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즐기고 아름다운 메모리얼을 많이 만들기
아이들은 좋은 태도와 좋은 근성을 지녔다. 거기에 끝까지 지속하는 힘과 참을성을 가지길 바란다. 재능과 인내, 두 가지를 다 갖기는 어렵다.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선 한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다. 그것은 탁월한 재능, 지적 능력도 아니고 부유한 환경, 학력 같은 외적인 조건도 아닌 바로 그릿 GRIT, 열정적 끈기다. 실패, 역경, 슬럼프를 이겨내고 목표를 이뤄낸 사람들만이 갖고 있다.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있는지 아직은 결과를 볼 때가 아니라서 모르는 게 당연하다. 벌써 여러 해커톤이나 대회에 나가는 아이들도 있다. 산업경영공학, 로봇공학, 소프트웨어 공학과 이이들이 서로 어울려 팀을 만들고 작품 제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느라 자주 만나고 있다. 아무래도 실습이 주가 되어 10월부터 대면 수업으로 진행한 게 지나고 보니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험했지만 그런대로 잘 결정하고 적당한 수준으로 진행했다.
2021년 2학기의 반이 어느새 지났다. 안산 학교에서 4일을 지내고 멀리 있는 안성에서 하루를 지낸다. 시간은 상대적이라서 느린 시간과 빠르게 지나는 시간이 뒤섞여 있다. 몰입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시간은 지루하게 흐른다. 쉽게 일하기는커녕 파도 넘듯 하나씩 하나씩 실행한다. 곧 닥칠 일은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른다. 그저 달릴 뿐이다. 우리가 무엇인가 결정에 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어떤 하나를 선택하는 결정으로 다른 더 좋은 결정을 놓쳐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대학 두 곳을 저울질하고, 회사 두 세 곳 중의 하나를 결정해야 할 때처럼 모두가 흔한 일을 겪는다. 생각해 보면 어디를 가든 선택을 잘못해서 일어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그곳이 어디든 결국 그 자리에 있는 우리가 하는 일이 엉망이라서, 생겨 먹은 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늘 넘어지고, 실패하고 부러진다.
지키는 일이 무너뜨리거나 파괴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법이다.
아이들에게 작품을 완성도 높게 만드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는 과정에 이미 들어있으므로 과정을 즐기라고 말한다. 결과만을 바라보면 우리는 심각하고, 초라해지고 다급해서 일을 그르치지만 결과는 알 수 없는 것이라서 과정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근사한 풍광이 보이는 곳에 서 있을 수도 있다. 팀을 이루어 좋은 팀워크를 함께 하면서 추억을 많이 만들라고 했다. 대단한 작품이나 기록보다는 아름다운 메모리얼을 우리는 더 오래도록 가져간다.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팀에서 함께 이룬 것들이 혼자서 근사하게 만든 것보다 앞으로 훨씬 더 많이 기억하고 그리울 거라고 말했다.
삶에서 하나의 결정이 전체를 지배하는 예외적인 것이 있다면 배우자 선택 문제가 있다. 사실 그것도 자기가 어떻게 지내느냐의 선택의 문제라서 예외는 아니지만 사람은 누구나 가장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는 때에 결혼한다.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점들이지."(존 버거)라고 말할 수도 있다. 자신에게 일어난 문제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주 좋은 습관이다. 자신은 흠결 없는 신중한 사람으로 변하고, 마음은 홀가분하다. 단지 자신이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어떤 문제라도 해답은 있다. 문제의 가장 한가운데에 있다.
나쁜 사람들은 항상 분명한 교훈을 가르치려고 한다. 지금 글을 쓰는 남자처럼 말이다. 꼭 설명이 필요한 것은 아닌데도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싶어 한다. 관대한 우리는 속아준다. 사실 거짓말을 알면서도 속아주는 척할 때는 속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한편 실제로 잘 속기도 한다. 그러니 무언가 깨달은 사람으로 보이거나 종교에 빠진 사람들이 이중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지도 모른다. 강의를 해서 혹시 이끌어 내는 게 아니라 집어넣거나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닌지, 무디게 된 건지 되돌아본다. 동기부여나 각성을 돕는 일은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원인 두 가지가 열린 마음과 마음이 상처 받았을 때라고 한다. 더 많이 성장하고 무엇인가 변화를 이루고 싶다면 열린 마음을 갖고, 때때로 이미 벌어진 상황에 낙담하는 일이 자주 있어야 한다. 위대한 일은 컴포트 존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주변을 정리 정돈하고, 깨끗이 청소하는 일들이 사실은 시간을 허비하거나 쓸데없이 낭비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삶을 지탱하는 힘은 일주일에 세 번 운동을 하며 이어나가듯 매일 아니면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는 일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그게 바로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하는 청소와 정리 정돈이다. 주기적으로 버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웬만하면 빠뜨리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것은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 부모님들은 죽도록 한 가지 일에 매달렸다. 생계가 이어지도록 돈을 버는 일과 자식들이 행복하고 자신보다 더 높은 계급에서 살도록 교육시키는 일을 끊임없이 계속했다. 우리가 매일 하는 방식의 결과와 부모님이 하셨던 일의 종착점은 다르다. 그걸로 끝이다. 여기에 무슨 목적이 있고, 판단이 있고, 구분이 필요할까? 자연은 원래부터 목적이 없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회는 원래 하던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했다. 가게의 시간제한이 풀리고, 모임도 10명으로 늘어난다. 밤에 영화 보고 나와서 순댓국을 한 그릇 소주와 먹고, 늦은 카페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치킨 사 가지고 집에 들어가는 익숙한 방식으로 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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