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서재

하얼빈 김훈 장편 소설

지구빵집 2022. 9. 2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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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고 반듯하고 메마른 글을 쓰는 김훈의 장편소설 '하얼빈'을 식자 선배가 생일이라고 사주었다. 김훈의 글에는 죽은 말이 없다. 남자는 김훈같은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속의 여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쁘지 않다. 그녀는 아름답다. 하늘은 별로 파랗지 않다. 그것은 청록색이다. 허튼 글이 없다.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글을 쓰는 유일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토를 암살하기 전 우덕순과 함께 추레해 보이는 옷을 버리고 이토를 쏘러 갈 때 입자고 새 옷을 산다. 잡힐 때 깔끔한 게 좋다고 생각해 머리를 깎는다. 찾지도 못할 사진을 새 옷을 입고 찍는다. 100루블을 강탈해 동료와 다 쓰고 나머지 3루블을 우덕순에게 밥값으로 준다. 지금을 사는 사람이 하는 일은 지극히 단순하다. 둘째 아들도 그가 고향에 없을 때 아내 김아려가 혼자 낳아 길렀다.  

 

고국에서 김아려와 자식들, 문중에서 일어나는 일들, 천주교 신부님과의 일들을 뒤로하고 안중근은 부산에서 원산, 연추,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하얼빈으로 이동한다. 꼼꼼하게 한국을 지배하는 이토는 시모노세키를 출발해 여순에 도착하고 대련에서 기차를 이용해 봉천, 장춘, 채가구를 거쳐 하얼빈에 도착한다. 안중근은 신문 기사에서 오려낸 사진으로 확인한 몸집이 작은 이토를 혹시나 몰라볼까 걱정한다.  

 

일본에 투항하는 황제를 반대하는 저항세력과 정권을 가진 세력간의 정치적인 상황, 일본의 통치가 조선에 점점 물들어 가는 과정, 천주교가 안중근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파문한 것, 안중근의 문중에서 일어나는 가족사는 띄엄띄엄 그려진다. 그러니까 그런 일들은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하는 과정에 일어나는 일이라서 영향을 주진 않는다. 안중근은 그가 고민했던 모두를 담아간다. 총은 선명하니까 일단 총알을 발사하면 모두가 지극히 단순해진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 제국의 재무장관 블라디미르 코콥초프와 회담하기 위해 하얼빈에 오게 되었다. 이 소식을 대동공보사에서 전해 들은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결심한다. 10월 21일에 대동공보사 기자 이강(李剛)의 지원을 받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 안중근은 우덕순과 조도선, 유동하와 함께 하얼빈(哈尔滨, 哈爾濱(하얼빈), Harbin)에 도착했다. 우덕순과 조도선은 채가구 역으로 이동하였으며 안중근은 하얼빈역에서 공격하기로 했다. 그러나 채가구 역에서의 계획은 이를 수상하게 여긴 러시아 경비병에 의해 실패했다.

 

10월 26일 오전 9시, 이토 히로부미가 탄 기차가 하얼빈에 도착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러시아 재무대신 블라디미르 코콥초프와 열차 안에서 회담을 가진 후 9시 30분경 러시아 군대의 사열을 받기 위해 하차하였다. 안중근은 사열을 마치고 열차로 돌아가던 이토 히로부미를 브라우닝제 반자동권총 M1900으로 저격하였다.

 

총격 후, 안중근은 가슴 안에 있던 태극기를 높이 들어 올리며 에스페란토 어로 "코레아 우라! (Коrea ura!) "라고 3번 크게 외쳤다. 이 외침은 대한 독립만세라는 뜻이었다. 총격 30분 만인 오전 10시경, 이토 히로부미는 피격당한 직후 열차로 옮겨졌다. 죽기 직전에 브랜디(옛날에는 각성제로 가끔 사용)를 한 모금 마시고 "범인은 조선인인가?"하고 물었으며, 주변에서 그렇다고 대답하자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뇌까리며 죽었다고 한다.

 

안중근은 곧바로 러시아군에 체포되었고 1차 조사 이후 하얼빈 일본 총영사관으로 넘겨졌다. 최재형은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 장소를 하얼빈으로 정해, 일본이 아닌 러시아 제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도록 조치하고, 변호사인 미하일로프 주필을 안중근의 변호인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안중근이 일본 제국 정부에 넘겨져 관동주 뤼순(료준) 감옥에 갇혀 1910년 2월 14일 사형 선고를 받고, 같은 해 3월 26일(32세) 처형되었으며, 유해는 오늘날 현재까지도 찾지 못했다. 

 

안중근은 체포된 후 일본의 검찰관이 진행한 첫 심문에서 자신의 직업이 '포수'라고 말했다. 기소된 후 재판정에서는 '무직'이라고 말했다. 안중근의 동지이며 공범인 우덕순은 직업이 '담배팔이'라고 일관되게 말했다. 김훈은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톡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고자 했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

 

 

하얼빈 김훈 장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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