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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달리기 시작 - 관문체육공원으로 처음 훈련 나간 날이다. 20170202

지구빵집 2017. 2. 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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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여기까지 온 건지 모르겠다. 그 사람은 2015년부터 마라톤 클럽에서 달리고 있다고 했다. 달리는 것만이 목적은 아닐 테지만 나도 달려보겠다고 했다. 회원가입을 하고, 인사를 하고, 카페에서 등급을 올리고, 처음 훈련에 나갔다. 오늘 훈련 장소는 관문체육공원이다. 집에서 가까워 일찍 퇴근하고 체육복을 갈아입고 나갔다. 과천 마라톤 클럽에서도 나온 사람들이 줄을 맞춰 트랙을 돌고, 운동장에서는 축구 동호회들끼리 시합을 하는 중이었다. 

 

그 사람은 달리기를 일찍 시작했다고 한다. 마라톤 풀코스인 42.195 킬로미터를 여러 번 완주하기도 했다. 여하튼 무엇을 하든 끝을 보고, 똑 부러지게 하는 사람이었다. 집요하다고 해야 하나, 끈기 있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그런 사람이다.

 

뻘쭘하게 서 있는데 클럽 회원분이 다가와 인사를 하고 함께 몸 풀며 달리자고 하였다. 그 사람이 전화해서 나를 챙겨주라고 이야기했나 보다. 부지런이 뛰었다. 마냥 신난 아이처럼, 정신없이 달렸다. 400m 트랙을 몇 바퀴 돌고 나자 그 사람이 왔다. 길이 많이 막힌다고 버스를 타고 왔다고 했다. 함께 나란히 서서 달렸다. 무리하진 말고 천천히 달려. 때가 되면 네 옆에서 함께 달리는 네가 보일 거야. 하고 말했다. 그 여자와 이렇게 달리다니. 달과 화성과 금성이 일직선을 이룬 날이 어제인 건 상관이 없었다. 오늘 저녁에도 달과 금성과 보이지 않는 별이 너무 아름답다. 트랙을 비추는 커다란 라이트들이 눈부셨다.

 

 

 

2017년 2월 운동장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알 수 없는 커다란 위안에 약간은 정신없이 어지러웠다. 10킬로를 달렸다고 한다. 몇 바퀴인지 세지도 못했다. 그 사람의 자세를 보고, 보폭을 세고, 눈을 보고, 신발을 보고, 내 옆에서 잘 뛰고 있는지 보느라.

 

훈련을 마치고 왔다. 피곤했다. 어지럽기도 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술 많이 마신 다음 날 아침처럼 온몸이 얻어 맞은 듯 아프다. 가슴으로는 숨쉬기도 힘들고, 다리 쪽은 사타구니 양옆으로 당기고 시린 통증이 온다. 특히 계단 내려갈 때 왼쪽 무릎이 아파 엉거주춤 내려갔다. 달리기 놀이는 매월 첫 주 토요일은 3시고 나머지 토요일은 아침 9시에 번개 모임이 열리면서 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관문 체육공원에서 논다. 수요일은 양재천에서 주로 놀고, 가끔 언덕 훈련을 위해서 대공원 동물원 가는 길 언덕에서 한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건지 모르겠다. 늘 행복한 날들이 지나고 있지만 가장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 사람이 여기에 없어도 내가 여기에서 계속 달릴 수 있을까? 요즈음 날들이 무섭도록 빨리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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