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판교에 가끔 들려라. 같이 밥 먹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니까. 회사로 왔다.

지구빵집 2017. 7. 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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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후부터 우울해졌다. 운명이란게 이렇게 가혹하고, 멋대로인 줄 몰랐다. 왜 지금 이제야 야기까지 와서 갑자기 내 앞에 또 여자를 있게 한건지 미치도록 회한이 밀려왔다. 무슨 운명이 이 따윈거냐. 이런거 정말 하나도 원하지 않았다고! 아! 슬프다. 늦게 퇴근하며 밤길을 운전하다가도, 걷다가도 슬픔이 밀려온다.


블로그에 그녀의 답글이 많았다. 조심하면서 최대한 배려하면서 답글을 달았다. 어제 오늘 메신저에 온통 그녀의 메시지가 흐른다. 걱정, 안부, 감사의 메시지다. 어제 오늘 그녀의 말에는 온통 귀여움이 묻어났다. 나에게고맙다는 말을 열 번도 넘게한 것 같다.


모든 것이 우울하다. 운명을 저주한다. 


얼굴은 가끔 봤지만,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고 그녀가 왔다. 내가 일하고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2 건물로 온다고 했다. 점심을 같이 먹자고 말했다. 언제나 우리의 대화는 서툴다. 딸 아이가 재수를 한다. 작년에 이어 지금까지 부단히 아이를 돌보고 있다. 보면 볼 수록 아이에 대한 연민이 넘쳐난다고 했다. 학교때는 늘 천정이 높은 곳에서 만났다. 이름이 '조나단'이었던 학교 정문 앞 카페도 천정이 높았다. 나중에 천정이 높은 곳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는 글을 읽었다. 천정이 가장 높은 곳은 바깥이다. 야외다. 사람은 하늘 아래서 살고, 놀고, 지내야 한다. 


"126일 남았군. 겉모습도 망가져,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밥 챙겨먹는 일도 쉽지 않은 날들···. 어려운 길이지만 갈 데까진 가야지. 힘 내!" 수험생, 그것도 재수하는 아이를 뒷바라지 한다는 게 쉬운일은 아니다. 


"2시 30분에서 5시 사이에 오라며? 내가 잘 읽은거지?" 한다. 유스페이스1 건물 지하에 진진반상이란 한정식 식당이 있다. 2시 30분 부터 5시까지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피해서 오라고 말했더니 여자는 거꾸로 알아듣는다. 


"1시에 와! 배고파!" 남자는 모른체 하고 어서 오라고 말한다.


"한정식이 좋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좋아?" 남자가 묻는다.


"시원한 곳이면 어디든 좋아! 1시까지 갈게." 뜨거운 열기를 피하려는 것처럼 말한다. 여자는 여름을 힘겨워 했다. 


"냉면 혹은 콩국수도 좋고···."


"그래! 주소 보내줄테니까 천천히 오세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670 유스페이스2. 지하 4층에 차 세우고 내 차 타고 이동해요. 냉면집으로 가게. 천천이 와! 서두르지 말고!"


기다렸다. 언제나 기다리는 만남이다. 딱히 일정에 넣지 않아도 시간만 되면 언제든 만 날 수 있다고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정말 얼핏 만난다. 때로는 얼떨결에 얼굴 보고 차 한잔 하듯 만난다. 오늘은 열흘 전에 만나기로 한 날이다. 금요일이다. 주중에 부산 카톨릭대학교, 양재 엘타워 세미나가 있었다. 오늘에서야 겨우 한 숨 돌렸다. 여자는 방학이라 조금은 한가했지만, 만나는 것은 한가한 것들이 정하는 게 아니다.


"지하 4층 A 03 주차. 천천히 내려와!" 여자가 지하 주차장에 왔다. 지갑, 손수건을 챙기고 내려갔다. 지하4층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그녀가 막 주차하고 엘리베이터 입구로 걸어오고 있었다. 기껏 생각했던 한식이나 이탈리언 레스토랑을 마다하고 냉면이나 콩국수를 먹자고 했다. 시원한 게 좋다고 했다. 


여자를 차에 태우고 갔다. 판교 운중동에 있는 능라도로 갔다. 가는 동안 여자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말한다. 있었던 일, 남은 일정들, 그리고 달리는 이야기를 했다. 능라도는 맛이 좋기로 이름난 평양식 냉면집이다. 여기는 늘 사람들이 많지만, 점심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자리가 있었다. 여자는 냉면을 먹자고 하였다. 만두하고 물 냉면을 시켰다. 창문 밖으로 시원한 청계산 자락이 보인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더구나 그 일들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조합으로 엮인 일들은 또 어떤가. 나도 여자도 쉴 새 없이 웃고 떠든다.  


식사를 하고 팥빙수를 먹으러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나무궁으로 갔다. 이런 오늘은 팥빙수를 안한다고 했다. 여자는 아메리카노, 나는 페퍼민트 루이보스를 시키고 이야기를 했다. 서로 함께 마셨다. 


"딸과 아들하고 친구가 되고, 다투고, 결국 놓아주라고 하던 네가 정작 놓아주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거니?"


아저씨 이야기


그리고 회사로 들어왔다. 투섬 플리스 팥빙수 맜있다.


"땡큐! 주차권 하나 남았고 티스토리에 대해 묻고 싶었음. 마지막 신호등. 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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