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가능성만 남은 아들이 바라는 것 - 생일 편지

지구빵집 2020. 8. 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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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아들이 편지를 장황하게 써 보냈다. 새벽 5시에 들어와 편지를 쓰고 잔 모양이다. 

 

 

아버지께.

안녕하세요. 아빠 저 민서예요.

이렇게 편지로 만나는 거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ㅎㅎ

요즘 펜을 너무 안 잡아서 글씨가 잘 안 써집니다. 아빠는 1968년 이맘때쯤 태어나셨겠네요. 그때도 비가 많이 왔나요? ㅎㅎ

 

가끔 아빠의 어린 시절이 궁금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말씀해주세요. 요즘은 아빠의 멋진 얼굴을 보는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십 년 전에는 항상 보고 있는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항상 보고 싶은 얼굴로 변해버렸네요. 늦은 새벽 집에 들어와 이불도 덮지 덮고 있지 않은 아빠를 볼 때마다 이불을 덮어 줄 수 있는 것이 행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술을 많이 먹고 자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고 걱정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아빠에 선택이고, ^^ 아빠는 그것마저도 행복하겠지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아빠를 너무 사랑합니다. 때로는 든든한 아빠로, 때로는 친한 친구 같은 존재로, 같은 남자로 이 세상에 아빠 곁으로 왔다는 것이 저에게는 행운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아빠를 생각하면 항상 눈물이 납니다. 행복해서인지 애틋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저에게 너무 소중한 존재인 건 틀림이 없습니다. 요즘도 기분이 꿀꿀하거나 좋지 않을 때 '내 사랑 내 곁에'라는 노래를 듣습니다. 아빠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지요. 저는 그 노래를 들으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어릴 때도 그런 것 같은데 ㅎㅎ.

 

항상 모든 사람이 변한다고 알려주셨지만 아빠는 변하지 않고 내 옆에 쭉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믿음도 가지고 있고요. 아빠는 저에게 알려 준 것들이 참 많습니다. 감성, 자신감, 용기, 눈물, 예의 같은, 지금 제 인생에 꼭 필요한 것들이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거예요.

 

항상 더 많이 보고 싶고 더 많이 만져보고 싶습니다. 저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인 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아 미련이 남습니다. 버릇없고 소리치고 말 안 들었던 일들 다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예의 바르고 감성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빠와는 추억도 많습니다. 

 

바다에 가고 캠핑도 하고 낚시하고 술도 먹고 다 인생에 너무 힘이 되고 사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아빠에 얼굴을 보는 순간순간이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게 지금 지나가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 일하는 데 계시는 사장님이 저와 아빠가 통화하는 걸 들었나 봅니다. 깜짝 놀랍니다. 어떻게 그렇게 친구 같이 지내냐고 했습니다. 아빠가 봐도 좀 그런가요? 남이 보는 건 신경 쓰지 않지만 아빠가 저를 잘 못 가르쳤다 소리는 듣기 싫습니다. 앞으로 밖에서 전화할 때는 조금 조심해야겠네요. 하지만 저에게 아빠는 그런 사람인 걸 어쩌겠어요. 아참, 아빠도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데 ㅎㅎ

 

아빠는 지금도 충분히 멋지고 좋은 사람이지만 아빠가 원하는 목표를 다 이뤘으면 합니다. 저도 그럴 거고요. 아빠가 못하면, 나이가 들어서 못하게 되면 제가 전부 해 드리겠습니다. 요즘 하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돈을 정말 많이 벌어서 큰 보트를 사서 아빠와 낚시하면서 천만 원짜리 술 한 병 마시는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네요. 하하 꼭 이뤄야지요. 단 둘이 떠나는 것도 괜찮겠지요? 이거는 돈 많이 벌어서 정식으로 얘기드리겠습니다. 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저에게 아버지는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자상하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아버지가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다 덕분입니다. 저를 이런 사람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고맙고 사랑합니다.

 

이제 슬슬 팔이 아프네요. 이만 줄입니다. 벌써 해가 뜹니다. 오늘도 우리의 하루가 시작되네요. ㅎㅎ 내일도 마찬가지겠지요? 사랑합니다. 영원히.

 

2020년 8월 9일 아침 6시 9분 아들 올림.

 

 

내 인생 최고의 봄날은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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