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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와 시간을 달리는 러너로 살기

지구빵집 2023. 10. 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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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 달리고 계신가요? 많이 달리셨나요? 계속 달리셨다면 아마 모든 면에서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저는 일주일에 3일은 약 35km를 달리고 3일은 체육관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있어요. 매월 140km를 달리고 대회 참가 전 3개월은 200km 이상 달립니다. 지금 까지 달린 거리는 지구 둘레 40,075km의 4분의 1 지점을 달리고 있고요. 시간은 걸릴지 모르겠지만 3시간 30분 내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게 목표입니다.

 

시작하는 러너를 위한 안내서를 혹시 읽지 않으셨다면 꼭 읽고 오세요. 오늘 이야기는 그 후속 편이니까요.

 

당신은 이미 즐기고 있을 겁니다. 함께 달리든 혼자 달리든, 달리기가 주는 매혹적인 악마의 매력에 반했겠네요. 아주 잘하신 겁니다. 달리기가 너무 즐거워 무작정 달리다 부상을 입고 쉬게 되면서 달리기를 포기하는 친구들이 제법 있습니다. 의사가 전하는 달리지 말라는 말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친구도 있고요.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은 아주 차이가 큽니다. 자전거 타는 친구가 늘 달리던 길을 바라보며 한 말입니다. 천천히 달리는 게 가장 빠른 달리기라고 합니다. 언젠가 의미를 깨닫는 날이 올 겁니다.

 

오늘은 좀 달려본 러너를 위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여전히 이른 아침이나 퇴근 후에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달리러 나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힘껏 달리고 나면 그 상쾌한 기분, 해냈다는 성취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신기합니다. 성장하는 기분을 자주 느끼고 오래 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 그럼 시작할까요? 

 

 

 

1. 그룹에 가입하세요. 함께 달리세요. 

 

주변에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러닝크루와 달리기 교실, 클럽이나 동호회도 많아졌습니다. 매년 3월 동마마라톤이나 10월 춘천마라톤 같은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아름다운 주로는 활기가 넘칩니다. 혼자 달리기에 익숙하다면 이젠 주위에 함께 달릴 사람들을 찾아보세요. 좋은 그룹을 선택해 가입하세요. 커뮤니티는 중요합니다. 정기적인 모임에서 달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진정한 그룹은 모든 우여곡절을 공유하는 평화로운 곳입니다.

 

그룹에 가입해 함께 달리면 앞으로 겪을 많은 고통을 줄일 수 있고, 건강한 친구를 만나고, 다양한 코스나 건강 정보를 배울 수 있습니다. 혼자 달릴 때 느끼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과 증오, 쓸데없는 생각을 없앨 수 있습니다. 달리기 경주에서 질투와 경쟁,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망은 권장 사항입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달리고, 빨리 가려면 역시 함께 달리세요. 배운 것을 가르치고 함께 반복하여 거리와 시간을 향상하세요. 

 

2. 항상 러닝 자세를 신경 쓰세요. 보폭을 줄이세요.

 

여러 가지 달리기 훈련을 하고 계시죠? 일정한 속도로 장거리를 달리는 LSD 훈련, 강도 높은 인터벌 훈련, 지루한 언덕 달리기, 타는 듯한 계단 오르기까지 좀 더 먼 거리를 빠르게 달리기 위해 러너가 소화해야 할 훈련은 많습니다. 그래도 늘 자세에 신경 쓰세요. 아무리 힘들어도 자세를 무너뜨리지 마세요. 아주 빠르게 100미터 질주를 할 때도 발은 반드시 엉덩이 아래에 놓아야 합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팔은 90도로 꺾어 옆구리를 스치듯 가볍게 흔듭니다. 몸은 앞으로 약간 숙여 자연스럽게 중력에 의지하고, 머리는 정면을 향하되 시선은 약 4미터 앞 바닥을 보세요. 한 동안 쉬었다가 다시 달리기 시작할 때도 자세를 바로잡는 데 집중하세요.

 

3. 기록하고 또 기록하세요. 달리기 일기를 쓰세요.

 

매일 달린 거리를 기록하세요. 러닝 시계가 알려주는 페이스와 거리는 나이처럼 단지 숫자입니다. 자신을 위해 기록하세요. 바람이 피부에 닿는 감촉과 차갑고 따뜻한 사계절 풍경을 적으세요. 훈련 장소와 거리, 페이스를 기록하세요. 함께 달리는 사람에 대해 말해주세요. 모든 사람이 탄생, 친구, 사랑, 가족, 죽음이 들어간 같은 인생을 살지만,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매 번 동일한 주로와 트랙을 달리지만 늘 다른 느낌과 결과, 스스로 성장하는 길에 있는 자신에게 해 줄 말은 너무나 많습니다.

 

평가하고 반성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보고서도 아니고 훈련 일지도 아닙니다. 자신이 달린 일을 자신에게 말해 주세요. 달린 날의 감정을 적고, 일주일을 기록하세요. 한 달을 채우면, 사계절을 적게 되고, 곧 일 년을 어떻게 달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너무 자세히 들어가지 마세요. 지구를 한 바퀴 전부 달리려고 하지 마세요. 매년 다른 달리기, 다른 교훈을 얻고 실력이 출중한 러너로 성장하는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정말 충분히 즐거운 일입니다. 수많은 러닝 앱과 성능 좋은 마라톤 시계에 의지하지 마세요. 시계와 폰의 동기화를 너무 좋아하면 삶이 리셋 상태로 동기화되는 수가 있습니다. 당신만의 독보적인 기록과 페이스, 느낌을 꾸준히 쓰기를 부탁하고 권장합니다. 아셨죠?

 

4. 달리기를 사회로 넓히세요.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세요.

 

당신이 러너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게 하세요. 그래야 규칙적으로 훈련하는 날에 방해받지 않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수입이나 당신이 하고 있는 일, 당신의 목표, 만나는 사람 등과 같은 공개하지 않아야 하는 사적인 일과는 무관합니다. 달리는 시간은 온전히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자연에서 즐기고 커뮤니티에서 보내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가족, 친구, 동료에게 일찍 달리기 시작한 당신이 정보를 주고 함께 달리세요.

 

주위에 함께 달릴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UDRC(우리 동네 러닝클럽)을 만드세요. 함께 달릴 동료를 찾는다고 알리자마자 두 명, 다섯 명, 열 명으로 늘어날 겁니다. 모임 티셔츠를 제작하고 그룹 깃발을 만들고 함께 장거리를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나가세요. 동료로부터 받는 응원과 완주 후에 느끼는 진한 동료애를 경험하세요.

 

저는 몇 년 전 동아마라톤 대회에 아들과 풀코스를 완주하였고 올해 3월 같은 대회에서 조카 1을 데리고 동아마라톤을 완주했어요. 2023 춘천 마라톤 대회에는 조카 2를 데리고 풀코스를 처음으로 함께 뛰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제 기록이요? 중요하지만 얼마든지 미룰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을 데리고 달리는 일은 미룰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잘 아시잖아요.

 

사진 한겨레 신문

 

5. 주로(走路)에서는 항상 겸손하고 친절하세요.

 

이 항목을 맨 앞에 쓰려다 말았습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지만 달리기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거든요.

 

강아지와 마주치면 눈을 맞추고, 앞에서 달려오는 러너가 있다면 손을 들어 당신의 관대함을 보여주세요. 앞에 나이 든 러너가 천천히 달리고 있다면 존중을 표하고 추월하세요. 그들도 당신 나이 때는, 아니 불과 몇 년 전에는 당신보다 더 빨랐습니다. 전국의 모든 코스를 달리고 사막과 남극을 달린 선수일지도 모릅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고 있는 초보 러너를 바로 잡아주려고 애쓰지 마세요. 당신이 초보였을 때 늘 가르치려 드는 다른 사람은 어땠나요?

 

주위에 외국인, 여성이나 아이들이 있다면 잠깐이라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보호하세요. 당신이 주로에서 베푼 친절은 곧 당신이 받게 될 다른 사람의 배려와 같습니다.  

 

주로에서, 혹은 대회에 참가하면 급하게 서둘지 마세요. 당신보다 짧은 거리를 뛰는 빠른 주자에게 공간을 주고, 가이드 러너(시각 장애인 동반 러너)가 보이면 응원하고 길을 양보하세요. 앞에서 일어나는 위험과 방향 전환, 다른 주자의 외침을 뒷사람에게도 즉시 알도록 전달해 주세요. 모든 대회의 자원봉사자와 길에서 응원하는 사람에게 감사하세요. 달릴 때는 항상 여유를 보이세요. 모든 러너가 서브 3 주자, 혹은 키프텀(2023 시카고 마라톤 세계 신기록 2시간 00분 35초)은 아니니까요.

 

 

6. 음악을 듣고, 패션에 신경 쓰세요. 

 

최근 달리기 용품들은 패션과 취향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로 인기가 있습니다. 달리기를 위한 옷이나 양말, 운동화를 제대로 어울리게 입는다면 아주 스타일리시하겠죠? 달리기는 유산소 운동에 특화된 운동이라 달리는 내내 땀이 많이 나고 덥습니다. 여러 색으로 갖춘 반팔 티셔츠를 준비하세요. 짧은 반 타이즈와 보온성 레깅스도 좋습니다. 햇빛을 가릴 수 있는 모자와 땀을 잘 흡수하는 구멍 뚫린 캡, 러닝 선글라스가 있으면 멋지죠. 계절에 관계없이 니 삭스(무릎까지 오는 관절 보호), 컬러풀한 양말과 긴 타이즈, 레깅스도 좋습니다. 

 

항상 선크림을 많이 바르고, 갈아입을 옷을 준비합니다. 훈련이 끝나면 옷을 과탄산소다를 넣은 물에 10분간 담갔다가 바로 세탁을 하면 냄새를 피할 수 있습니다. 자기 전에 발 크림을 바르고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을 풀어주고 발 마사지를 잊지 마세요. 훈련 전후에 그루밍(몸단장)에 신경 쓰세요. 깔끔하고 단정한 패션은 자신감의 원천이면서 모든 면에서 밝아 보입니다.

 

달리면서 듣는 음악은 자신감을 높입니다. 노스웨스턴(Northwestern)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음악은 듣는 사람을 천하무적 같은 기분이 들게 해 준다고 합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음악을 들으면 효과가 배가 되고, 에너지를 충만하게 합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음악도 듣지 않고, 불편해서 선글라스도 착용하지 않습니다. 가끔 쓰면 정말 국가대표 티가 납니다. ^^ 

 

 

 

 

7.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그룹의 앞에서 달리세요. 가끔은 뒤에서도 달립니다.

 

이제 달리기 실력이 제법 올랐겠죠? 오히려 천천히 달리는 게 더 힘들 때가 옵니다. 페이스는 점점 좋아져서 1km를 5분에 달리기도 할 겁니다. 재능 있는 러너라면 4분 30초도 충분하겠지요. 항상 자신보다 실력이 더 나은 동료와 달리세요. 그룹에서 달릴 때는 선두에서 달리세요. 앞에 달리는 동료를 따라잡으세요. 적어도 많이 뒤처지지 마세요. 뒤에서 달리면 힘은 두 배로 더 들고, 잘 달리다가 선두가 보이지 않으면 멈추지 않아도 되는 지점에서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달리기 자체를 즐기기보다 다른 것들을 찾게 됩니다.  

 

전날 컨디션에 따라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많이 힘들면 뒤에서 조깅 페이스로 달리세요. 다른 친구와 충분히 이야기하는 시간, 그동안 배운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건강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세요. 그렇지만 습관적으로 뒤에서 달리면 안 됩니다. 아시죠?

 

당신은 앞서 달리는 빠른 그룹에서 달릴 때 당신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누구나 기록에 욕심을 내는 시간은 잠깐입니다. 그래도 한껏 욕심을 내세요! 처음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 5시간 34분을 잊지 못합니다. 지금은 3시간 37분이 최고기록입니다. 3시간 30분 완주 기록은 누구나 성취할 수 있습니다. 싱글(3시간 9분 59초 이내)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브 3(3시간 내 완주)는 모든 마라토너가 꿈꾸는 기록입니다. 매년 달성할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훈련에 집중하면 분명히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항상 모범을 보이는 러너가 되세요.  마라톤 워리어가 되세요.

 

8. 달리기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균형을 유지하세요.

 

일주일에 3번 하는 달리기, 일 년에 두 번은 풀코스를 달리고, 하프코스를 포함해 8번 정도는 대회에 참가합니다. 모든 달리기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어떤 경주에서든 최선을 다하고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상황에 대처하는 게 전부입니다. 언젠가 모든 러너는 달리지 못할 때가 오긴 옵니다. 그 사실을 예측해서도 안됩니다. 아마 당신은 '오늘은 영 힘들어 못 달리겠네'라고 말하고 달려보니 가볍게 이전보다 더 잘 달린 때가 있었죠? 아니면 호기롭게 최고 기록을 예상했지만 어떤 구간은 걷고 눈물 콧물을 쏟으며 경주를 마친 날도 있었고요.  

 

러너를 지탱하는 것은 두 개의 끈입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는 강한 멘탈과 훈련으로 다져진 육체가 하나의 끈이고, 다른 하나는 예측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고 좀 더 안전하게 달리고 싶은 보호 본능의 끈입니다. 이 두 줄을 팽팽하게 유지하세요. 한쪽 끈을 너무 당기면 다른 줄이 끊어집니다. 그렇다고 두 줄을 너무 느슨하게 하려다가는 형편없는 러너로 남게 됩니다. 삶과 달리기라는 두 영역에서 한 방향으로 치우치지 말고 균형을 유지하세요. 대부분 균형은 좋은 쪽으로 결과를 내게 됩니다. 

 

9. 코로 숨 쉬고 달릴 때는 침묵하세요.

 

코 호흡은 입호흡보다 좋습니다. 코로 숨을 쉬면 공기를 여과하고 가습 하며 혈관 확장, 면역 체계 강화, 염증 감소 등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이 있는 산화질소를 생성합니다. 천천히 달리거나 언덕 정상에서 코로 호흡하고, 숨이 가쁠 때는 입과 코로 동시에 숨을 쉬세요. 코로 호흡하는 것이 입으로 호흡하는 것보다 좋은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물질에 대한 노출 감소

- 산소 흡수 및 순환을 몸속 깊숙이 합니다.

- 호흡을 늦춥니다. 

- 폐활량이 늘어납니다.

- 흡입한 공기를 가습 합니다. 기관지에 좋습니다.

 

구강호흡의 단점도 알고 계시면 도움이 될 거 같아서 말씀드릴게요. 운이 좋군요. 구강호흡은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천식, 알레르기 등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비뚤어진 치아, 구취, 구강 건조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항상 맞는 말 하나 하자면 조깅 페이스가 아닌 마라톤 경주에서는 "침묵이 금이다."입니다. 이 말은 항상 맞았어요. 스스로 알아가는 게 진짜 교훈입니다.

 

어떤 경주라도 예측하지 말고 순간순간 흐름을 타고 최선을 다하세요. 임기응변을 발휘하세요. 창의적으로 행동하세요. 대부분 "에라 모르겠다!"가 정답에 가깝습니다. 누군가가 가르쳐 준 것을 배운 대로 달리고, 전부 내려놓고 달립니다. 주로에서 늘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달리기에 대해 정직하게 쓴다는 것은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정직하게 쓰는 일이기도 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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