는 데 피켓에 쓰인 글을 봤다.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거야?"

 

갑자기 화가 나고 회한이 밀려온다. 정말 그렇다.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것들을 생각해 보니 셀 수없이 많았다. 그게 더 분노로 다가왔다.

 

"왜 안 한 거니? 무엇 때문에 안 한 거지? 앞으로도 안 할 거지? 넌 원래 그런 놈이니까."

 

 

기록증보다 시계 기록이 더 좋다니까

 

 

갑자기 세상이 노랗게 보였다. 가슴속에서 어김없이 치밀어 오른다. 꼭 이런 상태를 한 번씩 겪어야 힘을 내고 마지막 꼴인 지점까지 정신없이 달리게 된다. 정말 앞으로는 할 수 있은 것들을 단 하나도 건너뛰거나 빠뜨리거나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살든 나중엔 회한으로 가득 차 후회하게 되는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아무리 인생을 꽉 차게 살았던 사람도 겪는 일이라고 알고 있다. 이젠 세상으로 나간다. 절대로 고개를 숙이고 처진 어깨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갖고 싶은 것을 가질 것이고, 하고 싶은 것을 반드시 하고, 포기란 없다.

 

마라톤은 연애랑 비슷한 구석이 있다.

 

 

2023 서울 마라톤 풀코스 완주메달

 

서울마라톤 42.195km 코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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