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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진짜 세상속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지구빵집 2020. 4. 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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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머물 수 있는 세상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그에게 허상이 아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 나와 함께 머물 수 있는 세상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언젠가는 그가 사는 세상에서 빠져나오길 바랐다. 그에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세상, 이미 알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를 나의 세상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우리가 머물러야 할 곳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그의 세상에 잠시라도 머물고 싶었고, 오래 머무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늘 시간이 느리게 가는 세상을 꿈꾸고, 삶을 글과 책으로 배우는 바보 같은 사람,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팔을 뻗지 못하는 그를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으로 데려와야 했다. 코끼리가 점프하지 않는 이유는 못해서가 아니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마치 세상을 코끼리처럼 살아간다.

 


내 사랑하는 이는 아름답네
그의 피부는 금빛으로 빛나며, 그의 두 뺨은 향기롭다.
비록 몇 달 동안 씻지 않았지만...
그의 두 눈은 별과 같고 몸은 상아빛으로 감돌고 있네.
다리는 대리석 기둥 같도다.
비록 바지는 더러워 얼룩져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사랑스러우나, 한낮 불량배에 지나지 않네.
그러니 나의 사랑이 될 수 없구나. 안타까워라...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 누들스에게 읽어주는 데보라의 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세상이라고 그에게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든 일상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맛은 없지만 먹어야 하고, 흠씬 두들겨 맞고, 건강에 좋다면 꼬박꼬박 챙겨 먹고, 많든 적든 돈을 벌고 아껴 쓰기 위해 다투는 세상이었다. 그의 세상은 그가 만나는 사람의 숨소리를 느끼고, 여자의 발을 끌어안고, 검은 눈동자를 위해 건배하고, 피부에 닿는 손길에 흠칫 놀라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의 맑은 눈으로 바로 여기, 우리가 머물러야 하는 세상을 남김없이 보길 원했다. 그의 아름다운 몸을 움직여 심장이 터질 듯 달리고, 땀 흘리며 끌어안고 부딪치는 세상과 만나기를 바랐다. 단지 그에게 길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빛을 따라 들어와 하얀 조약돌을 따라 걸어갈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랐다.  

 

  그가 머물렀던 세상은 그의 선택이고 그의 마음에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 역시 그가 선택한 세계였다.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고 0과 1의 세계에 탐닉하는 개발자이자 프로그래머로 사는 사람, 남자의 글쓰기, 그의 주말농장, 그의 목공, 그가 어울리는 동네 사람까지 늘 그의 일상을 바라보았다. 그가 알고 있는 세상은 좁아 보였다. 오히려 다른 세상으로 나가길 극도로 꺼렸다. 그가 두려워한 건지, 등을 떠밀어 내보낸 사람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름답다거나, 흥미진진한 세상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선택하는 곳에 존재한다. 그가 다른 세상을 선택하기를 바랐다. 나를 따라 걸어 나와 내가 뿌려놓은 빵조각을 따라오길 바랐다.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지만 그는 제법 선택한 길을 마음에 들어했다. 그가 머물고 싶은 세상에 오랫동안 있길 원했다. 비록 나의 세상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점은 보통 두 가지가 있다. 인생이 다 고만고만하고 누구나 다 천박하고 악하게 사는 게 본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인생을 존엄하고 고귀하게 살아야 하고 설사 한 순간 어그러지더라도 인생에는 추구해야 할 무엇인가 있다고 믿으며 사는 사람이다. 같은 인생을 살아도 두 부류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이상을 품고 살아가는 방식, 스스로를 드러내고 가치 있게 만드는 행동까지도 많이 다르다. 가끔은 스스로 정한 관점을 무자비하게 어기고 잔혹하게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며 가져갈 필요 없는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 학교로 갈지도 몰라. 아름답겠지? 설레고 두려워." 남자가 말했다.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쩔 거야?" 여자가 말했다. "가긴 갈 거지? 네가 원한 거잖아. 이유 없다면 가야 해."

 

"마치 어떤 경계를 넘어가는 기분이야." 남자가 말했다.

 

"넌 이미 넘어왔어. 일부러 흔들리지 마. 너는 꼭 너에게도 극적으로 보이고 싶어 해. 멋있긴 하지. 후후" 여자가 말했다.  

 

"사람이 늘 그렇잖아. 미리 다 정해놓고 일부러 즐기는 거지. 그렇지만 난 아냐. 단호하게 굴 거야. 왜 이래." 남자가 말했다. "넌 어떠니?" 

 

"응, 다 잘 돼가. 내가 좀 용감해졌거든. 네 말대로 대담하게 굴고 좀 더 과감해지고 있다고!" 여자가 말했다. 

 

"다행이네. 벌써 유령처럼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기분이야." 남자가 말했다. 

 

"그래도 네가 무얼 하고 어디에 있는지 나한테는 얘기해야지." 여자가 말했다.

 

"네가 아는 게 전부야. 없어. 아무것도 없어." 남자가 말했다.

 

"가고 싶으면 가. 상황은 변하고 넌 언제나 즐기는 사람 아니니?" 여자가 말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기적처럼 우리가 살아남는다고 해도 너는 위험해." 남자가 말했다.

 

"영향받는 건 너나 나나 똑같아." 여자가 말했다.

 

"솔직히 죽어봐서 아는데 죽을 때는 아무것도 알지 못해." 남자가 말했다.

 

"너는 지옥이겠지. 나쁜 사람이라서." 여자가 말했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을 조심해. 그 사람은 지옥에서 살아 나올 방법을 알고 있어." 남자가 말했다.

 

"나 잘 꺼야. 생각이 많을 땐 자는 게 최고야. 자고 나면 생각도 상황도 변해 있거든.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나 말고 주변 모든 상황이 말이야. 진짜 굉장하지 않니?" 여자가 말했다.

 

"잘 자." 남자가 말했다.

 

  그는 새로운 세상을 꽤 오랫동안 보고 있다. 기적처럼 지낸 세월은 인생에서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데만도 짧은 시간이다. 심지어 평생을 살아도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걸어가면서 생각해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누구나 갖고 있다. 의도적으로 피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선택한 곳에 도착한다. 선택이 항상 올바르다고 말할 수 없지만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좋고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일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見河-

 

 

멍청한 더비슈즈 반짝반짝, 울트라 코발트 블루 수트. 남자가 가장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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