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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이 군에서 돌아온다.

지구빵집 2022. 5. 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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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군대 가있는 18개월이 훌쩍 지났다. 21년 1월에 입대하고 2022년 5월에 제대한다. 원래는 7월인데 코로나로 휴가도 나오지 않고 다른 병정도 다 그렇게 하니 아이도 일찍 나오게 되었다. 면회도 갈 수가 없었고, 휴가도 한 번 나왔는데 아이는 자라는 동안 부모를 너무 편하게 해 준다. 가끔은 말썽을 부려 학교에서 호출을 받기도 했지만 가끔 있는 일이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는 갖고 싶은 것을 강하게 요구한 적도 없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도 하지 않았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특별한 기대는 특별한 실망이 되는 걸 알았는지 기대하지 않고 살아간다.

 

아이가 군에 있던 시간에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무얼 열심히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쩌면 떠밀려 살았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오더라도 모든 것은 그대로다. 아이와 남자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한 것은 없지만 남자는 변했다. 아내와 남자는 부지런히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목록을 적는 일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필요한 모든 일을 적는다. 계획은 실제 일할 때 시간을 절약해 준다. 할 일을 적었다면 우선순위를 정한다. 80대 20법칙이든 90대 10법칙이든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일을 시작하고 끝낼 때까지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 쉬운 일이 아니면 잘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로 하기 어렵다. 

 

양재 하나로 마트에 갔더니 사람이 많다. 쌀, 대파, 갈비, 삼겹살을 사고 바로 나온다. 도복 두 개를 수선집에 맡기러 과천 시내 수선집에 갔는데 주차할 공간이 없다. 빙빙 돌다 그냥 돌아온다. 부유한 사람들은 사람을 시키든가 평일에 한다. 관공서 업무든, 사적인 업무든 대부분의 사람이 하는 주말에 하지 않는다. 주말은 평일보다 붐비고 시간도 훨씬 더 많이 잡아먹는다. 사소한 원칙들을 마치 루틴처럼 실행하는 것을 다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솔바람에도 마음은 늘 흔들린다. 

 

1. 아이 방 청소

2. 양재 하나로 마트로 갈비 사러 가기, 필요한 재료 준비하기, 갈비찜 만들어 놓기

3. 카라, 수선화 같은 구근 꽃 화분 준비

4. 남자 검도 검은 도복, 흰 도복 수선 맡기기

5. 아이 환영 메시지 준비 - 풍선이나 포스터

6. 방 청소 - 남자 방

7. 와이셔츠 5개 빨기

8. 학교 남은 업무 할 것, 강의 준비, 스컬프처, 더플로 등

 

삶에는 좋은 것들만 가져와야 한다. 남자가 사랑하고, 기분 좋은 것들만 안고 가야 한다. 그런 것들은 올바른가 아닌가 와는 상관이 없다. 스스로 만족하고, 일을 즐겁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어제보다 나은 내일, 성장하는 하루하루가 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기꺼이 가져온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도 습관이 되면 타협하거나 합리화한다. 7시간을 자니 11시에 자면 아침 6시에 일어나자고 하고, 12시에 자면 7시에 일어나자고 한다. 이런 것들을 자주 어기면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 사소한 것들은 빠뜨리기 쉬워서 힘들수록 자고, 먹고, 쉬고, 입는 일들을 소홀히 하기 쉽다. 오히려 더 신경을 써야 사방에서 달려드는 진드기 같은 어려운 일들을 피해 갈 수 있다. 

 

검도가 인생이라면 기세가 필요하고,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기개가 필요하다. 검도에서 기검체(氣劍體) 일치란 영혼과 검과 몸의 작용을 하나로 만드는 일이다. 기는 의욕과 기력을 뜻하며, 검은 검의 적절한 사용과 타격을 뜻하고, 체는 공격 동작에 요구되는 신체이동을 뜻한다. 힘차게 전진하여 칼로 베는 기세는 바로 기검체 일치에서 나온다. 기개는 Grit과 비슷하다. 중단 없이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힘이다. 남자는 빠르게 보낸 세월보다 더 많은 날이 더 빨리 흘러갈 거라고 생각한다. 아들과 만나면서 다시 심기일전한다.

 

오늘 아침에도 길 고양이가 창 밖에 왔다. 아들 입대 전에 옷걸이에 리본을 묶어 장난치던 고양이가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찾아온다. 아마도 좀 어린 얼굴에 건장하고 낯선 사람을 고양이는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포도라는 길 고양이와 오래 만나며 지내도 그러한 사실뿐이다. 아름다운 기억만 가져간다. 더 무엇이 필요할까?

 

해마다 피는 구근 식물이며, 가늘면서 단단한 줄기, 녹색 잎에 박힌 흰 점선무늬, 기품있는 곡선과 매혹적인 색감을 보여주는 카라(Calla)의 꽃 말은 순수, 천년의 사랑, 순결, 환희, 열정이다. 주로 흰색이 많으며 샛노랑, 분홍, 보라, 주황색이 있다. 노랑색은 이별을 뜻한다.

 

향기 카네이션으로도 부르는 패랭이과의 핑크 키세스(kisses)는 여성의 애정, 모정, 공경과 존경이다. 꽃이 필 때 향기가 좋고, 추위에 강하고 아주 오랜 기간 꽃을 피운다. 둘다 햇볕을 좋아하고 건조한 곳을 좋아한다. 다부지고 듬직하고 어른스러운 아이가 집에 올 때 반겨주기에는 그만인 꽃이다. 

 

 

제대 기념으로 노란 카라와 핑크 키세스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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