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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서재

모두 변화한다. - 모옌(莫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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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옌(莫言)은 필명이며 본명은 관모예(管谟业). 필명 모옌(莫言)의 뜻은 글로만 뜻을 표하고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모두 변화한다'는 1955년생의 모옌이 문화 대혁명과 개혁개방기를 거치며 살아온 시대를 세밀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흑백사진을 보는 느낌을 주고, 가끔은 마술 같은 환상처럼 보여준다. 작가가 살아온 사적 영역의 삶과 중국의 점진적인 개혁개방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지나온 날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작가의 필체가 새롭다.

 

  나에게 최초이자 최고의 중국 소설은 여전히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이지만 모옌의 책도 재미있게 읽었다. 개성이 강한 인물들을 충분히 묘사하지 않으면서 대충 설명하는 데도 마치 옆에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화려하고 비싼 음식이 아니라 중국 농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을 간단하게 설명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의 선언으로 시작된 개혁개방은 중국의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30년, 사람으로 치면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 일가를 이루는 나이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작가가 겪은 삶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초등학생 시절, 감수성 예민한 십 대에 문화대혁명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격변을 겪은 작가의 눈에 비친 개혁개방은 어떤 모습일까. 모옌은 곧바로 개혁개방을 말하지 않고, 아직 문화대혁명의 열기가 뜨겁던 1969년의 어느 가을날 오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소녀(루원리)가 탁구채를 들고 탁구대 앞에 서 있다. 그녀를 지역 탁구대회 우승자로 만들기 위한 특별훈련이 진행 중이다. 열사의 아들이자 혁명위원회 부주임인 키 작은 류 선생은 군용 야삽처럼 생긴 커다란 탁구채를 들고 그녀와 대결한다. 그리고 며칠 전 그 선생에게 ‘두꺼비’라는 별명을 붙였다는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학교에서 쫓겨난 한 소년이 담벼락 한구석에 기대서서 이들을 지켜본다. 이 모든 것이 변화하기 전, 그러니까 빛바랜 흑백 사진처럼 작가의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 있는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이다.

 

  모옌의 짧은 비망록 속에는 혁명 간부의 자녀인 루원리와 두꺼비로 불린 입이 큰 류톈광 선생 그리고 루원리를 짝사랑한 빈농의 아들 허즈우가 산둥 평원의 태산처럼 우뚝 서있다. 작가의 기억 속에서 개혁개방의 삼십 년과 그 변화는 이들의 변화와 맞물린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허즈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한 탁구소녀 루원리는 기나긴 인생역정 끝에 류 선생과 재혼해 딸 하나를 낳는다. 이제 그녀는 그 딸을 산둥 마오창 대회에 내보내고 노심초사하는 늙은 어머니로 변해 있다. 고령화 사회로 성큼 진입하는 21세기 중국에서 열사의 아들인 류 선생은 겨우 예순을 넘긴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문화대혁명 시절 빈농의 아들로 변변한 돗자리 하나 깔리지 않은 토방에서 성장한 허즈우는 산둥 제일의 도시 칭다오에 하늘 높이 치솟은 마천루를 몇 개씩 소유한 갑부가 되어 있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에서 쫓겨나 학교 안을 기웃대던 천덕꾸러기 소년은 이제 중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되어 있다.

 

  변하는 것은 사람뿐이 아니다. 1951년, 소련에서 생산돼 한반도의 전쟁터를 달리던 가즈51 자동차 역시 온몸으로 무상한 세월의 변화를 겪는다. 60년대와 70년대에 산둥의 시골 마을을 내달리며 여전한 위용을 자랑하던 가즈 자동차, 큰 타이어로 비좁은 다리마저 나는 듯 빠르게 내달리며 마을의 닭과 개를 숱하게 치어 죽이던 그 자동차는 어느 유명한 영화(붉은 수수밭, 원작은 모옌의 '홍까오량 가족')의 마지막 장면 속에서 붉은 고량주를 뒤집어쓴 채 화염에 휩싸여 장렬한 최후를 마친다.

 

모든 것, 삶의 모든 것은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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