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에게 훈련은 운명이다. 생활을 단순하게 유지한다. 일하고, 만나고, 달리고, 쓰고, 읽고, 휴식을 취한다. 반짝이는 것들을 좇지 않는다. 대개 빛나는 진짜 보석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흔한 것은 소중하지 않다. 가치를 잃지 않으려면 우선 귀해야 한다. 사람도 그렇다. 얼마나 오래 지나 봐야 좋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지 살아보면 안다.
우리는 너무 바빠서 항상 입을 나불거리고 있었다. 차라리 입을 맞출걸...
11월 2일 목요일 관문체육공원
조깅 페이스 7.5km
춘마를 마치고 함께 훈련하는 과천 마라톤 사람들을 만난다. 나만 못 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98년에 세운 3시간 46분 기록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게 마음에 남는다. 그래도 즐겁다. 달리고 있다는 자체, 자연을 즐기고 다른 러너들을 만난다는 사실 그것이 축복이다. 감사한다.
나는 약점을 알고 고통이 무언지 안다. 고통 뒤에는 반드시 즐거움이나 평화가 온다. 죽음을 어렴풋 알고 괴로움이 무엇인지 안다. 오랜 평화를 지켜봤으니 평화가 소중한 것을 안다.
11월 4일 토요일 정모, 조깅 9km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를 벗어날 수 없다. 일단 받아들인다. 모든 것들을 수용한다. 그리고 다시 복원하기 시작한다. 어떤 것도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세상 모든 일에 때가 있다는 사실을 믿기로 한다. 여기서 일은 나쁜 일도 물론 포함한다. 필자 선배는 자기 복이라고 말했다. 세상에나...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걸 누가 모르나?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모르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모든 일에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어떤 일에도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
11월 14일 화요일 훈련
8일 수요일부터 12일 일요일까지 베트남 나트랑(나짱)과 달랏을 다녀왔다. 거의 우연이다. 삶은 이유 없이 흐른다. 문명과 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은 예외적인 것들이 줄어가고 시스템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고유한 문화적 가치는 사라지고 새로 받아들인 것들이 기존의 문화를 갈아치운다. 예외 없이 단조롭고, 지루하고, 획일적인 방식으로 사회가 움직인다. 새로운 재미없는 체인이 어느새 일상적인 것들로 자리 잡는다. 사람들은 정신적인 것들이 충족되지 않아 이상하게 변하는 시간을 거친다. 안정이 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고, 세대차도 생기고...
그 사이 글과 문학, 작은 공연과 영화, 발표회, 문학의 일종인 시와 글쓰기... 모든 것이 사라진다. 누가 번쩍 거리는 공연장에서 글쓰기 코너를 방문할까. 전설, 신화, 영웅의 이야기, 사랑과 증오, 우연과 운명의 나침반들은 모두 사라진다. 안타깝지만 저항할 수 없다.
베트남 전쟁사, 총학생회 하면서 공부할 때 복사본으로 대학가 운동권을 휩쓸던 문건이다. 오래도 안 되었다. 우리가 대학 생활을 하던 해에서 겨우 10년 전에 베트남은 프랑스를 몰아내고, 그다음 미국에 저항하는 전쟁(월남전)을 이긴 나라다. 국지전으로 중국도 때려잡았다. 흰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처녀를 표현하는 '사이공의 흰 옷'은 또 베트남 전쟁을 알리는 대표적인 소설이었다.
베트남 전쟁을 이끈 호찌민 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사회를 바꾸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급 문명이나 세련된 것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둘 다 제 역할을 할 것이다.
11월 16일 목요일 훈련
달리기는 남자의 삶에서 지금은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사람들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친구와 커피를 마시는 것도 중요하고, 동네에서 친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도 중요하다. 나중에 시간 낭비였다고 후회하지 않을 그런 일들을 한다.
사회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사람들은 무엇을 '예스'라고 말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까? 누구나 '아니요'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예'라고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어떤 것에 대해서도 '아니요'라고 말하기가 어렵게 된다. 남자가 하는 의미 있는 일,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건강을 위해 '예스'라고 말하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니 진정으로 '예'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게 먼저다.
11월 28일 화요일 훈련, 관문체육공원
조깅 8회전, 100미터 질주 4회, 300m 질주 100m 회복 10회
달리기 훈련에 가면 대충 할 생각을 버린다. 가끔은 꾀도 부리고 달리다가 정말 싫으면 중간에 멈추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있는 힘껏 끝까지 달리고 조금 더 달린다. 달리기는 아무리 해도 강아지처럼 우리를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마라톤 대회가 가끔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반복적인 훈련이 때로는 우리를 버린다고 해도, 달리기는(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먼 거리를 달리든 짧은 거리를 달리든 신경 쓰지 마라. 시간을 단축시키는 일에도 매달리지 마라. 기록을 단축시키고 또 단축시켜서 머 할 건데? 어쨌거나 달리는 일 자체가 우리에겐 천국이니까 말이다.
11월 30일 목요일, 11월 마지막 훈련, 관문 체육공원 트랙 달리기
우여곡절을 거쳐 광주에 있는 대학교에서 아이들 OpenCV 교육이 끝났다. 가볍고 평화로운 마음이란 이런 상태를 의미한다. 무엇도 마음을 가리지 않는 상태다. 춘천마라톤과 JTBC 마라톤이 끝나고 한 달은 휴식을 취한다. 마라톤 선수들은 대회 후 6개월 간의 휴식을 갖는다. 그런 이유로 11월은 천천히 달리고 짧게 훈련을 한다. 조깅 8회전을 달리고, 100미터 질주를 4회 하면 기본 준비 훈련이다. 본 훈련은 5km를 페이스 보다 빠르게 달리거나, 300-100 인터벌 훈련을 10세트 한다.
12월부터는 3월 말에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동아마라톤 대비 훈련에 돌입한다. 12월 1월 2월 추운 날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한다. 목표는 330(3시간 30분 안에 풀코스 완주)인데 매월 300km를 달려야 한다. 삶에서 아낄 것은 무엇인지. 남김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바란다.
키프텀 -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풀코스 2시간 00분 35초의 세계 신기록 수립. 하프까지 1시간 48초, 오히려 하프 지난 후반에 시간을 줄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페이스.
- 2시간 35초는 100미터를 대략 17.5초 정도로 꾸준히 42.195km를 달려야 얻을 수 있는 기록
- 1년 동안 3번이나 2시간 2분 이하로 풀코스를 달린 유일한 남자
- 1마일(1.6km)을 달린 가장 빠른 기록: 4분 18초
- 키프텀 표준 야외 트랙 1바퀴(400미터) 평균 페이스: 68.58초
오늘까지 과천팀 회장과 훈련 감독의 임기가 끝이라서 이자국자는 꽃도 사다 주고 뒤풀이로 치킨집을 간다고 한다. 1년 동안 광자우자 과천팀 감독은 매 훈련 때마다 맡은 일을 빈틈없이 처리했다. 남자처럼 거의 빠지지 않았고, 항상 열심히 달렸고, 팀원 모두가 각기 목표로 하는 훈련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남은 12월과 내년에도 남자는 신세를 지기로 한다. 훈련 날에 빠지지 않는 것으로 성실함을 보이고, 그룹의 사진을 찍어주고, 제법 달리기 실력도 있는 예의 바른 다른 커뮤니티의 남자는 과천팀과 적당히 동화하고 함께 훈련하는데 만족한다. 그 그룹에서도 좋아한다.
나와 함께 훈련하고, 나와 함께 달린 러너들 모두가 차디 찬 계절을 지내고 있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12월을 기다린다. 별로 바뀔 건 없지만...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합계 |
거리 pace 특기사항 |
1 | 2 | 3 | 4 | |||
7.5km 6:37 |
9.7km 5:51 |
||||||
5 | 6 | 7 | 8 | 9 | 10 | 11 | |
8.2 6:35 |
나트랑 | 달랏 |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
9km 5:54 |
필자 포천 | 9.6 5:57 |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
8.2 6:26 |
9.6 5:48 |
9km 6:11 |
|||||
26 | 27 | 28 | 29 | 30 | |||
9km 5:56 |
9.6km 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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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