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서재

죽는 게 뭐라고 - 사노요코

지구빵집 2020. 4. 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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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저자는 2010년 72세에 암으로 죽었다. 이 책은 '죽을 의욕 가득'이라 제목으로 2013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책을 번역한 책이다.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노 요코씨 자신의 이야기다. 암에 걸렸지만 담배 따윈 끊지 않고, 환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죽고 싶어 하며, 뇌가 죽거나 하는 혈관병이 아니라 암이라서 다행이라는 죽음에 대해 차갑고 무심한 할머니의 이야기다.

 

골동품 가게 주인 싱글벙글씨, 일명 송장은 절친한 친구사이다. "난, 성욕은 있는데 정력이 없어."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데 서지 않는다는 말이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p.14

 

내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일을 하고 있지만, 돈은 필요 없고 취미로 일한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p.16

 

할머니가 죽음을 예상하고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는 재미있다. 주위 사람을 만나며 시한부 인생을 자랑하기도 한다. 기모노를 극도로 싫어하는 할머니, 저급한 취향을 가지고 근사한 남자의 몸을 좋아한다. 암 투병기를 쓰는 일은 싫다고 한다. 암 진단을 받고 나오는 날 재규어를 사서 운전하며 금연구역이 되어버린 택시비를 아낀다고 즐거워한다. 

 

입버릇이 나쁜 인간은 고릴라보다도, 소보다도 못하다. 동물들은 고독을 견디는 강인하고도 적막한 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은 고독한 눈을 잃어버렸다. 그런 눈은 온갖 욕망을 표현하는 도구로 전락하여 탐욕스럽게 번들거린다. 우리 인간은 숙명적으로 그렇게 변해버렸다. p.50

 

다시 태어난다면 '멍청한 미인'이 되고 싶다. 얼마 전 거울로 얼굴을 보며 "너도 참 이 얼굴로 용케 살아왔구나. 기특하기도 하지. 대견하기도 하지"라고 말했더니 스스로 갸륵해서 눈물이 나왔다. p.56

 

인간은 구부러진 손가락을 펴기 위해서는 천 리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성격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이웃에 살아도 찾아가지 않는다. '성격이 나쁜 사람은 자기 성격이 나쁘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성격이 나쁜 게 아닌가?' p.58

 

내가 죽고 내 세계가 죽어도 소란 피우지 말길

 

죽은 뒤에도 머리카락은 자라요. p.83

 

가슴 한쪽을 잘라냈지요. 그런데 몸은 스스로 균형을 맞추려고 하니까 갈비뼈가 앞으로 튀어나와요. p.86

 

지금은 죽음에 대해 전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데스 에듀케이션'을 어릴 적부터 받는 게 중요하다죠. 이를테면 동물이 죽었을 때 '죽음이란 뭐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p.94

 

누구든 그 나이대가 되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요. 100 살 가까이 먹은 사람이 어디서 돈을 받았는데, 뭐 할 거냐고 물었더니 "모았다가 노후를 대비해야죠"라고 했대요. p.98

 

죽을 때에야 죽음의 문제도 끝나게 되지요. 사후에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일은 생각하지 않잖아요. 염불을 하면 생각을 하지 않게 되지요. p.111

 

죽음에 이르는 다섯 단계가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인데 제게는 하나도 들어맞지 않아요. 죽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무두 사이좋게 기운차게 죽읍시다. p.116

 

갈비뼈를 장작처럼 끊임없이 쪼개는 고통이 찾아오면 가운 끈으로 기둥에 내 몸을 동여맸다. 그러지 않으면 2층으로 기어올라 베란다에서 집 앞 골짜기로 몸을 던지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유서에 '아파서 죽습니다'라고 적어본들 누가 이해해 줄까. p.125

 

나는 돈이 없을 때에도 돈을 잘 쓰는 게 자랑이다. p.135

 

몸을 굽힌 채 걷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신기해하는 내 속된 성격은 죽지 않았다. 호기심이란 천박하다는 생각을 했다. p.136

 

아무리 냉정하고 침착한 사람이라도, 생각의 가장 안쪽과 마음의 가장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는 본인조차 알 수 없다. 막상 부닥쳐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성이나 언어는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는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p.150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나의 작은 우주에서,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그 감정은 소중한 물건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걸 깨닫는 쓸쓸함이었다. p.152

 

그러나 여행지의 봄은 아름다웠다. 그곳 봄날의 산이 자신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멋대로 "몽실몽실 웃음짓는" 것은 전쟁을 관통했고, 그 이후의 시대까지 억세게 살아낸, 재능 넘치고 제멋대로인 그녀에게는 틀림없이 분한 일이었으리. - 사노 요코씨에 대하여, 세키카와 나쓰오  

 

 

죽는 게 뭐라고 - 사노요코

 

사람은 죽을 때까지는 살아 있다. 원제는 #죽을의욕가득 #우리가 죽은 후에도 아지랑이가 낀 듯한 봄날의 산이 몽실몽실 웃음 짓고, 목련꽃도 벚꽃도 변함없이 피리라는 생각을 하면 분하다 #죽는게뭐라고 #사노요코 #존재와소멸 #대담하고 #초연하게 #요코할머니 #멋대로사라지지마라 #세상은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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