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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표에 '가만히 있기'시간을 꼭 넣기로 한다.

지구빵집 2022. 6. 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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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참 더워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여름 같지 않은 바람이 날마다 불어온다. 바람의 온도는 19도.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한 바람이 불고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이라서 매일 무한정 맑은 날이 계속된다. 도대체 어쩌라고? 출근할 때 24도를 보여주면 낮에는 28도 이상 올라가는 뜨거운 날이 된다. 이 시원한 바람이 주는 느낌을 안다. 추석이 지나고 9월 말이 되면 아침에 이런 바람이 분다. 지금은 초여름이 되어야 한다.

 

잠들기 전에, 혹시 그 시간을 놓치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할 일 목록을 적는다. 목록 없이 일하는 것은 나침반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물을 많이 마시고, 독서를 한 시간 30분, 스트레칭하면서 경제 신문 30분, 가벼운 운동 5 분하고 간단하게 밥 먹고 일하러 간다. 일찍 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빈둥거리면서 늦게 갈 이유도 없다.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활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을 선택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개구리를 가장 먼저 삼키고, 해야 할 일을 가장 먼저 한다. 청소, 독서, 이메일은 나중에 한다. 시험 삼아 연구실에 와서 독서를 한 시간하고 그다음 목록에 적혀있는 일을 하려고 했는데 역시 아니다. 시작이 중요한 이유가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하루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첫인상이 꽤 오랜 시간 머리에 남듯이 무슨 일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상황과 템포가 정해진다. 하루를 집중하려면 시작할 때 집중해야 한다. 그 집중이 오래가도록 스스로 독려하는 일도 필요하다. 게으르게 보내든 바쁘게 보내든 하루는 늘 흐른다. 

 

1학기 수업 종료일이 딱 일주일 남았다. 21일 작품 발표회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학기 시작 마지막 날 시작해서 학기 수업 종료일까지 아주 꽉꽉 채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도, 일단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빛보다 빠르고, 지치지도 않고 물러설 줄을 모른다. 어느 세대가 그렇듯이 어린 세대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들과 남자가 갖고 싶은 친절함, 평온함, 겸손하게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사실 그 나이엔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열정을 가지고 살아도 하루가 부족한 아이들이다. 다른 데 신경 쓸 여유도 없거니와 어쩌면 인생이 매우 짧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10개 팀 프로젝트를 목록으로 만들고, 현수막과 상장을 준비하고 포스터를 그리고 평가 위원으로 교수님을 섭외한다. 영상 촬영이 필요해 업체에도 부탁을 한다. 정신없이 가다 보면 정신없는 곳에 도착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어치파 인생 낭비하라고 있는 거다. 

 

아이들은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카톡방에서 소통은 하지만 공식적인 일 외에는 질문도 없다. 몇 번 마이크로 컨트롤러, 3D Printing, 프로그램에 대해 질문을 하고 함께 알아보기로 했지만 아이들은 금새 스스로 해결한다. 귀찮은 것을 피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잃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은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원래 모든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가는 순간 자신의 손은 멀쩡히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보기 위해 천천히 걸어야 한다. 도전적인 일을 실행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매일매일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과표에 '가만히 있기'시간*을 꼭 넣기로 했는데 이것도 어렵다. 가만히 있으려고 하면 무엇인가 출몰하고, 주의를 빼앗기 위해 사방에서 아우성치는 것들이 있다. 마음은 아주 작은 바람에도 파도처럼 일렁인다. 가장 안전한 항구에 머무는 것이 배의 임무는 아니다. 삶도 마찬가지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고, 분수의 물줄기는 한 번도 같은 모양으로 뿌려지는 법이 없다. 어떤 존재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정지하는 일이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 가만히 있기 시간은 윤성희 소설 '날마다 만우절' p.19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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