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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 覇王別姬, 초패왕 항우는 우미인 우희와 이별한다.

지구빵집 2020. 7. 1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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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함부로 운명을 바꾸면 안 된다.

 

1966~1976년 중국의 문화 대혁명이 준동하면서 구시대의 산물인 경극은 철저히 파괴된다. 샬로와 청데이는 경극에 종사하고 과거 여러 권력자에게 경극을 공연한 죄로 인민재판을 받는다. 샬로는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청데이, 극단장을 모두 비판한다. 다시 경극 연습을 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샬로와 청데이. 청데이는 패왕의 칼을 뽑아 자결함으로 현실에서 우미인으로 살아온 생을 마감한다. 

 

중국의 다사다난한 현대사를 관통하며 수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패왕별희는 경극에 열광하는 인민들과 추앙받는 배우였던 샬로와 청데이, 샬로의 아내 쥬산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역사에 휘둘리는 인간의 삶이란 어떤 모습인지 보여준다. 패왕의 아내인 우희로 현실과 경극을 구분하지 못하고 하나의 삶으로 살아가는 청데이와 시대 변화에 맞춰 경극을 이용하며 살아간 샬로의 먹먹한 이별은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군중이 외친다. "샬로와 데이는 반동분자다!"

 

샬로는 데이를 비판한다.

 

"말할게요. 그는 경극에 미친 자입니다.
청데이, 그는 경극만 알고 관객이 어떤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무조건 무대에 섰습니다.
중일 전쟁 시 그는 일본 놈들 앞에서 노래를 했습니다.
그는 반동 부역자입니다.
그는 장개석 군 앞에서도 노래를 했고, 자본가 지주 등등 앞에서 가리지 않고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반동 원대인 놈 앞에서도 불렀습니다.
그는 한때 아편도 했습니다.
인민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빨아먹었습니다. 그는 연예계 대부 원샤야에게... 그의..."

 

청데이는 울부짖는다.

 

"학자, 미녀, 제왕, 장상이 대체 뭐란 말이더냐! 결국 다 배반하는군!
너 마저도!
모든 것을 다 말하겠다.
왜 일본군들 앞에서 목단정을 불렀다고 생각해?
샬로 넌 인간의 탈을 쓴 치사하고 야비한 짐승이야.
저 년 하고 같이 다닐 때부터 난 알았어.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재앙이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재앙은 스스로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거야.
경극은 종말이야
종말이야!
바로 저 년! 저 년이 누군지 알아! 음탕하고 요사스러운 화만루의 창녀야!"

 

샬로의 아내 쥬산은 자살한다. 

 

인류가 진화한 이유가 혹시 "감정의 모든 측면을 관찰하고 지켜본 사람들이 이룬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모든 급변하고 전체의 부분인 감정은 결국 죽음에 이른다. 기록이나 역사는 산 사람들이 쓰는 일이다. 늘 알아차리고, 놀라지 않고, 늘 기대와 다르고 청천벽력같은 일이 생겨도 초연한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 온거라는 생각이 든다. 게으른 사람, 말 잘하는 일하는 사람이 만든거 아닌가.

 

당연히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는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초패왕 항우가 중국을 통일할 인물이지만 결국 통일은 유방이 했다. 운이 좋았고 무엇보다 유방은 겸손했고 천진 난만했고 그때 그때 순간에 충실한 인물이다. 항우가 연회를 열어 죽이려고 한 홍문관에서 죽다 살아나도 자기 진영에 와서는 술타령을 했고, 부하들이랑 정신없이 놀다가도 정치할 때는 그런대로 멍청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하늘이 내린 운은 어쩔 수 없다. 요즘 그런 느낌이 들기는 든다. 항우에게 범증이 있었다면 유방에게는 장량이 있었다. 항우는 몇 번이고 유방을 죽여야 한다는 범증의 말을 듣지 않았다. 하찮은 유방과 한신을 너무 얕본게 화근이 되었다. 

 

유방은 단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운이 따랐고, 항우의 능력은 유방보다 만 배 이상으로 출중했지만 운도 없었고 됨됨이도 별로였다. 유방은 늘 태도는 좋았다. 태도가 좋은 사람을 이기기는 어렵다. 어떤 상황에 집어 넣어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배려와 예의가 바쳐주는 기질이나 태도가 그릇을 결정한다.

 

아니 주제가 이게 아닌데. 여하튼 시간이 흐르면 생명은 모두 폐허가 된다. 나무는 죽고, 근육은 말라 비틀어지고, 볼품 없이 쪼그라들고, 가죽은 뼈에 늘어붙고, 기억하는 시간은 짧아지고, 버틸 힘은 없어진다.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이미지 출처: 씨네21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5322 

 

적자지심(赤子之心)'이란 ? 적자의 마음! 갓난아기는 보통 살갗이 빨개서 적자라고 부른다. 따라서 적자지심이라 함은 갓난아이처럼 세속에 물들지 않은 순결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씨네21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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