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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몸살 감기가 주는 좋은 점들

지구빵집 2018. 12. 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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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프면 아프다는 게 무엇인지 잊지 않는다.

몸이 힘들어 한다는 것을 먼저 알았으면서도 그냥 무시하고 다니더니 감기 몸살로 온 몸이 쑤신다. 동호회 송년회에 나가서 늦게 귀가하고, 한량 송년회에 갔다가 마눌에게 납치되어 강제 귀가했다. 행사로 많이 긴장이 되었고,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하나도 모르게 지나갔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영혼이 빠져 나갔다 다시 들어온 느낌이다. 주말을 보내고 화요일과 수요일에 산업기술대학교 강의가 7시간씩 잡혀있었다. 무리해서 그런지 갑작스레 몸에 이상이 온 것 같다. 또 하나는 마음을 빼 놓을 수 없다. 몸과 마음은 같은 것이니까. 통제 할 수 없는 마음에 대해 나약해진 점도 한 몫 했으리라. 

가족의 실수나 엇갈리고 잘 안 되는 일을 왜 내가 다 지고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작은 감정들이 머리속에서 암처럼 자라나 증오라든가 미워하는 감정으로 자라면 곧 바로 스트레스로 연결된다. 가장 먼저 찾아야 하는 것은 감정을 통제하는 삶이다. 즐거운 일, 그리고 행복한 감정들을 가장 먼저 찾아보고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한 감정은 너무나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자신도 대략 이런 일이지 않나 하고 이해할 뿐이지 무엇 무엇이 만족되어야 행복하다고 정확히 설명하긴 힘들다.

위험한 병이나 큰 수술 같은 일들은 어떻게 넘기는 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지나고 나면 거쳤다는 기억만 남는다. 20대에 중이염 수술을 했었다. 그리고 40대 후반에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그 외에 딱히 아파 본 기억은 없다. 감기에 걸려 본 적이 얼마만인지 우스갯소리로 감기가 먼데? 몸살나면 어떤데? 이런 농담이나 하곤 했다. 오랫만에 만나게 된 몸살 감기는 아! 이런 증상이 감기였구나. 하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처럼 색다른 느낌이다. 병원도 가지 않는다. 약도 안 먹는다. 몸이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지면 바로 쌍화탕이나 하나 사먹고 쉬면 좋아지는 단순한 일이었다. 이번엔 조금 다르다. 옴 몸을 비닐 랩으로 둘러싸고 몽둥이로 흠씬 맞은 느낌이다. 근육이 있는 곳만 바늘로 찌르는 고통이 느껴졌다. 온몸이 맞은듯 아프고, 속은 꽉 막히고 체한 듯 열이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든 느낌이다. 열심히 훈련하며 근육이 늘어난 다리, 가슴, 어깨와 팔 부분의 고통이 심했다. 

화상이나 암투병 같은 극도의 고통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삶을 새롭게 재창조한 사람들은 존경할 만한 사람이고, 흔하지 않은 일이다. 삶을 재창조한 힘도 사실은 견기기 힘든 고통 속에서 나왔겠지만 대다수 평범한 사람에게 고통은 마치 운이 나쁜 경우다. 고통은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키기도 하지만 파괴하기도 한다. 일정한 자극을 필요 이상으로 느끼게 되면 무심해 진다. 고통을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사람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손가락이 가시에 찔렸을 때처럼 귀찮고 쓰라린 일은 사소한 고통이 가장 크다.    

어떤 고통이나 상관없이 고통은 삶을 관조하게 만든다. 활동을 하지 않으니 조용하게 지내는게 전부다. 가만히 바람이나 풍경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엇이든 무심히 바라보게 된다. 일정이고, 할 일이고 모두 내려놓고 조용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바라보는 시간이다. 아프다는 핑계로 주어지는 한가한 시간은 정말이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자주 아파야 하는 이유다. 삶에 무엇하나 중요한 게 없다는 생각과 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게 한다.  

사람을 너그럽게 만든다. 주변 사람이나 환경에 대한 이해심도 높아지고, 공감 능력도 좋아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강해진다. 측은지심이 들고 자상한 마음이 들게 한다. 동병상련이라고 아파 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한다. 거의 비슷한 감정을 가져 본 사람이 쉽게 동화되는 일이다. 딱히 몸이 아픈데 일일이 간섭하고 잔소리할 기운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모든 면에서 마음이 평온하다.  

아프면 겸손해진다. 솟아오르는 자신감도 사라지고, 목표로 삼았던 일들도 모두 내려 놓고 가야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삶에 대해 꽤나 겸손해진다. 몸이 아프게 되면 모든 관심은 자기의 몸으로 향하게 된다. 몸이 말하는 바에 귀를 귀울이게 된다. 

일주일이 지나니 조금은 좋아진다. 아플때 느끼는 감정들은 아픔이 떠나고 나면 모두 원상태로 돌아간다. 그야말로 일시적으로 우리에게 머물다 떠나는 바람과 같은 감정이다.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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