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은 1981년 중국의 문예지 十月 제1 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마오쩌둥의 주위를 맴돌며 권력을 장악한 사인방(四人帮, 문화대혁명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4명 장칭(江青), 왕훙원(王洪文), 장춘차오(張春橋), 야오원위안(姚文元)의 중국 공산당 지도자) 실각후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이 소설만큼 인기를 끈 것은 없다. 특히 북경대 학생들 사이에서 대단히 환영을 받았는데 다소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이책을 입수해서 밤새워 읽는 학생들로 북경대 기숙사는 불야성을 이뤘다 한다.
이 자전적 소설의 구성은 주인공(이회평)이 회상하는 형식으로 소년과 여학생이 네 번의 계절을 거치며, 우연한 네 번의 만남을 통해 15년 세월을 함축시켰다. 간결한 문체와 문학, 역사, 사상을 아우르는 깊은 대화, 풍부한 남자와 여자의 내면의 감성 표현은 이 책의 백미다. 사춘기에서 30대까지 성장 과정을 4번의 계절에 있었던 만남을 통해, 봄의 정취와 여름의 치열함, 겨울의 공백과 단단함, 가을이 결실속에 결합함으로써 청춘 소설의 정도를 유지한다.
어렵게 찾아낸 책의 정보는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晩霞消失的時候》, 예평(禮平) 지음, 박재연 옮김, (청주 : 온누리, 1987.10)와 같다. 책의 저자인 예평에 관한 정보는 안타깝게도 하나도 찾을 수 없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예평'은 필명으로 본명을 숨긴 채 출판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가 가진 집안 내력, 부모는 망명중이고 외조부의 출신과 자유롭고 탐미적이며 낭만적인 삶을 동경하는 여자의 내면이 홍위병을 거쳐 군인으로 살아온 남자에게 심각하게 훼손되는 줄거리로 볼 때 작가의 이름을 내기가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작가는 남산이라는 여자의 삶에 무게를 강하게 둔다. 결말에 여자는 군인으로 미래가 탄탄한 이회평의 사랑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한 청춘남녀의 우연한 네 번의 만남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역사와 사회적인 조건을 헤쳐나갈 수 없음을 그렸다.
꽃, 나무, 햇빛, 물, 바람으로 가득한 봄날, 한 동네에 살던 소년(이회평)과 소녀(남산)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다. 소년만이 아는 비밀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에게 '셰익스피어 희곡집'을 빌리는데, 결국 책은 영원히 남자에게 남는다.
"남을 욕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나쁠게 뭐 있어?"
"야만적이야."
뜨거운 여름, 문화혁명 한가운데서 홍위군이 된 소년은 국민당 장성 출신으로 부유하게 살던 초헌오 집을 수색하러 갔다가 외손인 남산과 남침을 만나게 된다. 홍위병에 둘러싸여 가족을 심문하는 남자와 여자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심문하는 남자를 알아본 순간부터 심문을 끝내고 돌아가는 순간까지 남산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눈발이 날리는 겨울, 농촌으로 추방되어 내려가는 기차안에서 남자는 여자와 초헌호의 이야기를 곁에서 모두 듣게된다. 심지어 둘의 대화에 등장하는 사람이 바오 남자였다. 여자가 절친한 벗이 되고 싶었지만, 가택수색으로 실망을 안겨준 남자의 이야기와 17살인 여자의 마음을 알게된다. 현실은 남자와 여자를 마주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십이 년이 지난 가을, 삼십 대 초반의 당 간부가 된 소년은 태산을 오른다. 외국인들의 통역관으로 태산 등정의 가이드가 바로 소녀였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지난 삶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눈다. 어떤 약속도 합당하지 않는 나이에 여자는 남자로부터 아무런 이야기도 듣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여자를 갈구하는 남자와 현실을 직시하는 여자는 개인에게 주어진 역사와 미래를 다시 생각한다. 앞으로 단 한번도 다시 만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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