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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리가 사랑했던 봄. - 뚱뗑이와 대공원 산책

지구빵집 2017. 5. 2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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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리가 사랑했던 봄.

집 앞으로 올라가 한창 공사중인 야구장을 끼고 내려가면 과천대공원 호수가 나온다. 덩치 큰 형님이 손수 오셔서 리프트 타는 곳으로 가지 않고 산길로 크게 한 바퀴를 돌았다. 선거 후 처음으로 둘이 만나 걸었다. 그 사람을 만나면 즐겁다. 이야기도 재미있다. 무한대의 긍정적인 마음이 편하다.

동물병원을 지날 땐 밤에는 무섭다고 말해주었다. 어떤 동물이 퇴원하고, 어떤 동물이 입원을 하고, 펭귄 병실은 얼음으로 되어 있다는 농담을 했다. 동물원을 지나 리프트 앞에서는 리프트를 놀이공원 88열차 처럼 재미있게 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오늘은 대공원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다. 마치 가을 같은 날씨가 아주 잠깐이지만 10일 정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을 차면서 수면위를 낮게 날아가는 가마우지에 대해 들었다. 아주 훌륭한 물고기 사냥꾼이고, 목을 묶어 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고 가마우지 주인들이 고기를 가져간다고 했다.

코끼리 열차를 타는 매표소 앞 광장엔 양귀비 꽃이 새빨간색으로 피었다. 개양귀비로 환각제 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한다. 무인도에 심고 수확하러 가끔 가면 좋겠다고 우스갯 소리를 한다. 대공원 입구로 스피너를 사러 갔는데 장사하시는 분이 나오지 않았는지 찾지 못했다.

관악산 입구 땅이네로 막걸리를 마시러 갔다.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미모가 특히 눈에 잘 띄는 그 여자가 왔다. 반짝이는 말도 잘하고, 유머있고, 바른 말을 참 싸가지 있게 한다. 만난 지 10년이 되어간다. 친한 사람끼리는 보통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 상처를 입기도 하고, 작은 일들이 크게 의미를 키워가면서 멀어지기도 한다. 여러 일들을 같이 하면서 아직까지 그런 면에선 안전하다. 김치전, 감자전을 시키고 막걸리를 10병 정도 비웠다. 참 막걸리를 한 번 더 담아야 하는 일을 잊고 있었다. 자식이야기를 한참 하는데 아침에 아르바이트 문제로 다투고 나간 놈 때문에 잠깐 우울했다.

오랜만에 여유롭고 천천이 지나가는 오후를 보냈다. 안녕, 우리가 다시 만날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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