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동지(冬至)에는 태양이 가장 남쪽에 위치해 우리나라 주변은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의 길이가 가장 길어진다. 동지를 시작으로 낮의 길이는 점점 길어진다. 뉘엿뉘엿 해가 질 때가 되어서야 집을 나선다. 머리를 식히는 데는, 아니 강제로라도 움직여야 하는 일이 필요할 때는 산책이 제격이다. 여름이면 언덕 훈련을 하는 동물병원 앞으로 다리를 지나 동물원 입구에 도착한다. 다리 양 옆으로 '숲 속 바라보기' #4 윈도가 두 개 있다. 고집을 부려 구태여 창을 통해 바라 볼 필요는 없지만 가장 멋진 숲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동물원 옆 미술관 입구를 지나서 대공원 정문의 다리 중간에는 '노을 바라보기' #1 창이 또 보인다. 저녁노을이 아름답다. 추운 날씨로 호수 전체가 얼었으니 철새들도 보이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면 호수 쪽에 접해있는 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을 빙 돌아 산책로가 있다. 늘 코끼리 열차가 다니는 길로 가지는 않고 이 길로 간다. 그러니까 구절초 동산이 있는 길이다. 이길로 나가면 가장 아름다운 길과 직접 만난다. 대공원 코끼리 열차를 타는 곳 뒤편의 메타세콰이어 길이다. 잎이 모두 져서 나무 뒤편의 풍경이 다 드러난다. 초입에 '먼산 바라보기' #2 창이 보인다. 호수가 넘치지 않게 막고 있는 둑방길은 반대쪽까지 곧게 나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3 창은 아마도 산책을 계속 이런 코스로 하면 볼 수 없는 동물원 가기 전 다리에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집에서 산길을 지나 동물병원 앞으로 오면 리프트 타는 곳에서 동물원까지 오는 길을 지나치니 그 사이에 #3 창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제각기 자기의 창으로 세상을 본다. 보기만 하면 다행이지만 그 창을 몸속에 파묻고 산다. 자신이 가진 창의 크기만한 세상을 가지고 있다. 창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생각하고, 창을 통해 보는 색을 보며, 그 창 속에서 삶을 이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창을 없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보는 수양을 하는데, 어째서 점점 창의 크기를 줄여나가고 그 작은 창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창의 크기를 키우던가 아니면 창을 아예 없애버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
미국 인구 3억 2천 6백만명 인구 중 매년 250만 명이 죽는다. 하루에 약 7천 명이 그들의 넓은 땅 어디선가 죽어간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2008년 24만 6천 명에서 조금씩 사망자 수가 늘고 있는데 작년에 28만 5천 명이 죽었다. 매일 782명이 사망한 것이다. 비율로 보면 미국은 0.76퍼센트, 한국은 0.55퍼센트의 사망률이다. 인터스텔라 마지막 장면에서 탐스 로봇은 무엇인가를 뒤에 남겨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뉴턴의 제3법칙을 말하며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정확히는 뉴턴의 운동법칙을 확장한 세 번째 법칙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우리가 벽을 미는 힘과 같은 힘으로 벽도 우리를 밀고 있다는 힘의 균형이론이다. 무엇을 얻든, 앞으로 나아가든 똑같이 우리는 버리든가 뒤로 밀어내는 힘을 받아야 한다.
우리가 여기까지 생존한 이유는 무엇인가 포기하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엇을 포기하고 버리고 왔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안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어제의 일이 아니고, 어제 만난 사람이 아니다. 사실 반복한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모습으로 행해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매일같이 보는 것들을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상상해야 한다. 재해석하고 창의적으로 다시 그리는 일은 언제든 필요하다.
우리가 꼬리 지느러미를 가지고 물고기처럼 우아하게 물속을 헤엄치던 때를 잊었다. 우리가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나는 법을 잃어버린 인간은 얼마나 불쌍한 존재인가. 자유롭게 숨 쉬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살아가는 삶을 잊은 인간은 불쌍한 존재다. 우리 몸속 혈관이나 뼛속 어딘가에는 그때의 기억을 지닌 세포가 살아 숨 쉬고 있다.-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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