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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마라톤 하프코스 1시간 48분 완주, 팬데믹 이후 최고 기록

지구빵집 2023. 5. 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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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대회에 나가 달리지만 완벽한 달리기는 이따금 온다. 무조건 많이 달려야 한다. 5월 21일 일요일 과천 마라톤 대회에서 하프 코스 21.0975km를 달렸다. 다음날엔 오른쪽 허벅지 햄스트링이 당기고, 왼쪽 무릎 연골 부분이 시큰거린다. 증상이 달릴 때마다 있는 것은 아니다. 토요일 10km를 달리고, 오늘 하프코스를 달리니 큰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 특정 부위가 아프거나 몸이 힘들어하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그럴 때 그만 달리거나 더 달리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다리가 아픈 것은 견딜 수 있지만 정신이나 마음이 먼저 포기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대회에서 풀코스를 달리든 하프코스를 달리든 적어도 2시간 전에는 일어난다. 누워서 다리를 접고 좌 우로 스트레칭을 한다. 골반을 천천히 올렸다 내렸다 스무 번을 하고 이불을 갠다. 빼먹는 날도 있지만 오늘 같은 날은 10분 명상을 한다. 숨을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느낀다. 몇 초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알람이 울린다. 계란을 두 개 찌고 카누 커피를 보온병에 따뜻하게 담는다. 출발 한 시간 전에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면 오늘 가장 좋은 상태로 달릴 수 있다. 찬 물로 샤워를 하고 우유와 계란으로 아침을 먹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관문체육공원에서 8시에 대회가 열리니 7시 40분에 집을 나선다. 출발은 9시다. 대회날 아침에 실행하는 루틴을 지킨다.

 

 

2023 과천마라톤대회

 

 

자신의 목표와 하려는 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이상하게도 그게 이룬 것처럼 착각이 들어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게 된다. 남자는 늘 이야기한다. 무얼 할 건지, 어떤 일을 하고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세세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모두 이루어지지 않은지도 모른다. 

 

날씨는 흐렸고 이른 아침에 비가 약간 내렸다. 운동장 스탠드에서 동료들이 모여있다. 오늘은 과천마라톤 팀이 페이스메이커로 달린다고 한다. 어제 1시간 50분이 오늘 하프코스 목표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든 목표를 달성하기로 결심한다. 마침 달리는 주로는 매주 토요일마다 훈련하는 양재천 코스다. 관문체육공원을 출발해 중앙공원을 한 바퀴 돌고 양재천으로 내려가 영동 2교를 지나 영동 5교까지 달리고 돌아오는 주로다. 어디에서 방향이 바뀌고 다리 하나 사이의 거리와 남은 거리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목표 시간인 1시간 50분 페이스 메이커가 유자 선배다. 보스턴 마라톤에도 같이 다녀와서 친숙하다.

 

공식적인 요식행사와 준비 체조를 마치고 출발이다. 만약에 누군가가 앞에 정지해 있지 않고 달리고 있다면 그 사람을 따라잡는 데는 아주 긴 거리가 필요하다. 100미터 달리기가 아주 짧은 시간을 경쟁하는 것처럼 아주 긴 거리를 달리는 일도 결국은 초를 나누고 더하고 뭉치는 일이 필요하다. 앞선 주자가 1km 앞에 있다면 시간으로 5분 거리 앞에서 달리고 있는 상태라면 매 km당 10초를 당겨서 따라잡는 데는 300초가 걸리니, km당 10초를 당긴다고 치면 30km를 달려야 바로 옆에서 나란히 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오래 달리다 보면 이런 계산의 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빨강 풍선을 단 유자 선배를 놓치지 않는다. 턱은 약간 당기고 시야는 정면을 향한다. 시선은 4미터 아래를 바닥에 고정하고, 내딛는 발은 엉덩이 바로 아래에 놓는다. 출발해서 5km를 달려왔는데 아직도 약 700미터 앞에 있다. 반환 점까지 7km 남았다. 반환지점에서 돌아오는 길에 영동 1교에서 따라 잡기로 한다. 그러면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 목표를 달성한다. 반환점을 돌아 영동 1교에 왔지만 아직도 500미터 정도 앞에 있다. 지금부터 더 빨리 달린다. 시선을 더 아래로 내리고 부지런히 쫓아갔다. 피니시 라인을 1km 남겨둔 지점에서  은자유자 선배를 만났다.

 

"어이~ 이제 왔어? 한참 기다렸어." 한다.

 

'뚜루루루' 소리가 나는 전자 호루라기를 열심히 불며 함께 가는 선수들을 독려한다. 마침내 피니시라인에 멋지게 골인! 기록은 1시간 48분 39초.

 

팬데믹 이후 하프 코스 최고기록이고 바로 전에 달렸던 서울 하프마라톤 기록인 1시간 53분 38초를 무려 5분이나 앞당겼다. 무엇보다 목표한 기록을 달성해서 기분이 좋다. 보스턴에 갔던 분들도 만나고 오래간만에 까치식당에서 삼겹살 먹으며 뒤풀이를 했다. 현자는 오늘 달리지 않았다. 춘자식자 선배는 1시간 40분 기록으로 일등으로 골인했다. 기다리면 저절로 식자 선배를 이길 거라고 흰소리를 했지만 그것도 정확히는 모르는 일이다. 어떤 것이든 세월이 간다고 저절로 순서를 정하고, 방향을 정하고, 일이 되는 것은 없다. 먼저 늙을지도 모르고 먼저 마라톤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항상 겸손하게 멈추지 말고 훈련한다. 세상은 항상 겸손한 자에게 기회를 준다.

 

 

 

과천 마라톤 하프코스 완주 메달

 

 

 

과천마라톤 코스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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