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살면 언젠가는 대가를 치른다. 우리의 뇌는 물길과 같다.
부처님 오신 날이 토요일이라서 대체 공휴일로 지정해 월요일을 쉬니 3일 연휴다. 그래서 그런지 토요일 달리기 훈련을 마치고 아침 10시 반에 부모님 집을 향해 가는데 비가 오는 길이라서 고속도로가 많이 밀린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 때처럼 4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니 3시가 되었다. 남자와 같은 운전자들만 있으면 휴게소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모든 휴게소를 다 들르는 사람. 특히 이렇게 차량이 밀리는 여행에서는 말이다.
4주가 지나고 나서 방문한다. 부모님이 계신 집은 조용하다. 오늘 주간보호 센터에 안 가신 아버지는 거실에 않아계시고 엄마는 주무신다. 엄마는 늘 잠으로 남은 삶을 흘려보내시는 것 같다. 사실 잠을 자거나 머 대단한 일을 하거나 흘려보내는 것은 같다. 우리 주위에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가진 상반되는 두 개의 연관성에 특별히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아주 완벽하게 모순된 일을 잘한다. 연못에 뿌리를 내려 아주 빠르게 연못 전체를 점령하는 연꽃의 욕심을 외면하고 진흙 속에 핀 연꽃을 칭찬한다. 비가 오지 않아도, 많이 와도 걱정이다. 비가 적당이 오고 햇살이 좋으면 다른 할 일이 없을까 걱정을 한다.
부모님 집에 3시에 도착하고 잠깐 쉬었다가 무조건 국립 현대 미술관 청주관을 검색하고 예약한다. 청주 국립 현대 박물관은 다른 미술관과 다르게 개방 수장고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미술관이다. 보통 미술관과 박물관을 모두 'Museum'이라고 한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박물관은 미술, 역사, 자연사, 동 식물, 우주, 문화 등 인류에 대한 모든 것들을 전시하고, 미술관은 미술(회화ㆍ조각ㆍ공예ㆍ사진 등)에 초점을 맞춰 전시한다는 점이 다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미술관과 정부, 미술은행 소장품을 바탕으로 형성된 국내 최초의 개방 수장고를 공개하고 있다. 개방 수장고는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그림, 조각, 공예 작품 등을 보관, 수장한 상태로 관람자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당연히 아주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미술관의 보이지 않는 기능 - 보관, 수정, 복원 등 미술관의 업무 -까지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확장된 개념의 미술관이라 할 수 있다.
오늘 기획 전시는 '전시의 전시'가 있고, '모두가 볼 수 있는' 열린 형태의 수장고인 '보이는 수장고'에서 'MMCA 이건희컬렉션'이다. 박생광의 주요 작품 3점을 수장고 형태로 전시한다. 1976년 일본에서 체류할 당시 그린 ‹소떼›(1976),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탐구한 ‘무속화’ 연작 중 하나인 ‹무속›(1980), 후기 화풍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호랑이와 모란› 등 총 3점이다. 엄마는 주로 입구에 의자에 앉아 계시고 나는 둘러보고 나온다. 1층 조각 공예 전시회를 둘러본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은 물과 같아서 거역할 수 없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약한 곳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삶도 이와 같다. 개인이 가진 문화, 행동과 사고방식은 모두 위에서 나온 것이고, 강한 것들에서 출발한 것들이고, 더 많은 것들에서 나와 개인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한 시대에 지배적인 것들은 모두 개인에게 흐른다. 물론 거부할 수도 있다. 종종 매력적이기도 한 자질인 사회에 순응하지 않는 방식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가장 약한 곳으로 흐른고 무너뜨린다. 누구나 가장 약한 곳, 취약성을 드러내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 물길은 바로 그런 곳으로 쉽게 흘러가 고랑을 낸다. 쉽게 고칠 수 없고 변화하기 어려운 깊은 자국을 만든다. 누구도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물이 흐르고 흘러 돌에 새겨진 것이다. 물처럼 사는 것도 어렵지만 물처럼 살아서도 안 된다.
여전히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하고 있다. 남자의 골이 깊고, 아버지 역시 깊기 때문이다. 더 잘 달리는 선배 러너를 이기려면 시간만 가면 되는 줄 알았다. 나이가 들어 힘이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이기게 되는 줄 알았다. 아버지와 화해하는 일도 저절로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더 노쇄해지고 조금 더 수그러들면 자연스럽게 화해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전혀 아니다. 삶에서 저절로 오는 것은 세월 나이와 주름살 밖에는 없다. 역시 아버지와 또 부딪히고 냉큼 올라와버렸다. 힘들지만 노력해야 하는 일을 왜 하지 않는 걸까? 이대로 산다면 나중엔 어떻게 될 것인가? 어디까지 흘러가게 될까?
아버지께 못되게 굴고 와서도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 별로 죄스런 마음도 들지 않는다. 내면에서는 스스로 당연한 느낌을 부여하고 아버지의 못된 점을 강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러면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인내와 끈기를 잘하게 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것도 아니다. 어째서 하나도 그냥 얻는 법이 없을까. 조금이라도 어릴 때 부지런히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 다리의 근육이 달리기라는 훈련을 통해 단단해지듯 인내와 끈기라는 마음의 근육도 부단한 훈련을 통해서 기를 수 있다.
육체적으로 탄탄한 몸을 가진 사람, 하나씩 단어와 이름을 잃어버리는 나이에도 잘 기억해 말해주는 사람, 늘 올바른 자세와 가져야 할 태도를 잃지 않는 사람, 더 잘하려는 욕심을 부리기 전에 인생에서 지켜야 할 기본을 철저히 실행하는 사람, 호기심이 많아 주위의 사소한 것들에서도 패턴을 발견하는 사람, 무엇이든 잘 배우고 배운 것들을 머지않아 탁월하게 해내는 사람, 지나친 기대를 접고 새로운 꿈을 좇는 나이가 지났으면서도 그런 것을 악착같이 해내는 사람, 함께 있으면 늘 새로운 영감을 주고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만드는 남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은 것만 자랑이 아니라 원하는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느끼고 싶다.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자신, 주어진 삶에 대한 진정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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