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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얼마나 내 옆에 있고 싶어 하는지 알아. 하지만 이미 끝난 일이야.

지구빵집 2018. 6. 2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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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얼마나 내 옆에 있고 싶어 하는지 알아. 하지만 이미 끝난 일이야.

 

  몸서리치게 그리운 남자 옆에 있고 싶었다.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남자를 오래 볼 수 있으면 했다. 그가 있는 곳이라면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갈 마음은 충분했다. 늦은 것도 문제 되지 않았고, 먼 거리에 있는 것도 상관 없었다. 남자가 있는 곳이 내가 존재해야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일이 많고, 바쁘게 지내도 어떤 순간은 남자 생각으로 가득찼고, 기회만 되면 정신 없는 순간을 벗어나 충분히 그를 생각할 시간을 갖기를 고대했다. 남자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상관 없었다.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의지의 문제였다. 난 늘 들어가고 싶었다. 남자의 세상 속으로. 그 곳에 충분히 오래 머무르고 싶었다.

 

  왜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것인지 의아했다. 남자가 와야 되는 게 아닌가. 남자가 곁에 있고 싶다고 해야 되는데. 입에서는 '나쁜 자식' 하고 욕이 튀어 나왔다. 단내가 난다. 숨을 깊게 들이 쉬고 뱉을 때마다 입가에 거품이 일어났다 터졌다. 내가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배신한 것을 알기는 할까? 지금에서야 다시 생각하면 나에게 도대체 어쩌라는 걸까. 한 번 배신한 사람에게 두 번 다시 뒤돌아 보지 않는 남자일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나를 그렇게 위해주는 남자는 도대체 어디 있었나?

 

  남자를 사랑할 때 가지고 있던 힘들고 좋지 않은 기억들이 있다. 남자가 다시 내게 준 좋은 경험과 함께 지낸 일들로 가득채우니 좋지 않은 기억은 사라졌다. 기억이나 우리의 감정은 이렇다. 맑은 물이 담긴 잔에 검정 잉크 한방울을 넣으면 물은 검은 색으로 변한다. 어떻게 컵에 손을 대지 않고 검은색 물을 투명한 맑은 물로 바꿀 수 있을까? 맑고 투명한 물을 계속해서 넣는 게 정답이다. 맑아질 때까지 계속 물을 부어야 한다. 검은 물일 때 기억을 계속 꺼내보았자 검은 물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마음을 꺼내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내키지 않는 일이다. 추억만이 남는다고 하는데 마냥 좋은 기분만은 아니다. 대부분 나쁜 기억과 좋지 않은 생각이 가장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남자는 내게 좋은 기억만 있다. 좋은 일만 생각나게 한다. 늘 좋게만 기억되려고 한다. 그게 잘못이다. 날이 좋으면 흐릴 때도 분명히 있는데. 우린 좋아하기만 한 것이다. 싫은 일도 좋아했어야 했다.

 

  분노나 불편한 감정을 마구 뿌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는게 조금은 나아졌다. 아주 좋아지고 있다. 그래도 어떤 경우에는 아직도 분노하고 싫은 소리와 욕지거리를 해대곤 한다. 좋아질 것이다. 물론 남자는 마크 따위같은 것을 준 적은 없다. 원래 그런것은 마음에나 있는 거고 늘 변하는 거라서 특별히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좋지 않은 기억들은 빨리 없애버리고 좋은 순간들을 채워나가야 한다. 오래가면 더욱 좋은 것들로 채우면 좋겠다.

 

  신기하게도 남자만 가까이 다가가면 녀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까까루룩~' 울며 깃털을 활짝 폈다. 길고 크면서 아름다운 무늬의 깃털을 힘들여 촤악 폈다. 깃털을 펴는 과정은 힘들어 보였고, 꽤 고통스런 작업으로 보인다. 마치 전투에 나선 군인같은 흉내를 낸다. 씩씩 거리기도 하고 소리 높여 울기도 하고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무례하게 굴기도 했다. 활짝 펴진 깃에 비하면 공작들이 있는 공간은 너무나 작았다. 옆에 있던 나무들에 걸리적거리기도 하고 벽에 부딫히기도 했다. 푸른색의 공작이나 하얀 공작이나 깃털의 무늬는 원형 무늬가 선명했다. 어떤 색깔이 아름다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남자가 어떻게 공작을 바라보는 지가 사실 중요했다. 남자는 아름답게 바라보았다.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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