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

연민 없이 감정을 표현해 내는 감독, 제인 캠피온 Jane Campion

지구빵집 2020. 11. 19. 10:20
반응형

 

 

내 책상 위의 천사(1990) 

 

뉴질랜드의 한적한 시골, 1남 4녀 중 둘째딸로 태어남 자넷(Janet Frame as a child: 카렌 페구슨 분)은 잔뜩 부풀려진 빨간 머리와 뚱뚱한 몸매 그리고 못생긴 얼굴로 친구들에게조차 소외당하는 천덕꾸러기다. 친구들의 관심을 끌고자 아버지의 돈을 훔쳐 눈깔사탕을 한웅큼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주지만 무서운 선생님에게 들켜 자넷(Janet Frame as adolescent: 알렉시아 케이 분)의 작전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외톨이 신세가 된 그녀는 같은 처지의 친구를 사귀면서 문학과 성의 신비로움에 빠져든다. 그러나 이것도 한순간, 아버지 앞에서 섹스에 대해 언급했다가 호되게 꾸중듣는 순진한 자넷은 점점 더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문학이라는 순수한 감성의 세계에 깊이 빠져든다.

 

대학에 입학한 자넷(Janet Frame: 케리 폭스 분)은 빠듯한 집안 살림으로 인해 국민학교 선생 노릇을 하며 등록금을 벌고 있지만 타고난 쑥스러움으로 선생 자리도 박차고 나온다. 잘생긴 심리학 교수만을 짝사랑한 채 오로지 책만을 벗삼고, 소심증으로 동료들과는 격리되어 사는 자넷, 그녀의 대인공포증은 사람들로부터 정신분열증으로 오해받아 급기야는 정신병원으로 수용되고 세상과 철저한 벽을 쌓게 된다.

 

오랜 정신병원에서의 생활 후에 그녀는 여행을 떠난다. 파리, 런던을 거쳐 스페인에 머무르는 동안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하지만 이별을 하게 된다. 그녀는 삶과 사랑에 대한 후유증으로 한동안 방황하다 자리를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신분열증은 의사의 오진이었음을 확신하고 성장기에서 겪은 비정상적인 체험을 자서전으로 출간하게 된다. - 다음 영화

 

사진 다음영화

 

소설 『내 책상 위의 천사』(1985)는 뉴질랜드 대표 여성 작가 자넷 프레임(1924~2004)의 유년 시절에 관한 자전적 이야기로 2003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소설이다. 그리고 같은 뉴질랜드 출신 여성 감독 제인 캠피온은 이 책에 영감을 받아 1990년 이 소설을 영화화했다. 영화 〈내 책상 위의 천사〉는 두 개의 메인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축은 자넷 프레임이 작가가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내적, 외적 역경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내적 역경은 그녀의 소심한 성격과 개성 있는 외모, 오진으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는 인생을 담고 있으며 외적 역경은 그녀의 비극적 가족사에 관한 것을 포함한다. 영화는 주인공의 내레이션과 함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과장되지 않은 어조로 자신의 인생을 말하는 주인공에게 우리는 빠져들 수밖에 없다. 감독은 성공한 위인을 다룰 때 통상적으로 쓰이는 ‘신화’적 방식을 철저히 배제한다. 영화의 초반부에 그녀가 관찰자적 모습으로 자신의 인생을 대하듯, 우리도 여성 주인공의 세상을 제삼자가 관망하듯 지켜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그녀의 비극에 가까운 운명을 바라보며, 울지 않는 주인공을 대신해 슬퍼하게 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객은 끝내 이 매력적인 여성에게 '동일시'되고 만다. 이것이야말로 여성 감독이 그린 여성 작가의 이야기, 〈내 책상 위의 천사〉라는 영화가 가진 힘이다. (2019년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이지성) 

 

 

피아노(1993) 

 

사진 다음영화

 

제인 캠피온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각으로 성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에이다의 미묘한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내는데 바로 피아노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피아노는 에이다의 감정과 심리를 대변하는 분신이자 베인즈와 그녀를 연결시키는 은밀한 끈이며 결국 그녀를 절망의 나락으로 끌어당기는 고통이기도 하다. 에이다에게 피아노를 치는 진정한 기쁨, 삶의 생기를 가져다 준 것은 베인즈다. 그는 스튜어트에게 무려 80에이커의 땅을 주고 피아노를 산다. 피아노를 빼앗긴 에이다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난폭해지고, 스튜어트는 베인즈에게 피아노를 레슨을 받으라고 명령한다. 베인즈는 레슨을 구실로 에이다를 자기 집으로 끌어들인다. 그는 피아노의 검은 건반을 몇 번 칠 때마다 옷을 하나씩 벗는다는 식으로 그녀와 사랑 게임을 한다. 마침내 에이다는 사랑에 푹 빠져버리게 된다. 레슨은 끝났지만 체면도 아랑곳 않고 베인즈를 찾아간다. - 신강호 '침묵과 고요함의 명제'

 

“밤에는 바다 무덤 속의 내 피아노를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은 그 위에 떠 있는 나 자신도···. 그 아래는 모든 게 너무 고요하고 조용해서 나를 잠으로 이끈다. 그것은 기묘한 자장가이고 나의 자장가다. 소리가 존재한 적이 없는 그런 고요가 있다. 깊고 깊은 바다 차가운 무덤 속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