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마라톤 대회까지 가을은 깊어간다.
밤과 낮의 기온 차가 점점 벌어지고, 가을 비도 한 두 번은 더 내릴 테고, 아침에는 아마 싱글렛이나 반바지로 버티기 힘든 쌀쌀한 날이 오고야 만다. 만물은 이유 없이 운행한다. 우리가 10월이나 11월 한창 가을에 핑크색 튤립 구근을 화분에 심었다고 하자. 그러면 봄에는 핑크색 튤립이 핀다.
"왜 핑크색 튤립이 피었을까?" 여자가 말했다.
"그거야 핑크색 튤립 구근을 심었으니까...." 남자가 대답했다.
"그 덜 익은 새끼 양파 같은 구근이 혹시 주황 튤립 구근 아니었나? 물을 제대로 주었고? 실내에 두었니? 아예 관심도 없었구나. 겨울에 얼었었나? 도대체 네가 한 일이 머니? 아니면 누가 화분을 보살핀 거야?"
길게도 말한다. 여자가 이유가 없다면 없는 거고, 있다면 있는 거다. 그런데 정말 지금은 이유가 없다. 심지어 구근을 심어 꽃이 열린 자체가 이상하리만치 우연적이고 이상한 일 아닌가? 아무것도 몰랐던 젊을 때 항상 사람에 대해,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같은, 머 그런 쓸데없는 것들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고 그렇게 헤매고 다닌 게 시간 낭비였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면 결점이나 모자란 점을 가르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 자체를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존중이라는 게 그렇다. 그 사람의 부족한 면들 까지도 그가 가진 특이한 점이자 고귀한 성격과 스타일의 일부인데 어찌 바로잡으려고 말을 하겠는가? 사실 질투가 강한 남자는 존중하는 삶이 없다. 삶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성격 혹은 태도는 인생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항상 관계를 맺는 사람을 존중하고 냉소적인 자세를 버린다. 전혀 그런 태도를 갖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는 남자가 그렇다는 것은 많이 의외라서 놀랍다.
문화방송 MBC 방송국 뒤편에 준자용자네 집에서 바둑도 많이 두었고, 세 명의 여동생 하고도 즐겁게 지냈다. 남자가 가면 "오빠"를 부르는 소리가 하루 종일 울렸다. 새벽까지 술 마시고 바둑 두고 담배 피우고 바둑 두고 하다 잠이 들었다. 오후에 일어나 여동생이 해준 밥을 얻어먹고 시내나 학교로 갔다. 학교에서 철학과 선배들을 만나면 강의동이면서 4층이라 엘베도 없는 63동 뒤편 마당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용자기자 선배집으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넘게 갔다. 청주에서 얼마나 멀리 가는 건지... 그곳에 들어가 이틀 내내 술 마시고 자고, 술 마시고 자고, 떠들고 놀았다. 선배와 할머니만 살고 있는 툇마루에 햇살이 좋았다. 시골집은 늘 평화롭다.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오면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 베네치아 카페나 세븐 다방, 아니면 쉘부르의 우산이나 중앙 공원에서 기다린다. 집에도 안 들어가고 준자용자네 집으로 가서 바둑 두고 술 마시고 자고...
잃을 게 없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사람이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다. 원하는 것이 없는 남자는 다 가진 게 아니라 하나도 갖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극적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한다. 남자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정확히 1년 전에 결심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조용히 사라지는 것과 같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물론 아직은 그럴 때는 아니지만 말이다.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남자는 생각한다. 아니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많다.
승부는 초보자들이나 관심 갖는 거다. 이기고 지고는 문제가 아니다. 아니,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다. 화살을 자신에게 겨눈다. 남자와 여자의 가슴에 겨누기로 한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진짜 원하는 삶을 약간이라도 살아 봐야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조금이라도 경험해야 하는 이유다.
10울 29일 가을의 전설 춘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몸관리, 마음관리, 일정 관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관리하기가 싫어진 건지, 관리할 마음이 없는 건지, 아니면 관리 할 필요가 없다면 가장 좋으련만. 마음을 통제하기 위해 마음을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몸을 사용하여 마음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둘은 동시에 변화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언제나 항상 맞는 말 하나 하자면 마라톤 대회에서는 "침묵이 금이다." 이것은 맞지 않은 적이 없다. 어떤 코스에서 어떤 구간을 달리든 예측하지 말고 순간순간 흐름을 타고 최선을 다한다. "에라 모르겠다"가 늘 정답에 가깝다. 배운 대로 달리고, 전부 내려놓고 달린다. 신의 가호가 너와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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