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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의 사계(四季) - 겨울. 내용을 줄여서 잘 읽히게 편집

지구빵집 2019. 1. 1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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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올리려고 원문을 줄여서 읽기 편하게 편집한 글인데 숨가쁘다. 좀 미숙하고 멍청해보여도 읽는 사람이 채우고 메꿀 여지를 주어야 한다. 세밀하게 콕콕 집어주니 답답한 글이 되고 말았다. 읽는 사람 누구라도 '아하~ 그렇구나, 이상하긴 해도 그렇지!' 하면서 쉬어 가는 틈을 주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 다하면 누가 좋아 하겠나? 설득하는 글이 제일 재미없는 글이란다. 원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


원문 주소 : 마라톤의 사계(四季)-겨울 https://fishpoint.tistory.com/3179 


마라톤의 사계(四季) - 겨울 


네 개의 계절이 정확히 두 번 지나가는 시간을 달렸다. 달리는 모든 계절이 아름다웠다. 마라톤은 사계절을 모두 담고 있다. 러너는 모든 날씨와 계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낱말들을 보았다. 풍경, 공백, 침묵, 러너의 숏컷, 싱글렛, 인터벌, 템포런, 울트라마라톤, 포니테일, 트레일런, 우중주(雨中走), 꽃길, 탱크탑, 갸쿠소우, 기모바지, 러너스하이, 러너스블루, 페이스메이커. 꾸준히 달리다 보면 그 의미와 유래를 알게 된다. 겨울이 지나가는 막바지에 지구가 공전하듯 운동장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겨울은 공기층이 겹쳐 투명하고 단단하다. 그만큼 쉽게 깨진다. 추운 날이다. 누구나 겨울에 운동이나 훈련을 나갈 때면 잠자리에서부터 치열하게 몸과 마음을 설득해야 한다. 귀찮고 추우니 따뜻한 방안에 있어야 한다는 마음과 춥더라도 운동을 나가야 한다는 몸이 경쟁한다. 모자, 장갑, 바람막이, 여분의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 완전무장으로 길을 나선다. 모든 부위를 추위로부터 보호해야 하고, 특히 머리, 손, 발의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준비운동과 스트레칭, 워밍업을 충분히 해야 한다. 가능하면 천천히 오래 달린 후에 속도를 내야 한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서두르면 부상을 입기 쉽다. 맑고 투명한 겨울날은 얇고 딱딱한 공기층을 와장창 깨뜨리며 달린다. 얼마나 빠르게 앞으로 나가는지 순간순간 앞에 막아선 공기층에 금가는 소릴 듣는다.


눈 오는 거리를 달리는 일은 굉장히 매혹적인 일이다. 도심의 거리를 질주하기 위해 풍경이 보이는 거리를 달린다. 풍경은 아주 단순하다. 붉은색 주로, 검은색 자전거 도로, 반짝이는 양재천 물길과 눈이 내린 뚝방 풍경이 전부다. 눈 날리는 길을 달리는 일은 정신없이 재미있다. 바닥은 약간 녹거나 부서지지 않은 눈이 쌓인다. 어딜 보나 시야는 가까운 거리로 한정된다. 눈은 순간적으로 열기와 땀으로 가득한 얼굴에 부딪혀 녹는다. 척척한 느낌이 들고, 끈적끈적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러너들은 이 지점에서 눈 오는 날 뛰는 것보다 비 오는 날 뛰는게 더 좋다는 사람과 갈린다. 여름에 비 올 때 달리는 일을 우중주라 하는데 비 오는 날 달리는 일은 겨울보다 더 깔끔하다.


한 해에 전국적으로 약 250개의 마라톤 경주가 열린다. 겨울에 열리는 대회는 많지 않다. 1월 중순에 시즌오픈 하프(21.0975km)거리를 달린다. 날씨가 영하 7도를 가리킨다. 겨울 아침 이른 시간은 추운지라 9시에 집결하여 10시에 출발한다. 배번, 핀, 옷 보관봉투 등 모든 물품을 현장에서 받는다. 물품을 받고, 옷을 갈아입고 짐을 맡기는 시간을 늦춰 가능한 한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늘 하는 숭배의식을 한다. 두 팔과 가슴, 허리와 두 다리를 쓰다듬는다. 부상에 조심하고 무심함을 즐기고, 걷지 말고, 골인하자고 다짐한다. 같은 의식을 치룬 4백 명에 가까운 러너가 힘찬 함성과 함께 출발한다.


한강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잠실대교 방면으로 하프의 반을 달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이다. 달리는 길은 바로 한강 뚝방길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강과 육지를 구분하는 인접한 경계이면서 육지와 강의 시작점을 알려주는 경계를 달린다. 사실 경계란 없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허구로 뭉쳐 부수기 힘든 구분 선이 바로 경계다. 몸과 마음의 경계는 없다. 그 경계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 달린다. 바람은 불지 않아도 공기는 매우 차갑다. 눈과 얼음으로 덮인 한강을 보면서 달린다. 얼핏 얼음 벌판 위에 하나의 세상이 생겼다. 함께 가기엔 위험한 세상, 언젠가는 가는데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 잠깐 보였다. 세상이 눈 쌓인 벌판 아래로 사라지자 지금은 가질 수 없지만 갖고 싶은 것들이 다시 떠오르다 사라졌다.


당신이 지금 달리고 있다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지내고 있음이 틀림없다. 러너가 아니라면 당신은 더 행복한 사람이다. 당장 달리기로 하고 시작하기만 하면 러너가 누리는 행복을 금방 잡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쉽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에 의존한다고 한다. 큰 행운보다 소소한 작은 행복감을 자주 누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러너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시간을 들여야 한다. 중력에 익숙해져야 한다. 몸무게와 속도와 거리에 대한 방정식을 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꾸준히 오랜 시간을 달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돌려받게 된다. 살면서 자주 갖지 못하는 최상의 성취감과 자주 오는 작은 행복한 감정을 반드시 돌려받는다.-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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