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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리코(petrichor), 비가 올 때 마른 땅이 젖으면서 나는 흙냄새

지구빵집 2022. 5. 1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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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구별할 수 있는 냄새는 1조개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수용체 구성이 달라서 맡을 수 있는 냄새도 다르지만 냄새를 인지하는 능력에는 차이가 없다. 시각은 겨우 500만 개의 색깔을 구분할 뿐이다. 실체가 규명된 냄새 가운데 페트리코(petrichor)라는 단어가 있는데 우리 말로 '돌의 피'라는 뜻이다. 카페나 작품 등의 이름으로 자주 쓰인다.

 

이 멋진 단어의 뜻은 '비가 올 때 마른 땅이 젖으면서 나는 흙 냄새' 로 상쾌하고 오묘한 자연의 향기다. 비 냄새(scent of rain)라고도 한다.여름 비가 내린 후 공기에 스며드는 그 특별한 냄새, 마음을 진정시키고 의식에 스며드는 상쾌하고 신선하며 원시적이고 감각적인 냄새다.

 

용어 어원은 그리스어로 "돌"이라는 뜻의 "페트라"와 그리스 신화의 신들의 몸 속을 흐르는 황금 피 "이코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합성어다. 이 용어가 처음 고안된 것은 1964년으로, 호주의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 소속된 연구원 이사벨 조이 베어(호주인)와 로데릭 토머스(영국인)가 공저한 논문을 학술지 《네이처》에 투고하면서 용어를 고안해 사용하였다.

 

논문에서 두 사람은 건기에 특정 식물들이 발산하는 기름기가 점토질 토양과 암석에 흡수되었다가, 비가 내리면 그 기름기가 게오스민(특정한 방선균의 신진대사 부산물)과 함께 공기중으로 확산되어 이 냄새가 나게 된다고 논하였다. 또 만약 벼락이 쳤다면 오존도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965년에 투고한 추가 논문에서 베어와 토머스는 이 식물성 기름이 발아하는 씨앗과 성장을 시작한 어린 식물들에서 나온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결과는 식물이 씨앗을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름을 방출한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아래 이미지 링크로 가면 패트리코를 연상하는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이미지 https://3000grad.bandcamp.com/album/petrichor

 

참고로 추가함. 20220526 이미지 출처는 트위터 ZxZ @zittersweet99

 

코끝의 언어 p.26

 

코끝의 언어

 

너무 재미있는 타래 글이라서 좀 더 글을 옮기면...

 

퇴근길에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갔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흙에서 비냄새가 훅 끼쳐왔다. 이 냄새의 이름은 페트리코. 페트리코는 그리스어로 ‘돌의 피’라는 뜻이며, 인도에는 이 냄새를 담은 향수가 있다고 한다. 그 이름은 미티 아타르. 흙으로 만드는 향수래…

 

내가 좋아하는 냄새는 습기를 머금은 숲에서 나는 냄새. 그리고 또 무슨 냄새 좋아하더라? 카레 가득한 솥을 저으며 맡는 냄새, 갓 구운 크라상의 버터 냄새, 아기 피부에서 나는 천상의 냄새, 강아지에게서 나는 쿰쿰한 냄새, 멋진 향수를 뿌린 사람이 내 곁을 스쳐간 2초 후에 나는 향기…

 

아침에 일어나 몸에 카페인 제로일 때 맡는 기가 막힌 커피 냄새, 새로 산 책에서 나는 미묘한 종이 냄새, 저녁 밥 시간 무렵 동네를 걷다가 맡는 소고기 굽는 냄새, 귤 껍질 까면 공기에 즙이 확 퍼지면서 나는 시트러스 냄새…

 

널리 알려진 대로 조 말론은 암 환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잘 훈련된 탐지견 수준이라고. 실험에서 10만 방울 중 1방울의 화학 물질이 들어간 병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 정도로 후각이 예민하다면 세상이 더 풍부하게 느껴질까, 아니면 힘들어질까.

 

나도 코가 좀 예민한 편인데, 예전에 에르메스 향수 시향을 하다가 “배 냄새가 아주 강하게 나네요” 했더니, 점원이 깜짝 놀라면서 배 냄새가 들어 있다고 제품 설명에 적혀 있긴 한데, 여태 그걸 말해 주는 분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근데 아까 편의점에 맥주 사러 갔을 때 그 앞 테이블 사람들이 라면을 먹고 있더라고. 그거 알지, 비 냄새가 아무리 좋아도 배고픈 인간의 코에 흘러들어온 라면 냄새만큼 강력한 건 없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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